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정의를 말한다] 박현정 부소장 "경제적 동기로 탄소시장 존재 이유 외면 우려”

[기후정의를 말한다] 박현정 부소장 "경제적 동기로 탄소시장 존재 이유 외면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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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6-16 18:00

○ 방송 : cpbc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 진행 : 서종빈 앵커
○ 출연 : 박현정 부소장 / 사단법인 기후행동변화연구소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인터뷰 전문]

매주 화요일 기후변화와 관련한 쟁점과 이슈, 국내외 환경 뉴스를 통해 기후정의를 생각해보는 코너죠.

기후변화행동연구소와 함께하는 <기후정의를 말한다>

오늘은 박현정 부소장과 함께 ‘탄소 시장’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박현정 부소장님 안녕하십니까?

▷ 안녕하세요.


▶ 탄소 시장, 탄소를 사고, 파는 것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생소한 용어라고 느끼는 분들을 위해 설명을 해주시겠습니까?

▷탄소 시장은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경제적인 방법을 통해 대기 중 온실가스 축적을 제한하는 시스템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우선, 국가 또는 지역이나 일정 그룹 단위로 총 온실가스 배출량을 전체적으로 설정하고 철저하게 통제합니다. 이 범위 안에서 그룹에 속해 있는 각 개인, 보통은 회사에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를 나누어 줍니다.

대부분의 경제활동은 온실가스 배출을 동반합니다. 어떤 회사는 더 왕성한 경제활동을 하면서 할당된 온실가스 배출량보다 많은 배출을 해야 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이에 대응할 수 있는 2가지 방법이 있는 데요. 첫 번째 방법은 회사가 자신의 경제 활동의 방식을 기후 친화적으로 전환해 경제활동 규모가 커져도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증가시키지 않거나 줄이는 방법입니다.


▶ 기업이 기후친화적으로 경제 활동을 전환한다는 것은 어떤 뜻인가요? 또, 어떻게 전환할 수 있을까요?

▷일반적으로 기업은 우리 경제의 기반인 생산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생산 과정에는 원료와 에너지가 투입되고 다양한 기술 공정이 필요합니다. 원하는 상품이 만들어지면서 부가적으로는 쓰레기나 오염물질, 온실가스 등이 배출되어 이를 처리해야 합니다. 생산되는 상품의 총량 대비 배출되는 온실가스량을 살펴보면, 기업마다 다릅니다.

예를 들면, 에너지원을 화석연료(석탄이나 석유) 대신 재생에너지로 사용하는 기업 또는 에너지 효율이나 생산 효율이 높은 기술을 사용하는 기업, 생산공정 중에 배출되는 폐열이나 부산물을 재활용하는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똑같은 양과 품질의 상품을 생산하더라도 온실가스 배출이 훨씬 줄어들게 됩니다. 이를 기후친화적인 경제활동이라고 합니다.


▶기업이 기후친화적인 경제활동으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해 보이지만, 많은 기업들은 기후친화적으로 전환하고 있지 않은 것 같은데요, 왜 그럴까요?

▷기술적으로 어려움이 있는 경우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전환에 돈이 많이 들기 때문입니다. 더 싸고 좋은 기술이 많아지면 전환에 드는 비용이 줄어들겠지만, 여전히 초기 투자비는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기업은 스스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대신, 배출권을 사서 경제활동을 증가할 수도 있습니다. 경제활동이 증가하는 기업이 있듯이 경제활동이 축소되어 할당된 온실가스 배출권이 남는 기업도 있습니다. 남는 배출권이 탄소 시장에서의 거래를 통해 필요한 곳으로 이동하게 되는 것입니다.


▶온실가스 배출권이 남는 기업이 많지 않은 경우는 어떻게 됩니까? 모두가 온실가스를 줄이게 되나요?

▷사회-경제 전체적으로 보면, 모든 기업이 일률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보다 비용이 덜 드는 기업이 온실가스를 더 많이 줄일수록 기후위기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게 됩니다. 여기서 탄소 시장의 효용이 부각되게 됩니다. 앞서 기업마다 생산되는 상품의 총량 대비 배출되는 온실가스양이 다르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더 구체적으로 보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비용이 기업에 따라 상이하다는 겁니다. 어떤 기업은 온실가스 1톤을 줄이는 데 만원이 필요하지만, 어떤 기업은 5만원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만원에 온실가스 1톤을 줄일 수 있는 기업은 여분으로 더 많이 온실가스를 줄이면서 배출권을 더 확보하고 5만원에 온실가스 1톤을 줄일 수 있는 기업은 탄소 시장, 정확하게는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 시장에서 이 여분의 배출권을 구매하면 두 기업 모두 경제적으로 이득을 보게 되고 사회적으로는 온실가스 배출이 증가하지 않으면서 경제 규모도 증가하게 되어 이득을 보게 됩니다.


