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로 읽는 세상] 김헌식 평론가 "도 넘은 성적 대상화 개선하는데 힘 모아야"

[문화로 읽는 세상] 김헌식 평론가 "도 넘은 성적 대상화 개선하는데 힘 모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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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1-15 18:00

○ 방송 : cpbc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 진행 : 윤재선 앵커
○ 출연 : 김헌식 문화평론가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인터뷰 전문]

문화 현상을 통해 우리 사회의 문제를 짚어보고 대안을 생각해보는 <문화로 읽는 세상>

김헌식 문화평론가와 함께 `성적 대상화 콘텐츠 청원`에 관해 살펴보겠습니다.


▷평론가님,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최근 남성 아이돌을 성적 대상화하는 알페스 제작자와 독자들을 처벌해달라는 청와대 청원이 올라와 논란이 일었는데요, 알페스라는 게 뭔가요?

▶알페스는 팬픽 장르입니다. 팬픽(Fan Fiction)이라는 것은 팬 입장에서 픽션 즉 소설이나 만화를 창작하는 것입니다. 주로 아이돌이 등장하는 팬픽 창작은 H.O.T, 신화 같은 초창기 아이돌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최근에는 이미지나 동영상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알페스의 정확한 명칭은 리얼 퍼슨 슬래시(Real Person Slash)입니다. `알페스`는 `Real Person Slash`의 약자를 따온 RPS(알피에스)를 줄여서 말하는 것입니다.

알페스는 실존인물을 대상으로 커플을 등장시키는데, 대개 그 가운데에서도 동성 커플링(Slash)을 묘사하는 창작 장르입니다. 한국에서는 아이돌 팬덤 문화에서 발생한 팬픽의 중요한 부분 가운데 하나입니다. 동성 커플은 주로 `비엘(BL·Boy`s Love)`이라고 해서 남성 아이돌이 주류를 이룹니다. 하지만 알페스가 팬픽션의 전부도 아니고 같은 개념이 아니라 일부에 불과합니다. 하나의 팬덤 현상으로 불려져 왔는데 이것이 이번에 문제와 논란의 중심에 등장했습니다.


▷그런데 알페스 팬픽션이 왜 청와대 청원으로까지 올라온 것일까요?

▶성적 대상화를 넘어서서 범죄 행위라고 여기는 것인데요. 청와대 청원인은 “이미 수많은 남자 연예인이 이러한 알페스 문화를 통해 성적 대상화되고 있다.”고 하고 있는데 성적 대상화 수준에 머물지 않고 실제 실명이 등장하기 때문에 범죄 행위라는 주장입니다. 청와대 청원인은 “알페스는 실존하는 남자 아이돌을 동성애 소설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차마 입에 담기도 어려운 적나라한 표현을 통해 성관계나 성폭행을 묘사하는 성범죄”라고 주장했습니다. 무엇보다 그 대상자들이 나이가 어리다는 점을 들고 있고 “피해자 상당수는 아직 미성년자이거나 갓 사회초년생이 된 아이돌”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아직 가치관 형성도 덜된 이들이 이토록 잔인한 성폭력 문화에 노출돼 받을 혼란과 고통이 감히 짐작도 되지 않는다.“라고도 했습니다. 또한 청원인은 그들이 범죄행위라고 인지하면서도 자행하기 때문에 조치가 더 필요하다고 합니다. ‘알페스 이용자들 또한 자신의 행동이 범죄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서 팬덤 시장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 아니냐면서 뻔뻔히 자행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적극적으로 알페스 이용자들을 수사해 강력히 처벌해달라. 실존 인물을 대상으로 적나라한 성범죄 소설이 유통되지 않게 하는 규제 방안도 마련해 달라”라고 청원을 했습니다.


▷최근에 이렇게 논란이 일어난 것은 래퍼 가수들이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이라는데, 어떤 주장을 한 건가요?

