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영의 바티칸은지금] 교황 "사순시기,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 찾는 시간"

[김근영의 바티칸은지금] 교황 "사순시기,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 찾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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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3-02 17:00
▲ 프란치스코 교황이 삼종기도 후 순례자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사진=CNS)

○ 방송 : cpbc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 진행 : 윤재선 앵커
○ 출연 : 김근영(가비노) / 바티칸뉴스 번역가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인터뷰 전문]

교황의 말씀과 행보, 그리고 교황청의 동향을 살펴보는 코너죠.

서울대교구 홍보위원회와 함께하는 <바티칸은 지금>, 김근영 번역가 전화로 연결합니다.

▷ 안녕하세요?

▶ 안녕하세요? 바티칸뉴스 김근영 가비노입니다.

▷ 지난주는 교황청의 사순시기 연피정이 있었다면서요.

▶ 네, 지난달 21일부터 26일까지 교황님을 비롯해 교황청 관계자들은 각자 개별적으로 연피정에 들어갔습니다. 통상 매년 아리차 지역에 위치한 ‘카사 디빈 마에스트로’ 피정센터에서 교황님이 교황청 관계자들과 단체로 사순시기 피정에 들어가시는데요. 이번에는 코로나 사태로 각자 개별적으로 피정의 시간을 갖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지난주에는 수요 일반알현을 포함해 교황님의 모든 일정이 중단됐습니다. 하지만 교황청의 외교적인 활동은 계속 이어졌습니다.

▷ 교황청의 외교적인 활동은 무엇이 있었는지 간추려주시죠.

▶ 교황청 국무원 외무장관 폴 리차드 갤러거 대주교님은 지난달 22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46차 유엔 인권위원회(UNHRC)의 회기 도중 영상 메시지를 통해 인간의 권리를 강조하셨습니다. 이번에 특히 주목할 부분은 코로나 관련 조치와 인권을 다룬 부분이었는데요. 공중보건과 감염의 확산을 막기 위해 공권력이 강제로 행사된 일부 조치와 관련해, 이것이 자유로운 인권의 행사를 방해한다고 지적하셨습니다. 아울러 인권은 “시대나 장소, 문화나 상황에 제한되지 않는다”고 강조하셨습니다.

▷ 지난주에는 제네바 군축회의도 열렸는데요. 이에 관한 교황청의 입장이 있었나요.

▶ 이와 관련해서도 갤러거 대주교님이 영상 메시지를 보내셨는데요. 군축과 관련해 “모두가 안전해지기 전까지는 아무도 안전하지 않다”고 강조하셨습니다. 아울러 “군축은 더 이상 하나의 선택적 목표로 고려될 수 없다”면서 “군축은 윤리적 의무”이고 “따라서 교황청은 본 회의가 긴급히 요청되는 신념을 채택하고 평화와 형제애를 향한 구체적이고 지속적인 협정에 이르기를 격려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일찍이 교황님이 “무기 구매에 들어가는 돈이 너무나 많다”고 지적하신 것처럼, 교황청은 군비증강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몇몇 희망의 표지들도 있는데요. 교황청은 최근 유엔의 핵무기금지조약(TPNW)의 발효와 미국과 러시아가 ‘신 전략무기 감축협정(New START)’ 5년 연장 합의를 희망의 표지로 바라본다면서, 각국이 군축을 위한 책임감 있는 협력을 강조했습니다.

▷ 부활을 준비하는 이 시기에, 사순시기와 관련된 교황의 묵상을 다시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듯합니다. 몇 가지만 소개해주시죠.