▶탄소 시장의 효용성이 커 보이네요. 그럼 이러한 탄소 시장은 많은 곳에서 활용되고 있나요?

▷배출권 거래제도는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미국, 캐나다, 일본, 중국 뉴질랜드, 호주 등 많은 국가에서 국가 단위나 지역 단위로 시행하고 있습니다. 2005년 세계 최초의 온실가스 배출량 거래 제도를 확립한 곳은 유럽입니다. 2013년 현재 31개 유럽 나라가 참여하고 유럽의 온실가스 배출의 45% 정도를 포괄하는 유럽연합 배출권 거래제도는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이며 계속 확장되고 있습니다. 최근에 발간된 패트릭 메이어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유럽연합 배출권 거래제도는 2008년과 2016년 사이에 CO2 배출량을 10억 톤 이상 감소시켰습니다고 합니다. 이는 유럽연합 총 배출량의 3.8%에 해당합니다.


▶탄소 시장의 효과가 적지 않고 많은 국가에서 시행하고 있는데, 문제점은 없나요? 부정적인 시각도 있을 것 같은데요.

▷배출권 거래 제도를 확립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유럽도 우리나라도 단계별로 운영하면서 문제점을 파악하고 지속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기된 문제점 중 하나는 초과 할당입니다. 이 제도는 온실가스를 효율적으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배출 허용량을 과다하게 할당하게 되면 기업은 온실가스를 줄일 필요가 없습니다.

이에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온실가스 총 배출량을 점차 줄여가고 있는 추세입니다. 또 다른 문제점은 노력 없는 수익이 부당하게 발생할 소지가 있다는 것입니다. 배출권 거래제도에 참여한 기업에 온실가스 배출허용량을 합리적이고 공정하게 할당하는 것은 필수적입니다. 일반적으로 과거 경제활동을 근거로 경제예측 모델링 등을 거쳐 배출허용량이 산정되지만, 산업부문 별로 고려해야 할 요소가 다양하기 때문에 할당시스템에서 기업 간, 산업부문 간 불공정을 완전하게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부당하게 할당된 배출허용량으로 일부 기업은 손해를 입고 일부 기업은 가만히 않아서 이익을 얻게 됩니다.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억울한 측면이 많겠네요. 배출권 거래제도 도입에 반대도 많았을 것 같구요.

▷네, 기업들에게는 더 많은 책임과 부담이 주어지기 때문에, 환영하는 기업은 많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많은 기업이 배출권 거래제 정착에 동참하고 온실가스 감축에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들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탄소시장의 불확실성, 즉 배출권 가격 변동성은 큰 위험요소이며 가장 큰 어려움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2015년 배출권 거래제도가 시작되었을 때, 만원 미만에서 시작했는데, 이제는 4만원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유럽에서는 초기 도입기간에는 널뛰는 시장이 지속되어 거래가격이 “0”원이 경우도 있었습니다. 거래하는 입장에서 보면 신뢰할 수 있고 예측가능한 시장이 존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이에 대한 대안이 필요해 보입니다.


▶우리나라 배출권 거래제도가 시행된 지도 벌써 5년이 지났네요. 부소장님이 보시기엔 잘 운영되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배출권 거래제도가 정착하기 위해서는 5년은 벌써가 아니라 아직인 것 같습니다. 15년 운영되고 있는 유럽에서도 여전히 여러 가지 문제점이 나타나고 이를 개선하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정부도 단계별로 제도를 운영하면서 개선하고 있구요. 그러나, 저는 간혹 탄소 시장의 존재 이유가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 우려하기도 합니다.

탄소 시장에서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으로 경제적 동기가 너무 커져서 온실가스를 줄이는 것이 외면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시장 안전화라는 미명하에 추가적인 할당을 한다거나 배출권 거래제도가 시행되기도 전에 만들어진 오래된 온실가스 감축량을 찾아 시장에서 판매하기도 합니다. 또한, 국내 시장을 보다 건실하게 조성하기보다 외국 시장이나 제3자 참여로 시장의 불확실성 등의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항상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목적을 최우선으로 하고 개선안을 고민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기후정의를 말한다> 오늘은 여기까지 말씀 듣겠습니다. 기후변화행동연구소 박현정 부소장과 함께 했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네. 감사합니다.
cpbc 서종빈 기자(binseo@cpbc.co.kr) | 입력 : 2020-06-1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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