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로 읽는 세상] 김헌식 평론가 "자녀관리 앱, 자녀 동의 없으면 통제 수단일 뿐"

[문화로 읽는 세상] 김헌식 평론가 "자녀관리 앱, 자녀 동의 없으면 통제 수단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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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2-05 18:20

○ 방송 : cpbc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 진행 : 윤재선 앵커
○ 출연 : 김헌식 문화평론가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인터뷰 전문]

문화 현상을 통해 우리 사회의 문제를 짚어보고 대안을 생각해보는 <문화로 읽는 세상>

김헌식 문화평론가와 함께 `코로나시대 자녀관리 앱, 인권침해 논란`에 관해 생각해보겠습니다.


▷평론가님,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코로나19때문에 자녀관리 앱이라는 게 많이 사용되고 있다는데, 이게 어떤 건가요?

▶자녀 관리 앱은 PC는 물론이고 모바일에서 쓸 수 있는 앱인데요. 부모와 자녀 휴대폰에 부모용, 자녀용 앱을 각각 설치하면 부모가 자녀 휴대폰을 관리할 수 있습니다. 앱에 따라 앱의 차단과 승인은 물론이고 위치추적을 할 수도 있고 사용시간 한도 설정, 위해 사이트 차단 등 자녀폰의 앱 관리부터 통화 내역 확인까지 가능합니다.

구체적으로 자녀 휴대폰 관리 앱은 패밀리 링크, 모바일펜스, 키위 플레이, 엑스키퍼 등 종류가 다양합니다. 코로나19 사태가 확산하면서 늘었는데요, 데이터로도 확인가능합니다. 모바일 앱 데이터 분석 솔루션에 따르면 패밀리링크는 부모용, 자녀용 모두 1년 만에 일간 활성 사용자수(DAU)가 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갈등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보기에 따라선 자녀를 관리할 수 있는 효율적인 앱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텐데, 그런데 인권 침해 아니냐, 이런 반발이 나오고 있다면서요?

▶상당수 자녀들은 부모들의 지나친 통제와 원격 감시의 수단으로 사용된다고 합니다. 자녀의 스마트폰 사용 상태를 한눈에 열어볼 수 있는 기능이 문제라고 봅니다. 인터넷 접속을 통제하는 것은 물론이고 자녀들이 선택하는 앱 이용을 제한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이용한 웹사이트 목록과, 통화·문자기록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게 기능이 탑재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통화 문자 등 그 사용기록을 조회하는 것은 통신의 자유, 사생활을 침해라고 주장합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는데요. ‘청소년에 인권을 침해하는 청소년 보호앱을 없애주세요’ 라는 제목의 게시글에서 청원인은 “올바른 성 관념 형성을 위해 유해 사이트 차단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원격 위치 조회, 메신저 내용 확인, 통화 기록 확인, 접속 사이트 확인 등 사생활 침해가 될 수 있는 기능은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적었습니다. 청소년 관련 시민단체는 “철저히 기성세대의 편의를 위해서만 행해지며 청소년을 통제의 대상으로만 여기는 태도가 가장 큰 문제”라고 주장도 합니다. 이러한 점은 어떤 가치관이나 세계관의 문제라고 보는 것이며 이는 일정하게 공감할만한 점이 있습니다.


▷그런데 학부모들 입장에선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자녀관리 앱이 더더욱 필요하다, 그렇게 여길 수도 있지 않을까요?

▶학부모들 중에선 코로나19로 학교나 학원보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 스마트폰 이용을 관리해야 한다고 봅니다. 인터넷 접속이 잦아지면서 인터넷 콘텐츠에 과몰입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관리가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죠. 더구나 이른바 N번방 사건으로 높아진 디지털 성범죄 우려 때문에 무분별한 유해 사이트에서 자녀들을 보호할 필요가 있어 자녀관리 앱을 찾는 학부모가 늘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나이가 어린 자녀의 경우 온라인 강의를 들어야 해서 스마트폰을 사주었지만 걱정이 된다는 것입니다.

