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눈] 최용진 “대통령에게 보내는 가을편지”

[사제의 눈] 최용진 “대통령에게 보내는 가을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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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8-28 13:25 수정 : 2020-08-28 16:12

20년 전에 나온 ‘시월애’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서로 다른 시공간을 사는 두 남녀를 이어주는 건. 우편함을 통해 주고받는 편지였습니다. 진심을 담을 수 있는 편지의 힘을 보여주는 그런 영화였죠.

예전에는 누군가와 대화하고 소통하기 위해 편지를 많이 사용했습니다. 감정을 담으려고 오랜 시간 정성을 들여 쓰다 보면 실패해서 꾸겨버린 편지지도 많았습니다. 편지를 보내고 답장을 기다리는 동안 그 설렘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요즘에는 각종 전자 매체의 발달로 이메일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각종 SNS가 편지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생각과 감정을 깊이 있게 되새김하는 편지의 망설임을 담을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이모티콘인데, 편지의 애틋하고 절절한 감정을 표현하는 데는 역시 한계가 있습니다.

성경은 하느님께서 지금 이 순간, 교회를 통해 당신의 자녀들에게 건네는 사랑의 편지입니다. 신약성경 27권 가운데 21권이 편지 형식을 띤 서간입니다.서간은 구체적인 의견 교환보다는 체계적인 
가르침을 편지 형태에 담은 글입니다. 

각 서간은 예수님의 가르침을 더 잘 알아들을 수 있도록 설명하고 심화시켜 줍니다. 그래서 교회는 지금도 편지라는 표현과 형식을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이 지난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티모테오 대통령과 한국천주교 주교단과의 간담회에서 A4 용지 넉 장 분량의 친서를 전달했습니다.
▲ 염수정 추기경과 친서

앞선 리포트에서 보신 것처럼 낙태를 허용하는 취지의 헌법재판소 결정에 우려를 표시하고 생명 존중 관련 법 제정과 입시 위주 교육을 탈피한 참교육을 호소하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편지 안에는 정책 용어가 포함된 보고서 형식도 있지만 예수님의 간절한 마음을 편지 형식으로 담았습니다.

교회는 세상을 등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항상 세상을 향해 있어야 합니다. 세상이 어둠에 싸일수록 더 간절히 빛과 소금이 되어주어야 합니다.

무의미한 말이 아니라 온몸을 던져야 하는 것이 우리가 주님께 받은 임무입니다.

추기경의 간절한 편지에 문 대통령은 언제쯤 답장을 보내줄까요? 낙엽이 쌓이기 전이겠죠. 설레는 마음으로 매일 우편함을 살필 것입니다.

치열한 여름도 이제 서서히 저물고 있습니다. 곧 가을이 다가올 겁니다.

이번 가을은 지독히도 흐린 가을이 되겠지만 주님의 사랑을 담은 희망의 편지 한 통 써 보시면 어떨까요?

오늘 <사제의 눈>은 ‘대통령에게 보내는 가을편지’였습니다. 평화를 빕니다.




cpbc 서종빈 기자(binseo@cpbc.co.kr) | 입력 : 2020-08-28 13:25 수정 : 2020-08-28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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