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안봉환 신부 "교황, 복음화 노력 저해하는 교회 구조 바꾸자는 것"

[인터뷰] 안봉환 신부 "교황, 복음화 노력 저해하는 교회 구조 바꾸자는 것"

Home > NEWS > 가톨릭
입력 : 2020-01-09 18:11

○ 방송 : cpbc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 진행 : 윤재선 앵커
○ 출연 : 안봉환 스테파노 신부 (천주교 주교회의 홍보국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교황이 제시한 개혁과 시대의 변화
비그리스도화된 세상에 그리스도 신앙 전수

교회의 중심 사목은 새로운 복음화
참다운 교회로 거듭 나자는 의미

복음화 노력 저해하는 교회 구조 지적
경직된 태도와 두려움 극복하고 변화해야

교황이 권고한 `경청`과 `솔직하고 담대하기 말하기`
성직주의 극복 위해 필요


[인터뷰 전문]


프란치스코 교황이 최근에 교황청 조직 개혁과 변화의 필요성을 거듭 역설했습니다.

경직된 태도와 두려움을 극복하고 비그리스도화된 세상에 복음을 더 잘 선포하기 위해 우리는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요.

어떤 변화가 모색되고 있는지 또 이런 변화의 움직임이 한국 교회에 주는 시사점은 무엇인지, 천주교 주교회의 홍보국장 안봉환 신부 연결해 말씀 들어보겠습니다.

▷안봉환 스테파노 신부님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신부님께서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요.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즉위 이후부터 교황청의 변화와 개혁을 꾸준히 강조해오지 않으셨습니까? 이번에 교황청의 고위 성직자와 관료들을 만나 성탄 인사를 나누는 자리에서도 다시 한 번 개혁과 시대의 변화에 대해 말씀하셨는데요. 그 배경이나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봐야할까요?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제시하는 개혁과 시대의 변화는 근본적으로 비그리스도화된 세상에 그리스도 신앙 전수를 위한 `새로운 복음화`, 곧 선교를 핵심으로 하는 사목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교황님은 현대 세계의 복음 선포에 관한 교황 권고, 『복음의 기쁨』 26항에서 `쇄신이 개인만이 아니라 교회 전체에 관한 것`임을 천명한 바오로 6세, 그리고 “교회의 개혁을 예수 그리스도께 충실한 끊임없는 자기 쇄신에 열린 것으로 제시”하는 제2차 공의회의 가르침을 충실히 따르고 있습니다. 따라서 교황님은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을 따르는 데 교황청이 크게 변화하지 않았고, 성경 안에 드러난 하느님의 구원 역사 안에서 발전과 성장을 거듭하는 교회의 여정이 모두 `떠남과 재출발`의 반복된 여정이었으며 `회심`이 근본적인 바탕이었음을 강조하고 계십니다.

그러기에 복음화 노력을 저해할 수 있는 교회 안의 구조들, 곧 새로운 생명과 진정한 복음 정신이 없는 구조들과 교회 본연의 사명에 대한 충실성이 사라진 구조들이 교회 안에 있음을 지적하면서 교황님은 교회의 선교 쇄신의 힘을 가로막거나 약화시킬 수 있는 현실적인 측면을 특별히 사목적인 관점에서 강조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 변화 가운데 하나가 바티칸 미디어 9개 단체를 통합한 교황청 홍보 부서를 위한 신설이 아닌가 싶습니다.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교황님은 "교회의 관습, 행동 양식, 시간과 일정, 언어와 모든 교회 구조가 자기 보전보다는 오늘날 세계의 복음화를 위한 적절한 경로가 될 수 있어야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오늘날의 세상에서 시대의 변화에 따라 선교를 핵심으로 하는 사목은 당연히 교회가 메시지를 전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주어야 한다고 말씀하신 겁니다.

현대 세계의 특징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디지털 환경, 곧 웹과 소셜 네트워크 사회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방식과 결속 방식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오늘날 더 이상 소통의 ‘이용’ 수단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시공간 개념, 자기 자신과 타인과 세상에 대한 이해, 소통하고 배우며 정보를 얻고 타인과 관계를 맺는 방식에 깊은 영향을 주는 고도의 디지털 문화 안에서 살아가는 문제가 우리 안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교황님은 2016년 8월 17일 자의교서를 통해 교황청 사회홍보평의회, 교황청 공보실, 바티칸 통신, 바티칸 라디오 방송국, 바티칸 텔레비전 방송국, 로세르바토레 로마노, 바티칸 인쇄소, 사진부, 바티칸 출판사를 홍보처로 통합할 것을 발표하셨습니다.


▷교황청내 ‘온전한 인간 발전 촉진을 위한 부서’ 신설도 시대의 변화상을 반영한 사목적 대응이라고 봐야 할까요?