휴대폰 중독의 경우, 작년 코로나19 사태를 기점으로 늘어났습니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지난해 인터넷과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 진단 청소년은 22만 8120명이었습니다. 이전 해보다 2만 2018명이 늘었습니다. 과의존 위험군이란 일상생활에서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으면 금단 현상을 나타내는 심각한 장애를 겪는 수준을 말합니다. 한편 언론진흥재단은 만 세 살에서 아홉 살 아이들의 하루 평균 TV, 스마트폰 이용시간도 4시간 45분으로 정도라고 잠점 결론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분명 우려할 수 있는 현상은 있어 보입니다.


▷자녀들은 학습에 오히려 방해가 된다, 교우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런 반응을 보이고 있다면서요?

▶사실상 스마트폰을 2G폰으로 바꾸어 놓는다고 하는데요. 이용할 수 있는 사이트나 이용시간을 제한하게 되면 정작 모르는 문제에 대해 인터넷을 통해 자유롭게 찾아서 풀이를 할 수 없다고 합니다.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했더니 시간이 다 지나서 쓸 수 없는 경우도 있고 시간 압박 때문에 집중이 되지 않는다고도 합니다. 통제 모드 때문에 친구와 메시지를 나누다가 끊기게 되어 사이가 나빠진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부모가 통제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대화하기를 거부하는 친구들도 생겨난다고 합니다. 코로나 19 때문에 비대면 시간이 많아지고 있는데 말입니다. 물론 서비스에 따라 배려를 하기도 합니다. 어떤 서비스는 부모와 자녀가 합의한 시간만큼 자녀가 스마트폰 사용시간을 이용할수 있게 했지만, 자녀 의견이 반영되지 않고 부모의 일방적인 자녀 통제용으로 사용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자녀관리 앱들은 앱 마켓에서 별점 즉 고객 평가 점수가 낮은 편이라죠. 이렇게 낮은 게 학모들에게는 마케팅 수단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별점 테러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기도 하는데요. 이런 자녀관리 앱에서는 묘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자녀관리 앱은 평점이 1점과 5점의 극단으로 치닫게 되는데 이용자가 많은 앱일수록 그러합니다. 학부모들이 5점을 주는 앱들은 학생들에게는 1점이 많습니다. 청소년들이 쌓인 불만에 별점 평가를 매우 낮게 주기 때문에 거의 테러 수준이라고 합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매우 마음에 드는 앱일수록 자녀들에게는 매우 마음에 들지 않는 것입니다.

단순히 평점을 낮게 주는 것만이 아니라 청소년들은 관리 앱의 통제에서 벗어나려고 방법을 모색하는데 이 때문에 ‘패밀리oo 뚫는 법’ ‘모바일o스 삭제’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앱 개발사들은 청소년들 별점 하나는 이 앱의 진정한 가치를 반대로 증명한다고 주장합니다. 별점 테러를 오히려 홍보에 적극 활용하는 웃지 못할 상황도 펼쳐지고 있습니다. 인권 침해요소가 많을수록 훌륭한 앱이라는 것이라는 홍보는 바람직하지 않을 것입니다.


▷스마트폰 통제 앱이 실효성이 있다고 봐야 하는 건지, 전문가들의 평가는 어떤가요?