▶알페스 논란은 지난 9일 래퍼 `손심바`가 SNS에 언급하면서 시작되었는데요. 손심바는 "실존인물을 대상으로 변태적 성관계를 하는 소설과 그림을 판매하며 심지어 옹호하기 바쁜 사람들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는 알페스만 지적한 것은 아닙니다. 알페스 외에도 “힙페스, 딥페이크를 합리화, 옹호하며 꿋꿋하게 소비하는 사람은 `음지문화`가 아니라 `성범죄`를 즐기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무엇보다 "모르고 저지른 것은 용서받을 수 있지만, 알면서도 저지르는 것은 용서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이러한 언급이 있고 나서 다른 래퍼들도 주장에 같은 맥락의 글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이 이런 알페스 소설에 올라와 있는 것을 예로 들며 비판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래퍼 이로한은 자신을 대상으로 한 알페스 소설 일부를 발췌해 올리며 "역하다. 알페스는 성범죄"라고 했습니다. 이런 가수들이 주장하는 것은 당사자들이기 때문이겠는데 당사자만이 아니라 인터넷에서는 성착취물이기 때문에 `n번방` 사건과 같다는 주장도 비등합니다.


▷경찰이 수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요.‘알페스’문제에 대한 법적 처벌 가능성, 어떻게 볼 수 있을까요?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피해자 조사를 시작으로 수사에 착수할 계획을 밝혔습니다. 알페스 콘텐츠는 여성·남성 아이돌 가리지 않지만 특히 미성년자 아이돌 멤버가 등장해 아동청소년보호법(아청법) 위반일 수 있습니다. 집단적으로 구성원을 모아 시도하면 범죄단체수괴죄가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다만, 이 법에서 규정한“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은 필름ㆍ비디오물ㆍ게임물 또는 컴퓨터나 그 밖의 통신매체를 통한 화상ㆍ영상 등의 형태로 된 것 등 주로 영상물에 한정됩니다.

그 다음으로 음란성 정도가 문제가 되는데요. 음란성이 밝혀지면 정보통신망법상 음란물 유포죄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성폭력특례법 제13조에 따르면, 본인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인터넷 등 통신매체를 통해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 글, 영상 또는 물건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습니다.이런 알페스를 미성년자가 작성한 경우 부모가 책임을 질 수도 있습니다. 민법 제755조(책임무능력자의 감독자 책임)에 따라, 미성숙 등의 이유로 법적으로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상대(책임무능력자)라면 법적인 책임이 있는 사람. 즉, 부모 또는 보호자가 대신 처벌을 받거나 배상을 하게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사이버명예훼손은 친고죄가 아니라 당사자가 아닌 팬이 고소할 수 있습니다. 음란성이 인정되지 않아도 당사자인 연예인이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창작자·유포자를 고소할 수 있습니다. 아직 고소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려집니다. 팬픽션이 적절한 창작행위인지 본격적인 법적 판단이 이뤄지는데는 당사자들의 의견과 입장이 우선 되어야 할 겁니다.


▷반면 일각에서는 `팬덤의 놀이문화일 뿐`이라는 취지의 반박이 나왔다면서요?

▶이들은 이러한 알페스 콘텐츠에 실존인물의 이름이 나오지만 실제로는 팬들이 창작하는 연애 소설 정도라고 주장합니다. 또 실제 피해를 입은 사람이 없는데 성범죄라고 하는 것은 억지라는 주장도 하고 있습니다. 또 여성을 성착취하고 음란 동영상까지 만들어 공유한 `n번방` 사건과 알페스를 직접 비교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 의문을 표하기도 합니다. 피해자가 버젓이 있는 사례와 가상 팬픽션을 동일하게 비교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주장입니다.

알페스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 대부분은 비판적 의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조심하고 있는 분위기도 있는데 알페스 전체를 비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더구나 기획사들이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 일부러 방관하고 있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악플러는 고소하면서 알페스 같은 팬픽션은 방치하는 속내에 대해서도 비판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알페스 문제만이 아니라 팬문화 안에 성차별적이고 편견에 가득찬 그런 내용들이 많다는 지적도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네, 맞습니다. ‘알페스’만이 아니라 케이팝 팬덤 안에서 성적 대상화 관성은 완전히 빠졌다는 것이 지적됩니다. ‘알페스’ 처벌을 주장하는 남초 커뮤니티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금도 여성 아이돌의 신체 부위를 성적 상품화, 대상화하면서 품평하는 글들이 베스트 게시판을 지배하다시피 합니다. 알페스라는 것에 대해서 의식이 있는 것처럼 지적하지만 여성 아이돌을 성적 도구화, 노예화하고 있는 행위는 모순적이고 자가당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아이돌 팬덤에는 ‘알페스’보다 노골적이고 직접적인 방식의 성희롱이나 모욕도 많습니다. 팬 사인회 등의 이벤트에서 여성 아이돌에게 반말을 하는 것처럼 하대를 하고, 실시간 방송 채팅창에서는 언어 성희롱이 빈번합니다.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이런 모욕을 감내해야 하는지 의문이고 미성년자 청소년들에게 이런 언어들이 가해지고 있습니다. 인터넷에 검색을 하거나 콘텐츠를 볼 때 당사자가 느끼는 심리적 고통이나 상처를 생각하지 않는 것이고 이런 것도 범죄라고 볼 수 있으며 팬덤 문화가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알페스` 논란 자체가 성대결을 부추기려는 도구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있던데요, 이건 어떻게 보고 계세요?

