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헌식 “정치권, 봉준호 선거 마케팅 바람직하지 않아”

[인터뷰] 김헌식 “정치권, 봉준호 선거 마케팅 바람직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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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2-14 18:24
○ 방송 : cpbc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 진행 : 서종빈 앵커
○ 출연 : 김헌식 문화평론가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인터뷰 전문]

영화 ‘기생충’이 한국 영화 최초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을 수상하자 정치권이 4월 총선에 봉준호 감독을 선거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는데요. 숟가락 얹기가 점입가경이라고 합니다. 김헌식 문화 평론가와 함께 이 문제 짚어보겠습니다.

김헌식 평론가 안녕하십니까?


▷ 봉준호 감독에 대한 정치권의 지나친 선거 공약이 비난을 받고 있죠?

▶4월 총선을 앞두고 선거 마케팅이 쏟아지고 있는 것인데요, 패러디 포스터는 정말 양호합니다. 자유한국당 현역의원이 봉준호 감독의 출생지인 대구에 박물관을 짓겠다며 영화 테마 관광 메카 조성 공약이 있었고, 다른 예비 후보들은 봉준호 거리, 봉준호 카페거리, 봉준호 공원, 심지어 봉준호 생가터 복원과 동상도 건립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봉준호 타운은 물론 봉준호 명예의 전당, 봉준호 아카데미 유치를 내걸기도 했습니다.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만 엊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 밖에 없습니다.

봉준호 감독은 1969년 대구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3학년때 서울로 이사했습니다. 과연 고향이라는 이유로 이렇게 많은 사업을 벌이는 것이 타당한 것인지 의문입니다. 이런 사업에 들어가는 것은 국민이 낸 세금, 혈세이기 때문에 더욱 신중해야 합니다. 지역주의를 조장하는 문화예술 정책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대구에 있는 시민단체조차 황당하다는 반응입니다. 전형적인 탁상행정, 보여 주기식 정책 공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특히 자유한국당이 여당이었을 때 봉준호 감독이 블랙리스트에 올라 탄압을 받았는데, 모순(적)이네요?

▶ 자유한국당은 전신이 새누리당이었습니다. 박근혜 정권에서 봉준호 감독과 배우 송강호씨가 모두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올랐습니다. 이는 공적 지원에서 배제하는 명단에 올라간 것이죠. 이른바 색깔론의 피해자입니다. 블랙리스트에 오른 시기에 대해 봉준호 감독이 직접 밝힌 적도 있는데요. 지난해 5월 봉준호 감독은 해외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의 예술가들에게 깊은 트라우마에 빠지게 만든 악몽과 같은 몇년.”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워싱턴 포스트조차 블랙리스트가 계속 되었다면, 기생충은 빛을 보지 못했을 것이라고 하면서 봉준호 감독의 수상은 민주주의 승리라고 했습니다. 더구나 자유한국당은 영화 ‘기생충’을 좌파영화라고 낙인을 찍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색깔론으로 모욕을 주고 고통을 가한 행위에 대해서 사과를 먼저 하는 것이 수순일 것입니다.


▷ 영화 ‘기생충’의 수상을 정말 기념하고자 한다면 영화에서 지적한 빈부격차 문제를 해결하는데 정치권이 더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맞는 지적 아닌가요?

▶ 네, 이 영화에서 주목하고 있는 것은 빈부격차, 양극화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겉으로는 도시 서민이 기생충으로 묘사되는 듯해서 불편하다고 하는 분들도 있는데요, 사실은 그러한 주제의식이 아니라고 해야 합니다. 봉준호 감독은 모든 이들이 기생충이 되는 구조에 주목했던 것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특히 부자들이 잘하지 않으면 빈민층 서민층은 양산되고 마침내 부자들의 기득권도 무너지고 나아가 생명도 파괴당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영화에서 부잣집은 비게 되는데 과연 그 부잣집은 그대로 경제적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영화 ‘기생충’은 넘지 말아야 선을 말하면서 공존 공생을 말합니다. 따라서 단순히 빈부격차를 일률적으로 해결하려는 방안이 아니라 공존 공생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하고 그것은 정치권에서 특히 이번 총선을 통해서 공론화되는 기회들을 많이 가져야 합니다. 그런데 이런 공론화의 공약보다는 당장의 국고를 끌어올 수 있는 치적 중심의 빈공약이 남발되는 것은 오히려 국민적 분노라는 역풍에 직면할 수 밖에 없습니다.


▷ 지자체에서도 봉준호감독의 ‘기생충’ 관련 정책을 내놓고 있는데 일부에서는 논란이 좀 있는 듯해요?

▶ 반지하방이 물에 잠기는 장면이 인상적인데, 고양시의 경우 이미 철거된 세트장을 다시 복원하기로했습니다. 2009년 이미 버려진 정수장에 달동네 반지하방 기택이네 집 등 40채를 만들어 장마에 물이 잠기는 장면을 촬영했습니다. 강수 장치와 급수 장치가 가능한 공간이라 다른 곳보다 수월하게 촬영할 수 있었죠. 영화 속에 또 다른 집인 박사장 집과 지하 계단은 전주영화촬영소에서 촬용했는데 이곳도 다시 복원을 한다고 합니다. 새만금 간척지에 복원한다고 하는데 이런 복원에 대해서 조심스러운 우려도 있습니다.

많은 비용을 들여서 복원을 했지만 정작 관광객이 많지 않거나 일시적이기 때문에 예산낭비일 수 있습니다. 단지 세트장만 다시 건립할 것이 아니라 봉준호 감독의 영화 세계나 철학, 그리고 관련 콘텐츠가 좀 더 고민되어야할 것입니다. 무억보다 지속성을 위한 방안이나 프로그램이 우선해야 겠지요. 한편 대구시에는 기념사업회를 추진한다고 하는데 이것을 본인이 찬성할 지 의문입니다.


