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수정 "6·25 전쟁 기억, 이분법에서 자유로워져야"

[인터뷰] 이수정 "6·25 전쟁 기억, 이분법에서 자유로워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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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7-28 10:00 수정 : 2020-07-28 12:46


○ 방송 : cpbc 가톨릭평화방송 TV <가톨릭뉴스>
○ 진행 : 맹현균 앵커
○ 출연 : 이수정 체칠리아 / 덕성여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시청자 여러분은 6·25 전쟁에 대해 어떤 기억을 갖고 계신가요?

전쟁의 기억이 또 다른 전쟁으로 이어지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제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심포지엄에서 발제를 하신 분이죠.

덕성여대 문화인류학과 이수정 교수와 좀 더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자문위원이시기도 합니다.



▷ 교수님 안녕하세요.

▶ 네. 안녕하세요.



▷ 6·25 전쟁 자체가 아닌 전쟁의 기억에 초점을 맞추셨습니다. 덕분에 6·25 전쟁을 새로운 관점으로 볼 수 있게 됐는데요.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셨습니까?

▶ 전쟁이 발발한지 70주년이 됐고 어제가 정전협정 67주년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여전히 전쟁 상태에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잠시 쉬고 있을 뿐이죠. 그런데 전쟁을 직접적으로 체험한 세대들은 점점 줄어들어 가고 있지만 전쟁의 기억은 여전히 우리 사회를 강력한 형태로 지배하고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어제도 말씀드렸지만 저는 한국사회가 전쟁을 기억하는 방식을 전쟁을 통한 기억 내지는 전쟁의 문화를 만드는 기억이라고 얘기를 하는 편인데요. 어떤 전쟁의 후유증을 우리가 치유하고 평화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의 자원으로 삼기 보다는 상처를 계속 자극하고 적대감과 위기감을 증폭시키는 방식으로 그렇게 기억을 해 왔던 것 같아요. 그래서 우리가 전쟁을 폭력적인 방식으로 기억해왔고, 그것이 우리 사회를 굉장히 비평화적인 사회로 만들어가는 데 기여했다는 점을 성찰해보고 전쟁의 기억을 화해와 평화의 자원으로 전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 말씀을 드리고 싶어서 주제를 그렇게 잡았습니다.



▷ 그래서 말씀하신 게 전쟁의 기억이 남북 간에 다를 테고요. 또 개인 간에도 다르다고 지적하셨습니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것 같기도 하면서 저희가 받아온 교육 같은 것이 있지 않습니까, 전쟁에 대한 이미지라든지 그래서 의아한 점이 있기도 하는데, 이 부분은 어떻게 이해를 하면 좋을까요?

▶ 전쟁은, 저는 사실 수천 만의 다른 전투였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물론 6·25 전쟁은 우리 한반도 구성원들의 영혼과 육체에 많은 상처를 남긴 굉장히 중요한 사건이었지만 일반적으로는 그런 사건이었지만, 구체적인 경험들을 우리가 잘 들어보면 사실 인민군이 한반도를 지배하지 않았던 부산에 사시던 분들의 전쟁에 대한 기억과 인민군과 국군이 계속 바뀌면서 생존을 위해서 매번 매순간 결정들을 해야 했던 서울시민들이 겪었던 전쟁은 굉장히 다를 수밖에 없고 또 개인과 어떤 그룹마다 어떤 시공간에서 어떤 사람들을 만났느냐에 따라서 전쟁의 체험은 다를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런 다양한 체험들을 전후에 남북한 정권들이 자신의 이데올로기에 맞는 방식으로 굉장히 단일한 공식적 기억으로 만들어간 그런 과정들이 있죠. 현재 우리 사회의 전쟁의 기억은 그런 과정의 결과물이다 생각을 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전쟁의 기억이 대립이 지금까지 이어질 수밖에 없었던 그런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6·25 전쟁을 화해와 평화의 관점으로 재구성하려는 시도들이 생겨나고 있는데요. 70년 동안 고착된 기억을 바꾸는 게 가능할까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기억은 정체성을 구성하는 굉장히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굉장히 유연하고 끊임없이 재구성되는 것이기도 합니다. 사회과학자들이 이런 주장을 계속 해왔는데 최근에 발달된 뇌과학에서도 사실 기억의 작동 원리를 이런 방식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듯이 우리가 체험한 것을 그대로 투명하게 뇌에 넣었다가 다시 끄집어내는 것이 아니라 기억이라고 하는 것이 단편적인 예전의 인지적인 요소들을 다시 통합하고 재구성하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어떤 감정이라든가 어떤 믿음, 새로운 지식들 또 사회적 분위기 이런 것들이 영향을 끼친다고 과학자들이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기억은 단지 과거에 대한 것 만이 아니라 현재적인 것이고 또 미래를 향한 것이기도 하죠. 우리가 기억의 이런 특징들을 참고하면 우리의 기억을 쉽지는 않은 이슈일 것 같아요. 굉장히 긴 역사가 있었기 때문에... 그렇지만 미래를 향해서 화해와 평화의 자원으로 전환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 그렇다면 6·25 전쟁에 대한 기억을 재구성할 때 어떤 점을 유념하면 좋을까요?

