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로 읽는 세상] 김헌식 평론가 "정부, 예술인들이 왜 고용보험 수혜를 거부하는지 살펴야"

[문화로 읽는 세상] 김헌식 평론가 "정부, 예술인들이 왜 고용보험 수혜를 거부하는지 살펴야"

Home > NEWS > 스포츠/문화
입력 : 2020-12-11 15:59

○ 방송 : cpbc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 진행 : 윤재선 앵커
○ 출연 : 김헌식 문화평론가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인터뷰 전문]

문화 현상을 통해 우리 사회의 문제를 짚어보고 대안을 생각해보는 <문화로 읽는 세상>

김헌식 문화평론가와 함께 `예술인 고용보험 적용 시행 성과와 한계`에 관해 생각해보겠습니다.


▷평론가님,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그동안 고용안전망 사각지대에 있던 예술인들도 어제부터 고용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는데, 예술인 고용보험은 어떤 제도인가요?

▶예술인 고용보험은 예술활동 준비 기간에 불규칙한 수입 등 불안한 처지에 놓인 예술인을 보호하려는 제도입니다. 지난 5월 20일 예술인 고용안전망 강화에 필요한 `고용보험법` 및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서 관련 시행령 개정에 따라 시행된 겁니다. 1993년 고용보험법이 제정되었고, 1995년 고용보험제도가 처음으로 시행된 지 약 25년 만에 예술인도 `당연적용 대상`에 포함된 것인데요, 전체 예술가 17만명 가운데 7만명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9개월 이상 가입을 하게 되면 이후에 혜택을 받게 됩니다. 정부는 예술인을 먼저 적용하고 이후 택배기사 등 특수고용직 종사자(특고), 프리랜서, 자영업자 등도 전국민 고용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며 고용안전망을 확대해나간다고 밝혔습니다.


▷주요 내용도 살펴볼까요. 먼저 가입 자격은 어떻게 되나요?

▶고용보험 적용을 받는 예술인은 문화예술용역 관련 계약을 체결해야 합니다. 용역 계약을 하고 노동을 제공해야 합니다. 이런 노동 계약 없이 스스로 작품 활동을 하는 경우에는 제외합니다. 이는 사업주, 경영자라고 보는 것입니다. 자격은 `예술인 복지법`에 따라 예술활동 증명을 받은 예술인이 포함됩니다. 예술인활동증명서를 받은 사람이 문화예술 용역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외에 신진·경력단절 예술인도 포함되도록 했습니다. 각 문화예술 용역 관련 계약으로 얻은 소득이 월평균 50만원 미만이면, 고용보험 적용에서 제외됩니다. 적은 소득을 얻었다면 오히려 보호를 해주기 위해 적용되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그 반대입니다. 취미 활동으로 예술작품을 발표하는 이들은 적용에서 제외한다는 취지입니다. 두 곳에서 돈을 받는 내역이 50만원이 넘으면 본인의사에 따라 적용이 됩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적용을 받는 예술가들에겐 어떤 혜택이 주어지나요?

▶예술인이 만약 노동계약 관계에서 실직한다면 구직급여를 받을 수 있습니다. 노동 제공직을 잃기 이전 24개월 가운데 9개월 이상 보험료를 납부해야 하는데요, 그렇게 하면 이후 120일에서 270일간 급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소규모 사업의 저소득 예술인은 두루누리 사업을 통해 고용보험료를 80% 지원받을 수 있게 했는데, 지원대상은 근로자 10인 미만 사업장의 월보수 220만원 미만을 받는 예술인과 그 사업주입니다.

일반 노동자와 대비되는 점도 있는데요. 임금노동자의 경우 스스로 그만둘 경우 구직급여를 받을 수 없으나 예술인은 소득 감소로 스스로 계약을 중단하면 적극적 재취업 노력에 따라 수급 자격을 줍니다. 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소득 감소로 이직하면 가능합니다. 소득 감소가 원인인 이직의 인정 기준은 이직일 직전 3개월 동안 소득이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20% 이상 감소해야 합니다. 구직급여 하루 상한액은 근로자와 동일하게 6만6000원으로 정했습니다.또한, 앞으로 임신한 예술인도 출산급여를 받습니다. 조건은 출산일 전 3개월 이상 보험료를 납부하고, 출산 전·후에 일을 할 수 없게 된다면 출산전후 급여를 출산일 직전 1년간 월평균 보수의 100%를 90일간 받을 수 있는데요. 다둥이의 경우 120일 동안 받을 수 있습니다.