▶부모 주도의 통제는 효과가 없다는 주장들입니다. 더구나 자녀가 마음만 먹으면 앱의 통제를 벗어나는 방법에 쉽게 접근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실제 온라인 커뮤니티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일시적으로 이런 앱들을 해제하는 방법이 공유되고 있습니다. 오히려 불법적인 행동을 조장하거나 강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통제를 받으니 욕설 등 언어적인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게 된다고도 합니다. 이런 욕설조차 부모에게 통지가 됩니다. 사회관계망에서 터놓고 이야기할 수도 없습니다. 또한 이런 통제가 오히려 더 일탈을 강화하는데 머물지 않고 교묘한 방법을 찾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자율이 아니라 강제라는 점입니다. 디지털 이용에 문제가 있을 때 부모 등이 개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율 역량을 길러주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앞으로도 많은 정보와 관련 기술들이 나올 텐데 그것을 하나하나 통제라는 방법으로 관리한다는 것이 과연 유효한지 의문이라는 것입니다. 청소년의 스마트폰에 관리앱을 강제로 설치하는 방식에 대해 설문조사를 했는데요, 강제 설치에 찬성하는 응답자는 12.6%에 머물렀습니다. 이에 비해 `설치 자체를 반대한다(38.7%)`, `청소년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31.9%)`, `부모의 선택에 맡겨야 한다(16.8%)` 등이었습니다. 대체로 반대가 많고 자율을 더 우서하는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무조건 학부모의 개입이 인권 침해라고는 볼 수 없겠지만 자녀들의 의견을 얼마나 반영했는지는 언제나 살펴야 합니다.


▷현행 법이 문제라는 주장도 나온다는데, 현행 법에서는 어떻게 규정하고 있습니까?

▶현행법이 통신사에게 청소년의 스마트폰에 대해 의무적으로 부모에게 통제수단을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전기통신사업법 제32조와 동법 시행령 제37조에 따르면 청소년 보호법과 정보통신망법에 의거해 통신사업자는 청소년 유해매체물, 불법 음란 정보에 대한 접속을 차단하는 수단을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만약 차단 수단 앱이 삭제되었거나 15일 이상 작동하지 않을 경우에도 의무사항이 있는데요, 통신사업자가 매월 청소년의 부모에게 이같은 점을 통지해야 하는 의무까지 있습니다. 이런 법 조항이 있는 국가는 세계적으로 한국이 유일합니다.

관련 시민단체는 이런 전기통신사업법 조항을 `스마트폰 감시법`이라고 지칭하고 명명합니다. 청소년 사생활 침해 및 기본권 침해 등을 들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청구한 바가 있습니다. 자녀와 부모의 문제인데 국가가 나서서 개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봅니다. 이런 문제에 대해서 정부는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습니다 ‘해당 청소년의 법정대리인이 서면으로 불법유해 정보 차단 수단을 이용하지 않는다는 신청을 하면 차단 수단을 설치하지 않아도 되는 선택권을 부여한다’는 단서조항을 단 개정안입니다. 하지만 법 자체가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침해 소지가 강하기 때문에 아예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비등합니다.


▷그러면 이 문제 어떻게 해야하는 걸까요?

▶자녀관리 앱에 너무 의존하는 것도 좋지 않습니다. 자녀 관리(통제) 앱은 해킹될 수 있습니다. 개인의 상당한 내적 정보를 모아 전달하는 것이 목적인데 이 때문에 보안에 취약하면 해킹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도 매우 높습니다. 부모와 자녀가 모두 합의할 수 있는 규칙을 만드는 것이 필요합니다. 자녀 스스로 그 내용을 준수할 수 있는 권한을 갖도록 하는 점도 중요합니다. 부모가 매번 개입해 통제하는 것보다 함께 짜놓은 규칙안에서 불이익을 생각해 스스로 준수하도록 해야 합니다. 부모들도 일정한 규칙에 따라서 준수해야 합니다. 자녀들은 못하게 하고 자신들은 마음대로 한다면 자녀들의 동의를 얻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부당하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또한, 부모와 자녀의 관계가 우선이기 때문에 스마트폰에 의존하지 않게 하는 가족 간 관계의 돈독함이 우선입니다. 스스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단지 통제가 아니라 가족의 분위기 자체에서 나올 수도 있고 부모의 자화상일 수도 있습니다.


▷네, <문화로 읽는 세상> 김헌식 문화평론가였습니다. 말씀 고맙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cpbc 윤재선 기자(leoyun@cpbc.co.kr) | 입력 : 2021-02-05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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