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눈] 최용진 “기업도 손님도 왕이 아니다”

[사제의 눈] 최용진 “기업도 손님도 왕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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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10-30 18:24 수정 : 2020-10-30 18:24

한 해 중에서 10월 31일에 가장 바쁜 가수는 “시월에 마지막 밤~~이란 가사가 담긴 ‘잊혀진 계절’을 부른 이 용 씨입니다. 하지만 감상에 빠지기에는 너무 많은 일이 있었던 10월 한달이었습니다.

지난 25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향년 78세로 타계했습니다. 1987년 취임 당시 2000억원이었던 삼성전자의 순이익은 44조원이 넘는 수준으로 급증했고, 당시 국내 재계 3위에 그쳤던 삼성은 전 세계 5위 브랜드로 성장했습니다.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는 말로 경영혁신을 가져왔습니다.

10월 20일 한 택배노동자가 동료에게 유서를 문자로 보내고, 스스로 생을 마감했습니다.‘새벽6시에 일어나 밤 7∼9시까지 배달을 하는 상황에서 미래는 보이지 않았다’ 대한민국은 세계적으로 배달 서비스가 매우 발달한 나라로 조선 후기에 냉면이나 해장국을 배달시켜 먹었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입니다.

2010년대부터 배달 어플이 생기면서 배달 문화가 더욱 확대되었고, 2020년에는 1인 가구 증가와 코로나 19로 인해 배달 서비스가 폭발적 증가세입니다. 지난해에만 6조 원 규모에 달할 정도로 택배 산업이 급성장했습니다. 하지만 그로 인한 그림자로 택배 노동자의 사망사고가 연이어 나오고 있습니다.

“손님은 왕이다”리츠 호텔의 창업자 세사르 리츠가 한 말입니다. 하지만 “당신이 유다인들의 임금이요?”라는 물음에 예수님은 “네가 그렇게 말하고 있다”(마태오 27,11)라고 말씀하셨을까요?

기업은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다양한 경영전략을 세우고 이를 실천하는 주체입니다.

인건비 등을 최소 비용으로 해 최대 효과를 내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그로 인해 사회적 악영향도 존재합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1994년부터 2011년까지 17년 동안 판매된 가습기 살균제로 영유아와 사망하거나 폐 손상 등 심각한 건강 피해를 입은 피해자만 약 2,000여 명에 달하는 사건입니다.

지난 28일. 국가의 구제 급여 대상이 되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로 264명이 추가로 인정되면서 구제급여 지급 대상자는 3545명이 됐습니다.

CSR 이라고 불리우는‘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기업이 이윤 추구에만 집착하지 않고 사회의 일원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고 실천해야 할 의무를 말합니다.

1926년에 유한양행을 설립한 고 유일한 회장은 최초로 종업원 지주제를 실시하고, 가족이 아닌 회사직원을 후임 사장으로 지명하였고, 현시세로 6천억원 가령의 모든 재산을 사회에 기부하였습니다. 타계한지 50년이 됐지만 여전히 가장 존경받는 기업인에 손꼽히고 있습니다.

지난 4일, 프란치스코 교황의 세 번째 회칙「모든 형제들」에는 신자유주의의 폐해(168항) 등을 망라하며 이른바 벽의 문화를 만드는 것은 팬데믹 뿐만이 아니라 우리 욕심과 이기심, 무관심이며 이를 깨트리기 위해 우리가 모범으로 삼아야 할 것은 바로 착한 사마리아인이라고 합니다.(56~71항)

산업 재해 발생 시 사업주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중대재해기업 처벌법’이 20대 국회에 이어 21대 국회에서 발의됐습니다. 경영 책임자 등에게 손해액의 10배 이내를 배상하게 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징벌적 손해배상 조항은 범죄의 반복을 막기 위한 예방적 의미가 강하지만 경영계는‘기업의 경영 활동을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전했습니다. 지난 17일, 천주교, 개신교, 불교 3개 종단이‘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을 촉구했습니다.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가운데 산재사망 1위로 지난해 사업장 사망자 수가 855명으로 집계되었습니다. 그런데도 최근 5년간 법인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선고받은 벌금은 평균 450만원에 그쳤습니다.

회사를 뜻하는 Company는 ‘함께’라는 의미의 Com과 Bread 즉 빵에서 나온 Panis의 합성어로 “함께 빵을 나눠먹는다”라는 뜻입니다.

회사도 노동자도 우리 사회도 왕처럼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빵을 나눠먹는 예수님이 꿈꾸는 사회가 이뤄지기를 소망해봅니다.

오늘 사제의 눈은 ‘기업도, 손님도 왕이 아니다’였습니다. 평화를 빕니다.
cpbc 서종빈 기자(binseo@cpbc.co.kr) | 입력 : 2020-10-30 18:24 수정 : 2020-10-30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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