▷보험료를 내야 혜택을 받는 제도인데, 예술인들이 보험료를 어느 정도나 내야 하나요?

▶우선 보험료 산정을 위해서는 소득 기준이 필요하겠지요. 예술인이 받는 보수가 기본인데요, 여기에 실업급여 보험료율(1.6%)을 곱해서 정합니다. 이를 예술인과 사업주가 각각 절반씩 부담하게 됩니다. 월 보수 220만원 미만인 저소득 예술인과 예술가의 고용 사업주는 고용보험료의 80%를 정부에서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애초에 보험료를 낼 수 없는 예술인들이 있다는 지적이 있어서 정부가 지원하는 예산이 늘었습니다.산업화가 안되어 영세한 업체들이 많기 때문에 배우나 스텝을 고용한 제작사는 부담이 있을 수있고 이렇게 되면 그들에 대한 일자리를 과연 유지할 수 있을 지도 불안합니다.

한편, 예술인과 일을 하기로 계약을 한 사업주가 해야할 일이 있는데요, 예술가에도 일을 준 날의 다음 달 15일까지 해당 예술인의 고용보험 자격 취득 사실을 근로복지공단에 알려야 합니다. 사업장에 노동자가 없어 고용보험에 가입되지 않았다면 첫 예술인에게 노동을 제공받은 날에서 14일 이내에 고용보험 가입도 신고해야 합니다.


▷그런데 현실적인 문제점들도 지적되고 있더군요. 예술가들의 소득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다는 점, 또 하나는 예술인활동증명서를 발급받은 문화예술인이 얼마나 되는가 하는 점 아니겠어요?

▶개인 소득이 없다고 대답하는 예술가들도 상당한데 그렇다면 이들이 취미로 활동하는 아마추어라고 규정하는 것도 무리가 있습니다. 문체부의 2018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수입이 연 500만원이 되지 않는 예술가들이 56.2%에 달했습니다. 또한, 수입을 일정하게 증명을 할 수도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계약서를 체결하고 일을 하지 않는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올해는 코로나 19 때문에 일이 대폭 줄었기 때문에 소득이 0원에 가까운 예술가들도 많을 것입니다. 또한 예술인 활동증명서 발급이 그렇게 쉬운 것만은 아닙니다. 한 조사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예술활동증명을 신청하지 않았다"는 응답이 전체의 67.1%였나 되었습니다. 이렇게 한정적인 숫자인 것은 증명 과정이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입니다. 예술가들의 특성상 자신을 예술가라고 스스로 밝히라고 하는 것은 자존심이 상하는 일입니다.


▷`예술인` 정의가 협소하게 규정되어 있는 것도 문제로 꼽히던데요. 이 때문에 대거 빠지는 문화예술인들도 있다면서요?

▶방송작가가 대표적입니다. 해당 시행규칙은 방송작가를 `1편 이상의 대본을 드라마·예능·교양 프로그램을 통해 발표한 자`로 정의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보도 분야나 에능 프로그램의 방송 작가는 고용보험 적용 대상에서 아예 배제가 됩니다. 더구나 방송작가들은 대부분 계약서를 쓰지 않습니다. 방송작가유니온이 2019년 방송작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74.8%가(434명) 구두계약을 맺고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3년전 문화체육관광부의 표준계약서 마련은 권고에 불과합니다. 또 문학분야 작가는 문화예술인에 포함하지만 실제 출판에 관련한 이들은 빠지게 되는데 예컨대 책 편집자, 디자이너, 일러스트 등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제외가 되는 것입니다. 출판이 어렵다보니 계약서 없이 외주로 일하는 이들이 더 늘고 있습니다.

과연 예술인복지법상 예술활동 증명을 근거로 고용보험에 가입하게 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 방식인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방송작가는 물론 출판 등 문화예술계에 종사하는 이들이 폭넓게 고용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게 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또한 방송사, 플랫폼 거대기업들이 보험 미신고, 하청 외주사에 보험료 떠넘기기를 할 수 있는데 이때 처벌이 과태료 수백만원에 불과한 현실은 문제이기 때문에 강력한 벌칙 규정도 필요합니다.


