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로 읽는 세상] 김헌식 평론가 "`미나리` 외국어영화상 후보, 골든글로브 `변화해야`"

[문화로 읽는 세상] 김헌식 평론가 "`미나리` 외국어영화상 후보, 골든글로브 `변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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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2-12 17:00

○ 방송 : cpbc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 진행 : 윤재선 앵커
○ 출연 : 김헌식 문화평론가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인터뷰 전문]

문화 현상을 통해 우리 사회의 문제를 짚어보고 대안을 생각해보는 <문화로 읽는 세상>

김헌식 문화평론가와 함께 영화 ‘미나리’의 골든글로브 후보와 인종 차별 논란에 관해 생각해보겠습니다.


▷평론가님,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요즘 영화 ‘미나리’가 해외에서 화제인데, 영화 이름이 `미나리`인데 혹시 그 뜻이 뭔지 설왕설래했는데 정확한 뜻이 뭔가요?

▶영화 `미나리`가 미국의 시상식을 휩쓸며 세계적 관심을 끄는 가운데 국내외를 막론하고 영화제 제목에 대한 궁금증이 일고 있습니다. `미나리`가 사람 이름(mina LEE)인지 아니면 심오한 의미가 있는지 의견이 많았죠. 담은 새로운 단어인지 의견이 분분한 상황입니다. 정이삭 감독은 우리에게 익숙한 채소 `미나리`라고 했습니다. 여기에는 개인 경험이 들어 있는데요. 미국에서 나고 자란 정감독은 자신을 돌봐주기 위해 한국에서 온 할머니가 가져온 미나리가 자라는 모습을 보고 영화를 만들게 되었다고 밝혔습니다. 어떤 채소보다 잘 자라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고 하면서 미나리의 의미도 밝혔는데요. 정 감독은 미나리는 가족 간의 사랑이라고 했습니다. 미나리는 심은지 1년이 지나야 잘 자란다고 하면서 1년 동안은 적응 기간이고 그것이 잘 잡히면 어떤 채소보다 잘 자란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미나리의 질긴 생명력과 적응력이 정 감독의 가족과 닮았다고 했는데 그것은 한국인 모두에게 해당하는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미나리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질 듯해요, 이 영화가 좋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뭘까요?

▶일단 작품의 내용입니다. 영화 ‘벌새’처럼 이 영화도 한국의 가족주의에 대해서 희망적으로 다룹니다. ‘미나리`는 1980년대 미국 아칸소로 이주한 한국인 가족 이야기입니다. 맞벌이를 하는 부부에게 심장이 좋지 않은 남자 아이가 있어 돌봐줄 사람이 필요해 어머니를 한국에서 부릅니다. 할머니와 손자는 서로 다른 언어를 쓰기 때문에 소통이 되지 안씁니다 하지만 지혜와 노력을 통해서 가까워집니다. 한편 병아리 감별사가 하찮은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위는 농장의 꿈을 일구지만, 아내와 갈등을 일으키는데 뜻하지 않는 사건이 일어납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가 “최선을 다해 서로를 사랑하는 가족, 진실하고 따뜻한 이야기”라고 평한 것이 적절해 보입니다. 특히 순자 할머니 역의 윤여정은 일반적인 한국 할머니 같지만 전혀 다른 독특한 연기의 세계를 보여주어 호평을 받았습니다. 따뜻한 감동과 깊은 여운이 감도는 대사와 몸짓이 미국인들에게도 감동을 불러 일으키고 있습니다. 윤여정만이 아니라 팀 미나리라고 불리는 출연 배우들의 연기가 훌륭합니다.

주제의식도 생각해 봅니다. 주연 스티븐 연이 말했듯이 미나리는 오염된 물을 정화하는데 탁월합니다. 그리고 그 미나리는 모두 뿌리가 연결되어 있습니다.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정화가 탁월한 것이겠지요. 그 미나리의 뿌리가 가족 혈연이고 그 뿌리가 형성되기 까지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런 주제의식이 여타 영화제에서 작품상을 받게 했습니다. 엄마 `모니카` 역의 한예리는 "미나리는 사랑이다"라고 했습니다.참고로 정이삭 감독은 제60회 칸 영화제에서 이미 `문유랑가보`로 황금 카메라상을 받은 바 있습니다.


▷논란도 있는데요. 골든글로브를 주관하는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HFPA)는 최근 `미나리`를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올렸어요. 인종 차별 논란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데, 어떻게 된 건가요?

▶ 영화 ’미나리‘는 미국의 매우 많은 협회 시상식에서 상을 받아왔기 때문에 오스카(아카데미) 수상작으로 유력하게 손꼽혀 왔습니다.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와 할리우드리포터 등 다수 외신은 `미나리`가 오스카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연기상 후보에 내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영화 ’미나리‘는 실제로 감독상 작품상 연기상 등 많은 상을 받아왔고 전체 61관왕을 기록했죠. 미국영화연구소(AFI)가 선정한 10대 영화에도 미나리가 들어있는데요,

사실 AFI의 10대 영화 수상작들은 오스카와 골든글로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둡니다. 하지만 골든글로브의 발표에서 작품상. 감독상, 연기상 후보에 `미나리`는 없었습니다. 애초에 작품상 등이 아니라 외국어 영화상 후보에 오를 것이란 현지 매체의 예측과 전망이 나오면서 인종차별 주장이 제기되어 왔는데 이번 후보 발표를 통해 더 불이 붙었습니다. 아시아계 영화계만이 아니라 현지 영화인들은 "아시아계 미국인을 향한 고질적인 인종차별 문제가 드러났다."고 비판했습니다. 설마 했는데 역시나 그런 결과가 되어 씁쓸함을 넘어 분노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미나리`를 외국어 영화로 보는 것이 타당할까, 이것이 논란의 핵심인가요?