▷ 영화 촬영지를 말씀하셨는데 가장 뜨거운 곳이 관광 투어 코스라고 하던데요, 이에 대한 논란도 있군요? 어떤 문제가 있는지요?

▶ 촬영지 일부는 이미 명소가 되어 많은 이들이 찾고 인증샷을 올리고 있습니다. 성지 순례 같은 장소가 되고 있는 것입니다. 예컨대 마포구 돼지쌀슈퍼, 기택이네 주변 동네 계단, 종로구 자하문 터널 계단, 동작구 스카이피자 등입니다. 이곳을 관광명소화한다는 발표가 있었는데요, 관광 명소화는 좋을 수 있지만 이곳이 모두 현재 주민들이 사는 공간이라고 할 수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방문객들이 드나들게 되면 사생활 침해는 물론이고 거주 자체를 불편하게 할 수 있습니다. 이미 영화 ‘조커’로 유명해진 미국의 뉴욕 브롱크스 계단도 관광객의 방문 성지가 되자 소음 때문에 주민들이 고통을 호소했습니다. 날달걀을 문제를 일으킨 관광객에게 주민이 던지기도 했습니다. 명소화가 된 북촌에서는 주민들이 견디다 못해 시위를 하고 출입을 막기도 했습니다.

소음, 쓰레기, 개인공간 침해 등등의 문제가 예상되기 때문에 출입 시간이라든지 에티켓 문제 등을 사전에 주민들과 충분히 협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사진을 찍을 때도 주민이 찍히지 않도록 조심해야겠죠.


▷ 또 일부에서는 이런 명소화 작업이 빈곤을 구경거리로 전락시키는 현상(포르노화 현상)이라고 비판하는 경우도 있더군요, 어떤 내용인가?

▶ `빈곤 포르노`(poverty porn)는 이런 투어 명소화를 통해 가난을 구경거리로 전락시키는 것을 말합니다. 2015년 인천 동구청이 괭이부리마을에 쪽방촌 체험관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가 비난에 직면하고 없던 일로 했던 것은 바로 이 빈곤 포르노라는 말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지역주민들은 주민들의 가난을 상품화했다고 반발했던 것입니다.

2017년 중구에서는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쪽방체험이 있었는데 결국 주민들에 대한 인권 침해를 낳았습니다. 마찬가지로 이번 투어 코스 개발에 대해서 가난을 포르노처럼 팔아먹겠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정의당에서는 ‘기생충’의 촬영지를 관광코스로 개발한다는 것은 가난의 풍경을 상품화하고 전시거리로 삼겠다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빈곤 포르노 이미지는 편견과 차별과 낳아서 매우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시민들은 촬영지가 가난한 지역이라고 낙인찍는 것도 유쾌하지 않다고 말합니다. 더구나 이러한 명소화 작업이 경제적으로 전혀 지역주민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영화촬영 슈퍼에서 껌하나 사지 않고 그냥 가는 경우가 많아서 명소 방문에 관한 매너가 정말 필요할 때입니다. 명소화가 되면 젠트리피케이션도 우려됩니다.

지역 주민과 상생하는 관광 투어 코스를 기대해봅니다. 한편, 서울시는 최소 규모로 하는 방식이라 대규모 동원이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에게 최소 정보 제공을 위한 차원이라고 밝혔습니다. 어쨌든 해당 지역은 밀집지역이고 건물이 오래전에 짓고 낡아서 조그만 소리도 다 들린다고 합니다. 때문에 개인적으로 방문해도 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 영화 ‘기생충’은 빈부격차, 양극화 문제를 지적했는데 정작 영화계의 양극화 문제를 해결해야 더 좋은 영화가 창작될 수 있지 않을까요?

▶ 스크린 독과점 논란이 여전합니다. 이에 관한 법안들은 모두 국회에서 잠을 자고 있습니다. 영화계는 대박 영화에 작은 영화들로 이분화 되어 있고 이른바 중박이라는 중소 영화가 빈곤 수준입니다. 100억 이상을 들인 대작 영화들의 흥행 결과가 별로 좋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과연 제2의 기생충이 나올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다양성의 확보가 매우 중요합니다. 독립영화에 관한 제작지원은 물론 관객들과 많이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국가만이 아니라 기업들의 지속적 지원도 매우 중요합니다. 이벤트성 지원은 오히려 독이 됩니다. 창작비도 물론이지만 홍보마케팅 예산도 매우 중요합니다. 만약 독립영화가 없었다면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은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또한 이번 ‘기생충’의 결과도 홍보 마케팅의 결과이기도 합니다.

좋은 작품도 알려야 합니다. 새로운 유통환경에 적응을 정착해야 합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가 보여주었듯이 넷플릭스를 포함한 인터넷 동영상 플랫폼(OTT)이 영화 공유와 소비의 중심축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디즈니 등 글로벌 대기업이 적극 진출하고 있기 때문에 협력적 관계를 통해서 우리 영화를 디지털 세대에 맞게 특화 시키는 전략에 기민하고 역동적으로 움직여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제 한국의 콘텐츠는 변방이 아니길 요구받았습니다. 이에 걸맞게 나가야 합니다. 한국은 창의적이고 역동적인 나라이기 때문에 세계의 글로벌 트렌드와 세계인들의 감성과 고민 화두를 순발력 있게 작품화하고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입니다.


▷ 김헌식 문화평론가와 함께 영화 ‘기생충’과 봉준호 감독과 관련된 여러 가지 논란을 짚어보겠습니다. 말씀 감사합니다.

▶ 감사합니다.
cpbc 서종빈 기자(binseo@cpbc.co.kr) | 입력 : 2020-02-14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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