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눈] 최용진 "종교 지도자는 신뢰를 다시 회복할 수 있을까"

[사제의 눈] 최용진 "종교 지도자는 신뢰를 다시 회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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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11-27 15:36 수정 : 2020-11-27 17:00

스승은 자기를 가르쳐 이끌어 주는 사람으로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만큼 존경을 담은 말이겠죠.

지난 7일 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한 혜민 승려는 자신의 일상을 공개했습니다. 절이 아닌 풍경이 좋은 서울 도심 단독주택에서 거주하는 모습에 실망한 사람들의 비난이 쏟아졌고 혜민 승려는 “나는 건물주가 아니라 세 들어 살고 있다”고 밝혔지만 결국 “모든 활동을 내려놓고, 부처님 말씀을 다시 공부하고 수행하겠다.”라고 말했습니다. 혜민 승려 논란에 불교계는 공식적인 논평을 내놓지는 않았습니다.

사전 선거운동과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중인 전광훈 목사는 한 집회에서 ‘하나님, 나한테 까불지 마’등의 발언으로 신성 모독과 이단 시비가 있었지만 올해 교단총회에서 아직까지 전광훈 목사를 이단성 인물로 지정한 교단은 없었습니다.

미국의 매캐릭 전 추기경은 존경받는 성직자였지만 성범죄 논란이 발생하면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매캐릭 추기경에게 성무 정직 처분을 내렸고 작년 초에는 교회 재판에서 20여 년 넘게 성범죄가 지속적이고도 반복적으로 이뤄졌던 것으로 밝혀지면서 유죄가 선고돼 사제직마저 박탈당했습니다.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종교 인구는 총 2,155만 명(43.9%), 무종교 인구는 2,750만 명(56.1%)으로 무종교 인구가 595만 명 가량 더 많았습니다. 종교인은 2005년보다 9.0% 감소했습니다.

2017년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조사결과 초등학생들은 7개 직업 가운데 종교인을 가장 신뢰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목자라는 자들이 알아듣지도 못한다. 모두 제 길만 쫓아가고 저마다 예외 없이 제 이익만 쫓아간다.”(이사야 56,11)

스승으로 불려야하는 종교 지도자는 과연 신자들을 올바른 길로 인도할 수 있을까, 다시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까에 대한 무거운 질문이 던져지고 있습니다.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교만한 성직자는 마귀와 같은 축에 드는 것”이라고까지 말했습니다.

교황청은 매캐릭 전 추기경의 성범죄 의혹에 대해 2년간의 진상조사를 벌였고 그 결과로 450쪽 분량의 보고서를 지난 10일 공개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1일 수요 일반알현에서“우리 삶의 방식이 우리가 외우는 말과 어긋나고, 이를 깨달을 때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교회 공동체로서 우리는 우리가 있었어야 할 곳에 있지 않았으며 수많은 삶에 가해진 피해의 정도와 중대함을 깨닫고도 제때 움직이지 못했음을 인정합니다.”라고 진솔하게 고백했습니다.

교계제도(敎階制度, hierarchia, hierarchy)는 각 품계(品階)에 임명된 성직자 전체를 가리키는 말로 교황을 중심으로 하는 교회체제의 기본이며 교회가 하나로 일치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이 ‘교계제도’ 때문입니다. 그리고 성직자의 권한과 의무도 있지만 처벌까지도 포함되어 자정 능력을 갖추고자 했습니다.

전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는 2018년 사제 성범죄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했습니다. 또한 김 대주교는 사제 성범죄 엄벌, 예방 교육 등에 대한 교회 입장도 밝혔습니다.

“사제들이 세속적인 문화와 쾌락의 폐단에 빠져 있다는 질책”이라면서,“속죄하고 통회하는 마음으로, 사제 성범죄에 대한 제보의 사실 여부를 철저히 확인하여 교회법과 사회법 규정에 따라 엄중하게 처벌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것이 교계제도를 지켜오는 또 다른 이유입니다.

학이불염 회인불권 (學而不厭 誨人不倦) 논어〈술이(述而)〉편에 “배우기를 싫어하지 않으며 남을 가르치기를 게을리하지 않는 것”이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이와 비슷한 말로 나지안조의 그레고리오 성인은“남을 깨끗하게 하기 전에 먼저 자신을 깨끗이 해야 하며, 가르치기 위해서는 배워야 하고, 비추기 위해서는 빛이 되어야 하며, 남을 하느님께 가까이 이끌기 위해서는 자신이 하느님께 가까이 가야 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올바른 성직자가 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기도와 성찰이 필요합니다. 멈추는 그 순간, 다시 죄의 유혹으로 빠지게 됩니다. 세월호 사고 당시 제자 19명을 구한 후 실종됐다가 54일 만에 구명조끼도 착용하지 않은 상태로 발견된 유니나 선생님을 기리며 모교인 경상대 사범대학은 지난 26일 유니나 교사의 추모비 제막식을 열었습니다.

“착한 목자는 양들을 위하여 자기 목숨을 내놓는다.”(요한복음 10,11)

오늘 <사제의 눈>은 “종교 지도자는 신뢰를 다시 회복할 수 있을까” 였습니다. 평화를 빕니다.

cpbc 서종빈 기자(binseo@cpbc.co.kr) | 입력 : 2020-11-27 15:36 수정 : 2020-11-2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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