▷그렇겠네요. 이런 표현이 어울리지는 않는 것 같은데요. `다른 사람을 사용하지 않고 직접 노무를 제공해야 한다`는 조항도 한계가 있다는데, 왜 그런 건가요?

▶이러한 조항이 예술인들이 고용보험의 적용을 받을 수 없게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방송이나 공연 제작 현장에서 스텝들은 팀별로 계약을 하기 때문에 동료나 팀장과 계약을 하게 되는데 이들은 고용주나 사용자가 아닌 법적 지위에 있게 됩니다. 따라서 고용관계가 성립할 수가 없어서 고용보험 적용자의 자격을 가질 수 없습니다. 또한 예술계에서는 조수를 쓰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경우 조수를 쓰게되면 고용 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합니다. 협업이나 공동창작을 하는 경우에는 직접 노동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쓴 경우가 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점은 문화예술계의 특수성을 반용하지 못한 것입니다. 용역 계약이 다단계로 이뤄지는 경우 사업주가 누가 될지 분명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외에 또 어떤 문제가 있을까요?

▶피보험단위기간을 2년에서 9개월 이상으로 줄였는데요. 이것이 과연 실효성이 있는지 지적합니다. 공연의 경우 3-4개월짜리가 많고요. 폐막일을 정하지 않은 오픈런 공연도 6개월 이상을 하지 않습니다. 더블 캐스팅을 하는 경우도 있고요. 그래서 2-3명이 요즘에는 나눠서 배역을 하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9개월 이상 활동을 했다고 해도 실제 따지면 그렇지 않을 수 있는 것입니다. 또한 9개월 동안 가입을 하기때문에 실제 혜택을 받는 것은 내년 10월 이후에나 가능합니다.

한편 9개월 중 3개월은 피보험 가입 요건을 채워야 한다고 했는데 겸업을 하는 경우 통상 6개월을 피보험 가입 요건을 채우는 것보다 3개월이 많은 셈이 됩니다. 또한, 예술 강습이나 강의, 강연 등의 문화예술교육 활동도 문화예술활동으로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고용보험법의 특례규정으로 편입시킨 것도 문제입니다. 노동자 지위 불인정, 쪼개기 용역계약 등이 우려됩니다.


▷이런 문제들에 관해서 정부는 어떤 입장을 보이고 있는 건가요?

▶정부는 자격 조건은 불가피한 점이 있다고 말합니다. 고용보험이 본래 일정 소득 이상 있는 분들이 납부한 재원으로 실업급여 등을 지급하기 때문에 어쨌든 소득 기준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현행 법을 최대한 폭넓게 해석해 적용할 것이라고 했고요, 적용 여부가 모호한 문화예술계 종사자에 대해선 피보험자격심의위원회의 운영을 통해 심도 있게 자격 여부 등을 판단하겠다고 했습니다. 계약서의 경우, 서면계약서가 없어도 계약이 입증될 수만 있다면 직권을 통해서 보험에 들 수 있게 한다는 것입니다. 간이 계약 양식도 개발하고 서면계약서 미작성 집중단속을 하겠다고 했는데 단속으로 해결 될 일은 아닌 듯 싶습니다.

근로복지공단에 예술인가입 지원전담팀과 예술인 가입확대 추진 TF가 만들어지고 운용 지침서를 제작·배포하고 있습니다. 제도적으로 정책을 펴도 결국에는 이러한 정책적 수혜를 거부하거나 응하지 않는 예술가들이 외려 도움이 필요한 진정한 정책 대상자라는 점을 인식하고 특수 사각 지대에 있는 그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현금지원인지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작품 발표의 기회를 통해서 많은 국민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많이 만드는 것이 문화간접자본이라는 점을 생각해 봅니다.


▷네, <문화로 읽는 세상> 김헌식 문화평론가였습니다. 말씀 고맙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cpbc 윤재선 기자(leoyun@cpbc.co.kr) | 입력 : 2020-12-11 15:59

■ 인터뷰 및 기사를 인용보도할 때는 출처 'cpbc 가톨릭평화방송'을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가톨릭평화방송 · 평화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