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눈] 최용진 “의사는 히포크라테스가 아니다”

[사제의 눈] 최용진 “의사는 히포크라테스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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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9-11 18:44 수정 : 2020-09-11 18:44

전국 초중고교의 2학기 수업이 온라인으로 시작됐지만,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80여일 앞둔 고3은 제외입니다.

수험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학과 중에 최상위권은 여전히 의과대학입니다. 2020년도 수능 응시자수가 54만 명이 넘었지만 의대 정원은 고작 3,058명이었습니다. 그러니까 0.56%의 학생만 입학할 수 있는 정말 경쟁이 치열한 학과입니다.

의사는 사람의 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일을 하기에 상당한 전문 지식을 쌓아야 합니다. 의사가 되려면 국가 면허를 취득해야 하고, 총 11년의 힘든 수련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또한 의사의 노동 강도는 상당히 혹독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1년간 약 6,800회의 외래 진료를 하는데, 이는 OECD 평균 의사들 진료량의 3.15배라고 합니다.

그러기에 그만큼의 고소득을 얻고 있어서 서울 소재 종합병원에서 일하는 전문의는 평균 세전 7,400만원을 받고, 의사 전체 평균은 일반 근로자보다 5.45배, 개원의는 6.10배가 더 높습니다.

정부는 지난 7월 23일 발표를 통해, 한국 의사 수가 전반적으로 부족하고, 필수 분야 인력은 더욱 부족하다며, 지역 간 의료 격차 해소를 위해 4대 의료정책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의사들의 반발로 1,2차 의료 파업이 발생했고 병원의 진료업무가 마비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다행히 지난 4일 합의문에 서명하면서 파업이 일단 끝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에서 벌어진 의사 파업에 대한 국민들의 생각은 부정적입니다. 어느 설문조사에서 의사파업에‘비공감’응답이 55.2%로 나타났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국시 접수 취소한 의대생들에 대한 추후 구제를 반대합니다’라는 게시물은 48만 명 이상이 동의했습니다. 또한‘의사는 강력범죄를 저질러도 면허가 유지된다’는 ‘의료악법 폐지’청원에 대한 참여인원은 30만 명이 넘어 정부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왜 이렇게 의사는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하는 걸까요? 결국 밥그릇 싸움으로 비치는 듯합니다.

그런데 국민들 사이에서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하는 의사를 ‘공공재’로 생각하는 의견이 많습니다.

생명을 다루기 때문에 돈과 무관할 것을 강하게 요구하고 환자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희생하길 원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병원과 환자를 떠나 파업하는 의사들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고울 리가 없겠지요.

게다가 최근 4년 동안(2014-2018) 성범죄를 저지른 의사는 611명이었습니다. 직전 통계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입니다. 하지만 성범죄를 저질러도, 명백한 의료사고로 징역을 살아도 면허는 유지됩니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어디로 간 걸까요?

근로기준법 2조는 근로자를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자”라고 정의합니다. 또 타인에게 고용되지 않은 채 자신의 사업수단을 갖고 일하면서 소득을 얻어 생활하는 사람을 ‘비임금노동자’라고 정의합니다. 의사도 노동자입니다.

의사는 겉으론 화려해보이지만 속은 그렇지 않습니다. 국민건강보험으로 환자는 많은 혜택을 받지만, 병원 운영은 적자가 많습니다. 안정적인 줄 알았던 의료계 폐업률이 서울 수도권에서는 연간 10%를 상회하고, 개업의 10명 중 3명은 폐업준비를 한다고 합니다. 의사의 99%는 비정규직입니다. 의사에게 정규직 자리는 가뭄에 콩 나듯 나는 대형병원 스텝과 공직자리뿐이며 나머지 자리는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비정규직입니다.

이태석 요한 신부는 의과대학을 졸업한 뒤 살레시오회에 입회해 2001년 사제품을 받자마자 아프리카 남수단 톤즈로 날아가서 그곳에 학교와 병원을 지었습니다. 주민들을 진료하고, 음악으로 아이들 마음 속에 남아 있는 전쟁의 상처를 치유하고자 헌신했습니다.

그는 ‘수단의 슈바이처’로 칭송되었지만 2010년 49살의 나이에 대장암으로 선종했습니다.
이후 톤즈의 아이들 중 45명이 남수단에서 의과대학을 다니거나 의사 가운을 입었습니다. 모든 의사에게 이태석 신부처럼 살라고 해야 할까요?

천주교 신자는 세례를 받을 때 세례명을 정합니다. 그렇다고 성인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세례명에는 그 성인을 닮으려고 노력하겠다는 의지와 각오가 담겨 있습니다.

의사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합니다. 선서를 한다고 히포크라테스가 되는 건 아닙니다. 히포크라테스를 닮으려고 노력하겠다는 의지와 각오가 담겨 있습니다.

의사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일해서 돈을 벌어 가족을 부양하고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노동자입니다. 무조건 희생을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이태석 신부님처럼 의사생활을 하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노동자로서 법과 원칙에 맞게 의료 업무를 수행하고 노동을 통해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면서
공동선을 향할 수 있도록 사회적 제도를 마련해 주어야 합니다.

오늘 <사제의 눈>은‘의사는 히포크라테스가 아니다’였습니다. 평화를 빕니다.

cpbc 서종빈 기자(binseo@cpbc.co.kr) | 입력 : 2020-09-11 18:44 수정 : 2020-09-11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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