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로 읽는 세상] 김헌식 평론가 "고인의 잊힐 권리, 법적 기준 마련돼야"

[문화로 읽는 세상] 김헌식 평론가 "고인의 잊힐 권리, 법적 기준 마련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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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7-31 15:43

○ 방송 : cpbc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 진행 : 윤재선 앵커
○ 출연 : 김헌식 문화평론가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인터뷰 전문]

문화 현상을 통해 우리 사회의 문제를 짚어보고 대안을 생각해보는 <문화로 읽는 세상>

김헌식 문화평론가와 함께 고인의 잊힐 권리, 추모의 권리에 관해 생각해보겠습니다.


▷평론가님,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국민 2명 중 1명은 SNS를 이용하고 있다는데요. 이용자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온라인 공간에 그대로 남은 SNS 계정을 어떻게 처리할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면서요?

▶세상을 떠난 뒤에도 다른 이용자들이 꾸준히 방문하는 것이 유명인의 계정입니다. 이에 대해서 분명한 처리 지침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악용될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비밀번호와 아이디 등 로그인 정보를 가족이나 지인에게 알려주지 않으면 계정이 온라인상에 방치되는 경우가 잦습니다. 특히 정치인과 연예인 등 유명인들의 계정이 인터넷에 그대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반 시민의 경우도 그렇지만 정치인들의 계정도 그대로 방치된 경우가 꽤 됩니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고 정두언 의원의 SNS는 생전 관리하던 상태 그대로 정지해 있습니다.


▷악플에 시달리다 세상을 등진 연예인의 SNS 계정이 여전히 부정적인 댓글에 노출될 우려가 있다고 하는데요. SNS 계정이 방치될 경우 해킹 위험도 있는 것 아닌가요?

▶한 연예인의 SNS에는 성적 비하가 담긴 외설적인 댓글들이 도배하듯이 잇달아 달려 있기도 했습니다. 이는 고인을 모욕하고 명예를 훼손하는 것입니다. 이런 연예인의 계정에 악플이 달리는 것은 계정이 폐쇄되지 않은 채 공개가 그대로 되었기 때문입니다. 소속사 등은 법적으로 남남이기 때문에 직접 나설 수가 없습니다. 방치된 계정을 해킹해 도박이나 성인 사이트 광고 등에 악용하기도 합니다.

연세대 교수이자 문학평론가였던 마광수 교수의 계정에는 수차례 온라인 몰카나 유튜브 영상이 불법적으로 게재되기도 했습니다. 공식 계정이 없는 경우에는 이를 사칭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고 노무현 대통령의 경우에는 고인을 조롱하고 모욕하는 계정이 생겨서 운영이 되어도 제재를 받지 않았습니다. 물론 일부 연예인들의 경우에는 추모의 공간으로 전환되어 운영되는 사례가 있기도 합니다. 이렇게 되려면 깨어 있는 의식이 필요합니다.


▷현재 제도적으로는 어떻게 조치를 취할 수가 있나요?

▶주요 포털 사이트의 계약 약관을 보면, 이용자의 죽음을 해지 사유로 규정하지는 않고 있고, 사후에도 오랜 기간 고인의 사진과 글이 떠돌 수 있는 것입니다.다만, 방송통신위원회의 `잊힐 권리 가이드라인`(2016년)에 따르면 직계 가족이 사망 증명서와 가족관계증명서 등을 제출하면 고인의 콘텐츠를 삭제할 수 있고 다른 이용자가 볼 수 없도록 제한할 수 있습니다. 각 관련 기업들의 형식에 맞춘 서류를 포털, SNS 운영회사에 제출하면 흔적을 지울 수가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젊은 세대가 먼저 세상을 떠나는 경우 인터넷 환경이나 SNS에 익숙하지 않은 부모나 지인들이 계정을 관리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또한 가입하기는 상당히 쉽지만 해지하기는 매우 어렵게 해 놓은 상황인 것은 분명하다는 점입니다.


▷개별 SNS 운영업체들은 업체별로 서로 다른 사망자 계정 처리 방침을 갖고 있다고 하던데, 어떻게 다른가요?

▶페이스북은 `기념계정`과 `영구삭제`를 설정할 수 있습니다. 가족이나 친구가 페이스북에 신청하면 미리 설정한 방법으로 바뀝니다. 기념계정은 `고인을 추모하며`라는 단어가 표시되고, 기념계정 관리자를 미리 지정할 수 있게 해놓았습니다. 영구삭제는 지정 날짜에 따라 데이터가 사라집니다. 인스타그램은 기념계정으로 할 수는 있지만 이용자가 미리 설정할 수는 없습니다. 가족이나 친구의 신청이 이뤄져야 가능합니다. 무엇보다 사망 증명이 필수적입니다. 기념계정이 되면 지인과 가족이 불쾌함을 느끼지 않도록 언급이 금지됩니다. 직계가족일지라도 로그인을 할 수 없도록 해 놓았습니다. 영구적인 계정 삭제를 하려면 직계가족이 출생증명서와 사망증명서, 가족관계나 법률 대리인임 증명 서류를 보내야 가능합니다.