▶그렇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느님 나라는 바오로 6세 교황이 참된 발전에 적용하신 식별 원칙을 우리에게 상기시켜 줍니다. 참된 발전이란 한 개인이나 한 단체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인류 전체와 인간 전체`를 위한 것이어야 합니다. 복음과 개인적 사회적 차원의 구체적인 인간 생활의 지속적 상호 작용을 고려하지 않는 복음화는 완전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회 질서와 공동선 추구와 관련된 모든 것의 재검토를 요구하신 프란치스코 교황은, 인간이 겪는 다양한 일들과 상황을 각 분야의 사목 전문가들이 하나의 조직 안에서 유기적으로 소통하며 담당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신 듯 합니다. 그런 이유에서 이런 부서를 신설하고 아마 이런 여러 부서들을 인간의 삶과 관련되어 담당하여 왔던 것을 통합했다고 봅니다.


▷`온전한 인간 발전`을 촉진한다는 건 어떤 의미가 있는 건가요?

▶지구는 우리 공동의 집이며 우리는 모두 형제자매입니다.교회는 항상 가난한 이들의 사회에 온전히 통합될 수 있도록 가난한 이들의 해방과 진보를 위한 하느님의 도구가 되라는 부르심을 받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교회는 단지 사회적 문제나 이민자들 문제만이 아니라 오늘날 세계화된 사회의 쓰고 버려진 모든 이의 상징이 되는 형제자매들, 곧 본격적으로 인간의 문제를 다뤄야 합니다.

그래서 하느님께는 아무도 ‘이방인’이나 ‘소외된 이’가 아니라고 증거하라는 부르심을 받았기 때문에 예수님께서 당신 제자들에게 "너희가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어라."(마르 6,37) 하신 명령을 제대로 이해할 때, 빈곤의 구조적 원인을 없애고 가난한 이들의 온전한 발전을 촉진하도록 일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부서에서는 강제로 고향을 떠난 난민들, 이민자들과 망명자들,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이들, 소외된 이들, 무력 분쟁과 자연재해의 희생자들, 무국적자들, 유랑민들, 유목민들, 감옥에 갇힌 이들, 실업자들 이런 이들에게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이도록 하신 것입니다.


▷교황께서는 "더 이상 그리스도교 국가는 없다"면서 교황청 신앙교리성과 인류복음화성의 변화를 예고했는데요. 이 말씀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이고 어떤 가시적인 변화가 있을 걸로 예상하십니까?

▶올해 발표될 교황청 개편에 대한 교황령 ‘복음을 선포하여라’ 초안에 따르면, 인류복음화성과 새복음화촉진평의회를 통합한 복음화 부서를 신설해서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알려졌습니다. 이제는 교회의 영역을 넓히는 의미로서의 선교보다는 참다운 교회로 거듭나는 의미로서의 복음화를 교회의 중심 사명으로 삼겠다는 취지로 이해합니다.

사실 인류복음화성의 전신인 포교성성이 설립된 배경을 보면, 17세기 유럽의 강대국들이 신대륙을 정복하던 당시에 유럽을 제외한 아시아, 아프리카, 아메리카 지역들을 새로운 선교 지역으로 구별했었습니다. ‘그리스도인 세상’과 ‘아직 복음화해야 할 세상’으로 구별하기가 훨씬 더 쉬웠던 그 시대와는 달리 지금은 이런 구분은 필요하지 않고 아직 복음이 선포되지 않은 민족들은 서양이 아닌 대륙에만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세상 도처에 있고, 특히 도시 지역에 몰려 있다는 측면에서 볼 때 특수사목이 필요하다고 보시는 것이죠. 교회는 다문화 사회를 이루고 있는 대도시 안에서 일어나는 변화들과 거기서 생겨나는 문화가 새로운 복음화의 좋은 자리임을 인식하고 여기에 따라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변화와 개혁의 걸림돌로 지적되는 게 바로 ‘두려움’입니다. 두려움을 이겨내는 게 쉽지만은 않은데요. 교황께서 내리는 처방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네, 사실 두려움은 겪어 보지 못한 상황에 대한 막연한 감정입니다. 한편으로는 주님의 이끄심을 믿지 못하는 불신과 무기력함의 표현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우리 자신의 교만이나 위선이지 바깥의 걸림돌이 아닙니다.

교황님께서는 오늘날 경직된 태도를 받아들이려는 유혹이므로 경계해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이런 경직된 태도는 변화에 대한 두려움에서 생기며 이는 공동선의 토양에 말뚝을 박고 장애물을 설치함으로써 혐오와 불통이 심겨진 밭으로 만들기 쉽다고 말씀하십니다. 경직된 태도와 불균형은 악순환 속에서 서로를 강화하기 때문에 모든 경직된 태도 뒤에는 항상 불균형이 자리하고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한편으로 교황께서는 큰 변화의 어려움을 이야기하시면서 ‘인간적 실수’를 부인하지 않으셨던데요. 이 말씀은 또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교회, 특히 로마 교황청은 구원의 대상인 인류 전체와 모든 인류를 바라봐야 합니다. 큰 변화의 어려움, 점진적인 변화의 필요성, 심지어 인간적 실수를 부인하지 않으십니다. 역사적인 변화 과정 속에서 교회는 새로운 정식을 사용하면서까지 항상 과거에 굴복하려는 유혹이 있었습니다. 과거가 더 우리를 보장해주고, 우리에게 익숙하고 확실하며 덜 대립하는 것으로 보았기 때문입니다.