▶ 교황님은 지난달 21일 삼종기도에서 ‘광야’를 강조하셨습니다. 그러면서 광야는 물리적인 장소가 아니라 우리의 실존적 차원이라고 설명하셨습니다. 또한 지난달 17일 재의 수요일 미사 강론에서 교황님은 우리가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을 찾기 위한 시간을 사순시기로 설명하시면서, 사순시기는 “‘희생의 잔꽃송이들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식별하는 때”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아울러 지난 2019년 3월 6일 재의 수요일 예식을 통해 예수님께서는 그저 그런 안일함에 빠지지 않는 삶으로 우리를 부르신다면서, 우리가 예수님의 요구대로 사는 것은 참으로 어렵지만, 그 요구가 우리를 진정한 목표로 이끌어준다고 설명하셨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2월 26일 수요 일반알현 때는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증폭되는 수많은 언어폭력으로 오염된 환경에서 우리가 살고 있다고 지적하시며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사순시기는 하느님의 말씀에 자리를 내어주는 데 적절한 때입니다. TV를 끄고 성경을 펼치는 때입니다. 휴대폰을 끄고 복음과 친숙해져야 하는 때입니다. 제가 어렸을 때는 TV가 없었지만, 대신 사순 시기 동안 라디오를 듣지 않는 습관이 있었습니다. 사순시기는 휴대폰을 끄고 복음과 친숙해지기 위한 광야이며, 끊어버리는 때입니다. 사순시기는 불필요한 말, 잡담, 소문, 험담들을 끊어버리고, 주님께 ‘당신’이라고 부르며, 주님과 대화하는 때입니다.”


▷ 교황청의 사순시기 연피정 기간에 새로운 묵상 시리즈가 텔레비전 방송으로 공개됐다는 소식이 있군요.

▶ 교황청 신앙교리성 차관 자코모 모란디 대주교님이 가톨릭 방송 네트워크인 텔레파체(Telepace)와의 협업하여 ‘죄에서 구원된 복음 선포자들’이라는 주제로 묵상 시리즈 방송이 마련됐습니다. 지난주에는 네 번째 묵상이 있었는데요. 죄가 일상이 될 때 마음이 굳어지는 현상, 말하자면 완고한 마음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완고한 마음’이라고 표현했지만 사실 이는 다소 의학적인 표현이기도 한 비유적인 표현인데요. ‘경화’라고 하는 딱딱해지는 현상을 뜻하기도 합니다.

모란디 대주교님은 중풍병자의 비유를 풀이하시며 죄가 병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딱딱하게 만들었다면서, 죄가 사람들로 하여금 예수님에게서 병의 치유만 바라보게 만들었지 자신들의 죄의 용서를 바라도록 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하셨습니다. 모란디 대주교님은 자신의 죄를 인식하는 사람이 죽은 사람들을 부활시킨 사람보다 더 위대하다는 7세기의 교부 니네베의 이사악의 말씀을 인용하시면서, 우리가 우리 자신의 내면으로 들어가지 않고 다른 사람들의 죄를 알아내는데 박사학위를 갖고 있다고 지적하셨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스스로를 죄인으로 인정한다면, 그래서 베드로가 운 것처럼 하느님에게서 눈물의 은총을 받는다면, 우리의 굳어진 마음이 산산이 부서지는 체험을 하게 된다고 설명하셨습니다. 아울러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용서할 수 없으며, 오직 하느님 아버지만이 용서하실 수 있다고 강조하셨습니다.

▷ 지난해 10월 10일 복자품에 올랐죠. 인터넷의 수호성인이라 불리는 카를로 아쿠티스. 이번에 복자 카를로에 대한 전기가 새롭게 출간됐다면서요.

▶ 최근 바티칸 출판사는 복자 카를로 아쿠티스의 전기 『컴퓨터 공학에서 천국으로: 카를로 아쿠티스』의 첫 개정판을 출판했습니다. 이는 성인품으로 가기 위한 성덕의 명성과 관련이 있는데요. 교황청 시성성 장관 마르첼로 세메라로 추기경님은 그동안 복자 카를로의 유해가 안치돼 있던 아시시의 산타 마리아 마조레 성당에서 신자들과 순례자들을 보며 복자 카를로의 성덕과 평판이 점점 커지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합니다.

