[사제의 눈] 최용진 “판사탄핵, 민주주의의 독일까 약일까”

[사제의 눈] 최용진 “판사탄핵, 민주주의의 독일까 약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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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3-05 13:34 수정 : 2021-03-06 21:13

요즘 외국 영화제에서도 유명해진 미나리는 봄철 입맛 돋우는 채소입니다. 식용과 약용으로도 쓰이지만 특히 부레옥잠 등과 같이 자정능력이 있습니다. 사람에게도 자정능력이 있어서 양심과 지성으로 스스로를 정화시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정능력을 잃은 물은 썩은 물이 되는 것처럼,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교회세습 반대운동을 해온 ‘통합총회 세우기 바로연대’는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명성교회 세습사태를 보면서 더 이상 교단의 자정 능력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사회법 소송을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스스로의 자정능력에만 기대하지 않고 회사의 업무집행에 대한 감독과 감시 기능을 수행하는 사외이사 같은 외부의 감시 역할이 필요합니다. 이유는 바로 권력욕에 있습니다. 루소는 ‘권력에 영원한 만족이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최근 ‘결정샤’ ‘스카이 피플’ 같은 명문대생들끼리만 제한적으로 교류할 수 있는 폐쇄형 온라인 데이트 서비스가 잇따라 나오고 있는 것처럼 한번 잡은 권력은 놓지 않고 계속 유지하고 싶어집니다.

사법권의 독립을 위해 판사는 탄핵을 당하거나 금고 이상의 형벌을 받지 않는 한 파면되지 않고, 징계 처분으로도 파면이나 해임되지 않습니다. 법치주의 국가에서 판사는 법률의 최종 심판자이기에 고도의 도덕성과 공정성, 독립성을 요구받습니다. 막강한 권력을 부여받은 만큼 책임도 잘 지키고 있을까요?

한국에서 탄핵은 해당 공무원이 직무상 중대한 위법행위를 했을 경우 발의되는데, 국회가 탄핵소추권을 갖고 있고 헌법재판소가 탄핵심판권을 갖고 있습니다. 한국의 헌정사에서 탄핵발의는 20건이 있었고 지난 2월, 21번째로 탄핵소추 대상은 임성근 전 부장판사가 되었습니다. 헌정사상 최초로 현직 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것입니다. 이에 대해 야당 일각에서는 ‘사법부 길들이기’라며 반발했고, 역대 대한변호사협회장 8명과 임 부장판사의 사법연수원 동기들은 성명서를 내 이같은 국회의 결정을 정면 비판했습니다.

2013년 일본 오사카 지방재판소의 판사가 지하철에서 치마 입은 여성의 속옷을 불법 촬영했다는 이유로 탄핵됐습니다. 2017년 서울동부지법 홍모 판사는 지하철에서 휴대전화로 한 여성을 불법촬영하다 적발돼 재판 없이 벌금 300만원이 선고됐고, 감봉 4개월의 징계로 마무리됐습니다. 서슬퍼렇게 눈을 뜨고 법을 수호해야할 대한민국 판사에게 말이죠.

사무엘기에 보면 유대인들은 하느님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이민족들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판관 제도가 아니라 왕정 제도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요청하는 내용이 나옵니다.

이스라엘의 첫 임금인 사울은 초창기에 하느님의 도우심으로 이방민족들과의 전쟁에서 승승장구하며 백성을 구원했지만 차차 마음속에 하느님께 대한 불신과 욕심이 자라나 그 분을 저버렸고 결국 그 말로는 비참했습니다.

또 하느님에게 충실했던 다윗은 노년에 이르러 잘못들을 저질렀고 솔로몬도 마찬가지였습니다"권력은 그것을 소유한 모든 사람을 타락시킨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디오게네스는 “권력은 그것을 소유한 모든 사람을 타락시킨다”고 했습니다. 권력은 자신에게 엄격하지 않고 타인에게 엄격해집니다. 그래서 구약에 많은 예언자가 등장했던 것처럼 권력은 스스로의 자정능력만이 아닌 외부의 감시가 필요합니다. 국민에게 권력이 있는 민주주의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혼란스러운 과정이 있을지라도 맡겨진 권력에 대한 견제와 감시가 필수적입니다.

사순 시기는 주님의 수난과 희생을 기념하는 시기입니다. 사순(四旬)은 ‘40일’을 뜻하는 라틴말 ‘콰드라제시마(Quadragesima)’를 우리말로 옮긴 것입니다. 성경에서 ‘40’은 하느님을 만나기 전 거치는 정화와 준비의 기간입니다. 교회도 이 성경의 전통을 받아들여 40일간 기도와 절제, 희생을 통해 주님의 부활을 준비하는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사순 시기 동안 “서로 용서하고 기도하며 가난한 이들에게 먹을 것과 입을 것, 쉴 곳을 찾아 주는 등 자비를 실천하자”고 강조하면서 “회개하기 매우 좋은 이 사순 시기를 헛되이 보내지 말자”고 당부한 바 있습니다. 나 자신에게는 내가 권력자입니다.

오늘 <사제의 눈>은 “판사 탄핵은 민주주의의 독일까 약일까”였습니다. 평화를 빕니다.

cpbc 서종빈 기자(binseo@cpbc.co.kr) | 입력 : 2021-03-05 13:34 수정 : 2021-03-06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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