▶ 저는 우선 우리가 냉전의 이분법에서 기억을 자유롭게 할 필요가 있고 또 미래를 위한 기억으로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냉전의 이분법에서 조금 벗어나서 우리가 구체적인 개개인의 전쟁의 기억들을 살펴보면 그렇게 우리가 지금 이데올로기적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가해와 피해가 명확하게 구분돼 있지 않고 굉장히 착종돼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 수가 있고요. 다층적인 기억들이 되살아나고 발화될 수 있으면 우리의 과거가 조금 더 풍요롭게 재구성될 수 있고 그에 기반해서 우리가 미래의 기억들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가해자와 피해자를 나누지 말고 전쟁에 있는 복합적인 기억들을 생각을 해봐야 한다 이렇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청년이나 청소년들은 6·25 전쟁을 직접 경험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일부에선 6·25 전쟁에 대한 기억 상실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교수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 저는 한편으로는 전쟁의 직접적 체험으로부터 조금 거리가 있는 세대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 화해와 평화 길을 만들어가는 데 유리한 조건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청소년이나 청년들에게 전쟁을 기억하도록 해야 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 째는 역시 우리가 전쟁의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는 그런 세대들과 여전히 삶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고요. 그들의 고통스러운 역사에 빚지고 있는 존재들이라는 것이죠. 그래서 그들의 고통을 우리가 공감하고 이해할 그런 필요성이 있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전쟁을 잘 기억해야 할 것 같습니다.

두 번째로는 비록 명시적인 전쟁의 상황들은 아니지만 전쟁을 만들어낸 분단, 전쟁이 만들어낸 전쟁의 문화가 여전히 우리 삶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단지 우리가 그런 환경에 태어나서 우리가 얼마나 폭력적인 상황에서 살고 있는지 잘 인지하고 못하고 있는 것이죠. 굉장히 극단적인 이분법이라든가, 아니면 나와 다른 사람들에 대한 불관용, 그 다음에 이런 차이를 가로지르는 소통과 협상 능력이 굉장히 부족하다든가, 이런 우리 사회의 문화적인 풍토가 사실은 분단과 전쟁에 기인하는 바가 크기 때문에 그것들에 대해서 우리가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그 문화를 평화적인 문화로 만들어가기 위해서라도 전쟁은 잘 기억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6·25 전쟁 발발 70년이 되는 해에 의미있는 발제를 해주신 것 같은데요. 끝으로 전쟁의 기억과 화해의 소명을 주제로 발제를 마치신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 어제 코로나19 어려운 상황 가운데서도 많은 분들이 참여하셔서 제주에서까지 오셨더라고요. 이 전쟁의 기억, 화해, 평화의 이슈에 대해서 아주 진지하게 고민하시는 모습들을 보고 매우 감동을 받았습니다. 굉장히 적절하고 아주 날카로운 질문들도 하셔서 저도 배움의 기회이기도 했고요.
우리 가톨릭 공동체가 냉전과 적대를 넘어서 화해와 평화를 만드는 길에 열심히 동참하고 있구나 하는 것을 인식해서 굉장히 감사한 마음이었고요.

또 의미 있는 자리를 만들어주시고 한반도 화해를 위해서 계속 노력하고 계시는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의 이기헌 주교님, 강주석 신부님, 오혜정 수녀님을 비롯해서 많은 분들께 이 자리를 빌려서 감사함을 표하고 싶습니다.



▷ 지금까지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자문위원이신 덕성여대 이수정 교수와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교수님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cpbc 맹현균 기자(maeng@cpbc.co.kr) | 입력 : 2020-07-28 10:00 수정 : 2020-07-28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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