앞서 말씀하셨듯 성인이 되지도 않았는데 이미 ‘인터넷의 수호성인’이라는 칭호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는데요. 수호성인이 되려면 카를로의 중재로 인한 기적이 인정돼야 합니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 사태로 증인과 증거들을 수집하기 위한 작업이 어려워지고 있는데요. 그럼에도 인터넷의 수호성인이라는 칭호로 성인품에 오르는 방향은 확고해진 것으로 보입니다.

▷ 교황의 세 번째 회칙이죠. 「모든 형제들」. 우리말로 번역되기도 했는데요. 종교 간 대화를 위한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소식이 있군요.

▶ 오는 3월 3일 「모든 형제들」의 러시아어 번역본의 공식 출판기념회가 열리는데요. 이 번역 작업은 특이하게도 러시아 무슬림 협회의 후원을 받아 이뤄졌습니다. 번역작업이 종교 간 대화의 작업이었다고 할 수 있는데요. 러시아어 번역본은 지난해 12월 24일에 출간됐지만 이번에 공식 출판기념회를 통해 러시아 정교회, 유다교 등 다양한 종교, 학계, 사회단체의 대표들을 한자리에 초대했습니다.

또한 「모든 형제들」 러시아어 번역본은 ‘종교 간 대화’라는 제목의 총서를 발간하는 물꼬를 틔우기도 했는데요. 모스크바의 파올로 페치 대주교님은 이번 작업을 통해 종교와 문화 간 대화가 실질적인 결실을 맺지 못한다는 세간의 오해를 넘어서고, 진정한 ‘만남의 문화’를 일구어 희망을 회복하고 재창조를 이루는 일이라고 평가했습니다.

▷ 지난 주일은 사순 제2주일이었습니다. 이날 삼종기도에서 교황께서는 무슨 말씀을 하셨나요.

▶ 교황님은 지난달 28일 사순 제2주일 삼종기도 훈화에서 예수님의 변모 사화를 풀이하시며 이 세상에 사랑과 희망을 전하라고 초대하셨습니다. 교황님은 이것이 그리스도인의 사명이라고 강조하셨는데요. 먼저 산에서 거룩하게 변모하신 예수님의 모습을 우리가 바라보고 관상하는 것은 부활을 미리 체험하는 것이라고 풀이하셨습니다. 하지만 베드로 사도처럼 산 위에서 부활의 감미로움을 우리만을 위해 누릴 수는 없다고 지적하시면서, 그러한 태도를 ‘영적 게으름’이라고 명명하셨습니다. 교황님은 이러한 영적 게으름을 조심해야 한다면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우리는 이러한 영적 게으름을 조심해야 합니다. ‘우리의 기도와 전례는 괜찮아. 우린 이걸로 충분해.’ 아닙니다. 그래서는 안 됩니다! 산에 오르는 것은 현실을 잊어버린다는 걸 뜻하지 않습니다. 기도하는 것은 고된 삶에서 도피하는 게 결코 아닙니다. 신앙의 빛은 아름다운 영적 느낌을 위해 필요한 것도 아닙니다. 그런 것이 아닙니다. 그런 것은 예수님의 메시지가 아닙니다. 우리는 그리스도와의 만남을 체험하라고 부름 받았습니다. 그리스도와의 만남을 통해 그리스도의 빛을 받고, 그 빛을 전하며, 어디든지 그리스도의 빛을 비출 수 있도록 말입니다. 사람들의 마음에 작은 빛을 점화시켜야 합니다. 사랑과 희망을 전하는 복음의 작은 등불이 돼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그리스도인의 사명입니다.”


▷ 네. 교황의 말씀과 행보, 그리고 교황청의 동향을 살펴보는 <바티칸은 지금>, 김근영 번역가와 함께했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cpbc 김원철 기자(wckim@cpbc.co.kr) | 입력 : 2021-03-02 17:00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pbc 가톨릭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윤재선입니다>'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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