▶진심으로 아이돌 그룹 멤버들의 인권에 관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남성 위주의 `성착취` 논란이 부각될 때마다 여성 쪽을 비판하는 대응으로 나왔다는 지적입니다. 지난해 미성년자·여성을 대상의 텔레그램 n번방 성착취 사건에서도 남초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팬픽` 문화가 인권 유린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비등했는데 이 팬픽을 주도하는 중심에 여성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남성 아이돌들이 주로 피해를 본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인데 이에 맞서서 여성들은 불법 촬영 등의 피해를 부각시키게 되는 것입니다.

이번에는 AI 인공지능 채팅 로봇 `이루다` 논란을 희석시키기 위해서 알페스 논란이 키워졌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AI `이루다`의 사용자들이 주로 남성들인데 여성,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에 가해지는 성희롱과 성차별적인 발언을 많이 유도하다보니 결국 서비스를 중단하는 사태까지 일어났습니다. 이런 점이 알려지면서 비판에 직면하게 되자 다시 남초 커뮤니티에서 알페스를 들면서 공격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인공지능 `이루다`보다 알페스라는 팬픽션이 더 성착취적이고 인권침해적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여성을 공격하기 위한 수단화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과연 이렇게 같이 비교할만한 대상인지, 성 대결 양상이 본질인지,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이 무엇인지 더 생각해야겠습니다.


▷여성의 얼굴을 기존 영상에 합성하는 ‘딥페이크(Deepfake)`물에 대한 수사와 강력 처벌을 요구하는 국민청원도 올라와 하루 만에 20만 동의를 넘겼더군요. 여기에도 남녀 성대결이 불거지고 있다는데 어떻게 봐야 할까요?

▶지난 1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여성 연예인들을 고통받게 하는 불법 영상 딥페이크를 강력히 처벌해주세요’라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해당 청원은 하루 만인 13일 오후 1시30분 기준 20만이 넘는 동의를 받았습니다. 국민청원 글이 30일 내에 20만 명이 동의하면 청와대나 관계부처가 답해야 하죠. 청원인은 “딥페이크는 명백한 범죄”라고 하며 “피해자의 영상은 각종 소셜미디어에 유포되어 걷잡을 수 없이 퍼지고 있으며, 피해자들은 성희롱, 능욕 등 악성 댓글로 고통받는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청원인은 “피해자 가운데에는 사회 초년생인 미성년 여성들도 있다.”라고 하면서 “그들이 공공연하게 성범죄에 막연히 노출되고 있는 현실에 딥페이크 사이트 운영자와 이용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수사를 촉구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남초 커뮤니티에서는 알페스 논란을 물타기 위해서 이런 청원이 올라왔다고 비판했는데요. 심지어 알페스는 팬픽션이고 딥페이크는 팬아트라는 해괴한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그렇지 않습니다. 딥페이크는 그 자체가 전부 음란물이기 때문에 비교 대상이 될 범주가 아닙니다. 딥페이크와 팬픽션을 남녀 이분법으로 접근하는 것 자체가 잘못입니다. 우리 사회의 성차별, 성대상화, 상품화, 착취적인 내용들이 반영된 무엇이라도 그것을 바꾸고 개선하는데 힘을 모아야 하는 것이 본질일 것입니다. 그러한 남녀 성대결을 조장하고 반사이익을 얻는 포털과 커뮤니티, 언론 미디어의 반성과 제재도 필요해 보입니다.


▷네, <문화로 읽는 세상> 김헌식 문화평론가였습니다. 말씀 고맙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cpbc 윤재선 기자(leoyun@cpbc.co.kr) | 입력 : 2021-01-1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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