교회 역사 안에도 수많은 위기가 있었고, 지도자들이 눈앞에 닥친 위기를 회피하려고 임시방편으로 내린 판단이 더 큰 위기를 초래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교황님께서 올해 새해 첫 날에 교황님도 성 베드로 광장에서 실수하신 것을 반성하며 사과하셨던 것을 우리는 기억합니다. 매 순간을 살면서도 확고한 신념과 끈기를 가지고 있다면 눈앞의 즉각적인 결과에 집착하지 않고 장기적으로 천천히 확실하게 일할 수 있다고 봅니다.


▷교황께서는 같은 예수회 출신의 마르티니 추기경이 죽음을 앞두고 남긴 말씀, 즉 “가톨릭교회는 200년 전에 머물러 있다”는 말씀을 인용하셨던데요. 정말로 가톨릭교회는 시대에 뒤처져 있는 것일까, 신부님께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200년 전에 머물러 있다.’는 말을 ‘시대에 뒤처져 있다.’는 말로 치환하면 교황님이 말씀하시는 핵심적인 의미를 놓칠 수가 있다고 봅니다. 이 말의 중요한 의미는 교회의 기초인 신앙을 절대로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단지 교회가 시대의 사조를 따라간다는 의미가 아니라 교회의 사명과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신앙은 절대로 변하지 않고 새로운 방식으로 새롭게 다가오는 것이므로 신앙을 결코 놓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교회의 사명은 그 무엇보다도 주님이 명하신 세상의 복음화입니다. 그래서 언제나 교회 쇄신과 개혁의 우선 순위는 우리 교회가 그 사명을 제대로 잘 수행하기 위해 적합한 구조를 갖고 있는가 하는 그런 성찰과 반성이 필요합니다.


▷개혁과 변화를 위한 교황의 의지와 말씀을 한국 교회도 귀담아 듣고 실천하는 일이 중요할텐데요. 전국 각 교구의 새해 사목 교서에 ‘변화와 쇄신’이 많이 언급되고 있는 점도 이와 무관하지는 않다고 봐야겠죠?

▶그렇습니다. 한국 교회 또한 보편 교회와 함께 보조를 맞추어 나가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2000년 대희년 이후 한국 교회는 교구 시노드 등을 개최해서 이런 변화와 쇄신을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특히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방한을 준비하면서 또 그 이후에 한국 교회는 교황님의 이런 보편 교회의 사목 방향과 함께하고자 여러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올해도 우리나라의 현실적인 변화에 대처하는 교회의 개혁과 변화를 담아낸 여러 교구장 주교님들의 사목 교서도 아마도 그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교황께서 성직자들을 만나 당부하시는 말씀 중에 하나가 바로 성직주의에서 탈피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인데요. 성직주의에서 벗어나기 위해 한국의 성직자들을 포함해서 신앙인들이 어떤 노력과 실천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네, 성직주의는 사제들에게 끊임없는 유혹이 될 겁니다. 성직주의는 사제들이 받은 직무를 거저 아낌없이 바쳐야 할 봉사가 아니라, 권력 행사로 해석되기도 합니다. 성직주의는, 마치 성직자 스스로가 모든 해답을 가지고 더 이상 경청할 필요도 배울 필요도 없는 한 단체에 우리가 소속되어 있다고 생각하게 만들게도 합니다. 그러한 성직주의는 축성된 이들이 개개인과 그의 자유가 지닌 거룩하고도 양도할 수 없는 가치를 존중하지 않게 만듭니다.

그렇다면 성직주의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권장하는 것이 바로 ‘경청’과 ‘솔직하고 담대하게 말하기’입니다. 본당의 크고 작은 모임들, 사목평의회 등에서부터 이런 태도와 관계가 양성되어야 할 것이라고 봅니다. 이것이 일상화할 때 우리는 교회의 복음화 사명에 좀 더 충실해질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특히 한국 교회는 평신도 스스로 천주교 신앙을 도입한 전 세계에 유례없는 역사를 자랑하는 교회입니다. 이런 평신도의 자랑은 결코 초창기 한국 교회에만 한정되어서는 안 될 겁니다.오늘날에도 평신도 수도자 성직자가 같은 하느님 백성의 일원으로서 함께 보조를 맞추어 나갈 때 우리의 복음화 사명도 더 잘 실천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져 봅니다.

▷지금까지 천주교 주교회의 홍보국장 안봉환 신부와 말씀 나눴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수고하십시오.

cpbc 윤재선 기자(leoyun@cpbc.co.kr) | 입력 : 2020-01-09 18:11

■ 인터뷰 및 기사를 인용보도할 때는 출처 'cpbc 가톨릭평화방송'을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가톨릭평화방송 · 평화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