트위터도 직계가족, 법률 대리인이 계정의 상태를 할 수 있게 했습니다. 사망증명서와 신청자 신분증 등의 양식이 제출되어야 합니다. 제출 자료 정보는 기밀로 분류되고 내부 검토 후 계정이 없어지게 됩니다. 트위터는 비활성화를 뒤늦게 변경해 추모공간으로 바꿀 수 있게 했습니다. 이러한 점들은 사실 많이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들을 거치지 않고 바로 고인의 비밀번호나 아이디를 달라고 유족들이 요구하는 것은 이런 제도와 절차가 있는 것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영구 삭제를 할 것인지 추모공간으로 남길 것인지 정해야 합니다.


▷장기간 활동이 없는 계정을 비공개 휴면 계정으로 전환했다가 대리인 등이 이용을 재신청하면 휴면 상태를 해제하는 등의 대책도 필요할까요, 어떻게 보세요?

▶국내 SNS는 일부 서비스 계정을 휴면시킨 후 장기간에 걸쳐 로그인하지 않으면 삭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 장기간이라는 기간에 부당한 일들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습니다. 고인의 채널을 보호할 필요가 있는데 가장 중요한 유족의 뜻이지만 경황이 없고 신경을 쓸 여력이 없을 수도 있기 때문에 유족이 권한을 위임한 대리인에게 고인의 계정 관리를 허용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또한 일정 시간 활동이 없는 계정은 휴면 상태로 전환하는 방안을 실행해야 합니다.

고인의 잊힐 권리에 대해 각 SNS기업의 약관에 맡기고 있어 해석과 권한 범위도 각기 다르기 때문에 분명한 법적 기준 마련이 필요하겠습니다. 단지 민간 서비스이기 때문에 시장에 맡기는 곳이 아니라 공적인 조치와 개입이 필요할 것입니다.


▷해외에선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SNS를 `디지털 유산`으로 규정하고 재산이나 물건을 정리하듯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찍부터 나오지 않았나요?

▶개인의 디지털 기록물도 재산이나 유산과 같다는 인식입니다. 이것을 어떻게 의미있게 바람직하게 공적으로 관리할 것인가가 미래에 더 부각될 것입니다. 해외에서 디지털 기록물을 관리하고 처리를 하는 SNS 파생 서비스들이 등장하면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한 업체는 계정 소유자의 사후 SNS 계정에 대해 기록물 삭제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다른 업체는 디지털 유언의 집행자를 지정하고 미리 사전 저장된 메시지 전달 등 사후 계정을 관리 서비스를 대행을 합니다. 우리나라는 걸음마 단계입니다.

영국에서는 `디지털 유산 협회(Digital Legacy Association)가 있어서 기록물에 대해 이용자 생존시 관리하고 정리하라는 캠페인을 했습니다. 무엇보다 영국은 디지털 유산 관리 전문가도 양성하는 국가적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앞서 추모공간화 하는 것에 대해서 말씀을 드렸는데 국민 개개인이 모두 소중한 문화유산이라고 생각합니다. 디지털 유산을 관리하고 이것을 어떻게 미래 세대의 공적 자산이 될 수 있도록 할 것인지에 대해서 대안적 모색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유산의 하나로 자리잡은 디지털 기록물에 대해 이용자들의 명시적 의사 표시가 선행되는 문화를 만드는 게 필요하다는 지적도 가능하겠네요?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이용자 자신이 직접 자신의 흔적을 어떻게 관리할지 미리 정해두도록 하는 것이 고도화되는 인터넷 환경의 사회적 배려이자 문화라는 견해들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디지털 기록을 지우는 것은 이용자가 세상을 떠나고 난 뒤에 정리가 됩니다. 잊힐 권리를 생존 시에 행사할 수 있도록 법적 제도적인 조치가 필요할 것입니다. 이를 위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고 이를 문화적으로 확산시킬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기업들도 이용자들의 가입만을 유도하는데 치중할 것이 아니라 사후 부당하게 사용할 수 있는 위험을 최대한 제거할 수 있도록 안전장치나 조치를 취하는데 만전을 기해야한다고 보겠습니다. 고인들에게 능욕이나 모욕을 당하도록 방치하는 것은 인권적으로나 문명사회 관점으로 봤을 때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네, <문화로 읽는 세상> 오늘은 잊힐 권리와 추모의 권리에 관해 김헌식 문화평론가와 함께 생각해봤습니다.

말씀 고맙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cpbc 윤재선 기자(leoyun@cpbc.co.kr) | 입력 : 2020-07-31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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