▶네, 골든 글로브를 주관하는 HFPA는 규정을 두고 있는데요, 영화 대사의 절반 이상이 영어가 아닌 외국어로 되어 있으면 외국어 영화로 구분하는 규정입니다. 지난해도 `페어웰`이 이 규정 때문에 외국어 영화상 후보에만 올라 파장이 있었습니다. 중국계 미국인 룰루 왕 감독이 제작했는데도 말입니다. 올해 `미나리`의 외국어 영화 분류도 인종차별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이삭 감독은 미국 국적 감독이고 미국에서 태어나 학교를 다녔고 활동을 미국에서 해왔습니다. 이 영화의 제작사는 할리우드 스타 배우 브래드 피트의 제작사 플랜B입니다. `문라이트`, `노예 12년` 등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을 만든 제작사입니다. A24가 북미 배급을 맡았는데 `문라이트`, `룸`, `레이디 버드`, `더 랍스터`, `플로리다 프로젝트` 등의 작품을 통해 오스카 수상을 이끌어 낸 배급사입니다.

더구나 소재도 미국에 정착한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단지 피부색이 다르고 영어 이외의 단어를 좀 더 많이 썼다고 외국영화라고 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입니다. HFPA 외신기자들이 스스로 골든글로브가 `로컬 시상식`라는 점을 자인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백인 미국 국적자들의 시각이 반영되는 시대에 뒤떨어지는 영화제라는 것이죠. 이런 자기모순적인 영화제는 미국이 유일할 것입니다. 더구나 객관적 저널리즘을 실현하는 기자협회가 그렇다니 말입니다.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HFPA) 규정대로 선택한 결과라고 해도 문제가 되는 게 앞서 외국어가 절반 이상 포함된 영화도 작품상 후보에 오른 경우가 있기 때문이라죠?

▶대표적으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2009)입니다. 영화 대사가 약 30%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70%, 영화 대사 대부분이 프랑스어·독일어였습니다. 하지만 작품상 후보에 올랐습니다. 알리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바벨`(2006)도 그렇습니다. 역시 영어 대사가 절반에 못 미쳤는데 작품상 후보를 올랐고 수상까지 했습니다. 이 영화에는 일본어, 스페인어, 아랍어 등 6개의 언어가 등장하기 때문에 이런 점은 골든 글로브의 모순을 말해줍니다.

유명 작가이자 퓰리처상 수상자 베트남계 미국인 비엣 타인 응우옌은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에서 `미국적이란 무엇이냐`라고 물었습니다. “언어가 `외국`의 기준이 된다는 주장은 미국에서 백인에게만 사실이고, 아시아계는 무조건 외국인으로 인식되는 듯하다."고 했습니다. 형평성에 맞지 않는 골든 글로브의 행태를 지적한 것이죠. 덧붙여 이러한 논란 속에서 정이삭 감독은 골든글로브 후보 발표 뒤 미국 매체 베니티 페어에서 "아시아계 미국인인 나는 외국인이 아닌데도 외국인처럼 여겨지기도 했다."면서도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는 악마화 대상은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골든 글로브의 자발적 변화가 필요합니다.


▷이번 골든글로브 시상식 후보 발표의 가장 큰 이변은 윤여정씨가 후보에 들지 못한 것이죠. 현지 언론이 더 비판적이었다고요?

▶윤여정은 영화 `미나리`로 미국 내 협회를 비롯 시상식에서 배우상 21개를 휩쓸다시피했습니다. 74세 한국 배우로는 놀라운 기록이라고 할 수 밖에 없는데요. 골근 글로브에서는 여우조연상 후보에 지명되지 않았습니다. HFPA 규정상 외국어 영화상 후보에 오르면 작품상 후보로 지명될 수 없지만, 작품상 외에 다른 후보에는 오를 수 있는데 말입니다.

LA타임스는 "가장 큰 실수"라고 했고, 할리우드리포트는 "대한민국의 메릴 스트립 윤여정을 제치고 `힐빌리의 노래`로 글렌 클로즈가 후보에 오를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엔터테인먼트 투나잇은 "더 큰 충격은 여우조연상 후보의 가장 유력한 후보로 예측된 윤여정이 조디 포스터의 깜짝 지명 때문에 빠졌다는 사실이다."라고 했습니다. 참고로 아카데미에서 아시아계 후보는 ‘사요나라’의 우메키 미요시, ‘모래와 안개의 집’의 이란계 미 배우 아그다슐루 쇼레, ‘바벨’의 일본 배우 키쿠치 린코 등 골든글로브 78년 역사에서 단 3명밖에 없습니다.


▷네, 여기까지 듣죠. <문화로 읽는 세상> 김헌식 문화평론가였습니다. 말씀 고맙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cpbc 윤재선 기자(leoyun@cpbc.co.kr) | 입력 : 2021-02-1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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