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정의를 말한다] 박훈 위원 "고래 1마리, 나무 1500그루 온실가스 감축 효과"

[기후정의를 말한다] 박훈 위원 "고래 1마리, 나무 1500그루 온실가스 감축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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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업데이트 : 2019-12-03 18:22

○ 방송 : cpbc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 진행 : 윤재선 앵커
○ 출연 : 박훈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연구위원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매주 화요일 기후변화와 관련한 쟁점과 이슈, 국내외 환경 뉴스를 통해 기후정의를 생각해보는 코너죠.

기후변화행동연구소와 함께하는 <기후정의를 말한다>, 오늘은 ‘박훈’ 연구위원과 함께 자연생태계 복원을 통한 기후변화 대응에 관해 알아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박훈 위원님?

▶안녕하세요.


▷자연생태계 복원을 통한 기후변화 대응, 얼핏 생각나는 게 나무를 키워서 이산화탄소를 저장하면 어떨까 싶은데,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을까요?

▶네, 나무를 키워서 이산화탄소를 저장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인데요. 지난주에 공개된 유엔환경계획(UNEP)의 『배출량 간극 보고서 2019년판』에서도 다시 한 번 지적했듯이,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기술이 많이 개발되고 있고 일부 국가에서는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전 지구적으로는 온실가스 감축에 진척이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최근 일부 과학자들은 기존에 관심을 크게 기울이지 않았던 자연생태계 복원을 통한(nature-based; ecosystem-based) 기후변화 대응 방법을 추가로 제안하고 있습니다. 그 방법을 포함해서 육상 생태계 복원을 통한 기후변화 완화 방법과, 바다 생태계 복원을 통한 기후변화 완화 방법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그럼 먼저 육상 생태계를 복원해서 기후변화를 완화하는 방법을 간단히 소개해 주시지요?

▶네, 식물은 광합성으로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한 뒤에, 산소는 대기에 공급하고 탄소는 생물량으로 저장합니다. 풀 종류보다는 오래 살고 탄소를 계속 잡아놓는 나무일수록 기후변화 완화에 도움이 됩니다. 그런데 최근 학술지 사이언스에 실린 논문은, 전 인류가 현실적으로 복원할 수 있는 최대 산림 면적과 그에 따른 탄소 고정량을 상당히 신빙성 있게 계산해서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이 논문의 연구진은 전 세계 모든 보호구역의 원격 촬영사진 약 79,000장을 분석했습니다. 원격 촬영사진과 실제 환경의 관계를 인공지능, 즉 기계학습으로 파악한 컴퓨터 모형은, 보호구역의 주변 지역 중 농지와 도시를 제외한 지역이 보호구역 수준으로 복원될 경우 탄소가 얼마나 추가로 포집될 수 있는지 계산했습니다.

연구진의 결론은, 미래의 인구를 부양할 수 있는 농지까지 제외한 뒤에 남는 산림복원 가능지역에서 생태계 특성별로 포집하고 저장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의 총량이 약 7500억 톤이라고 합니다. 2018년에 전 세계의 화석연료 연소에서 나온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375억 톤이었는데요. 20년 동안의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 복원될 숲에서 새로 증가할 나무와 생물의 생물량 및 토양유기탄소가 대기 중에서 걷어낼 수 있다는 놀라운 결과입니다.


▷육지의 식물을 이용한 기후변화 대응 가능성이 상당히 크군요. 그럼, 바다의 생물을 이용한 기후변화 대응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좀 특이한 게 바다생물을 이용한 기후변화 대응 방법은 IMF, 즉 국제통화기금이 내놓은 보고서에 실려 있습니다. 학자들은 지구를 구하는 데는 고래 한 마리가 나무 수천 그루만큼의 능력이 있다고 단정합니다. 해양생물학자들은 최근에 고래, 특히 대형 고래들이 대기 중의 탄소를 포집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는데요. 학자들은 육지에서 생물을 이용한 탄소 고정 프로그램에 들어가는 재정의 일부를 고래 개체군을 복원하는 데 쓴다면 비용 대비 온실가스 감축 성과를 더 많이 거둘 수 있다고 합니다.


▷고래가 덩치가 크긴 합니다만, 과학자들은 어떻게 한 마리로 나무 수천 그루만큼의 온실가스 포집을 기대할 수 있다고 보는 건가요?

▶말씀하신 대로 고래가 일단 덩치가 큽니다. 모든 생물은 몸에 탄소를 포함하는데, 고래들이 워낙 덩치가 크기 때문에 그 어떤 동물보다 많은 탄소를 몸에 저장할 수 있습니다. 생물은 죽으면 다 분해되기 때문에 덩치가 커도 소용없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늘 엄청난 수의 거대한 고래가 계속 살아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고래는 게다가 매우 오래 삽니다. 전 세계에 약 90여 종의 고래가 사는데요, 200살이 넘게 사는 북극고래도 있지만, 평균 60살이 넘게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흰긴수염고래라고도 불리는 대왕고래는 몸길이 33미터, 몸무게가 190톤까지 확인된 적이 있어서 가장 거대했던 초식공룡보다도 큰, 지구 역사상 가장 큰 생물입니다. 이 대왕고래도 70~90살까지 삽니다.

대형고래가 죽으면 사체의 무게 때문에 깊은 바다의 바닥으로 가라앉으면서, 거기 포함된 상당량의 탄소가 고정되어 버린다고 합니다. 그래서 대형고래들은 평균적으로 한 마리당 이산화탄소 33톤을 수백 년까지 고정해놓을 수 있다고 합니다. 이에 비해 나무는 한 그루당 일 년에 최대 이산화탄소 22kg을 고정합니다. 단순하게 계산하면, 나무 1500그루가 1년에 저장하는 탄소를 고래 한 마리가 몸에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럼 고래가 아주 많이 살아야 하는데, 그게 다시 바다의 생태계에 해를 끼치지 않을까요? 좀 전에 육상의 탄소 포집 방법을 소개하실 때도 특정 나무만 많이 심으면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하셨는데요.

▶네, 그럴 수 있습니다만 지금은 고래의 개체 수가 자연 상태보다 많이 적습니다. 과학자들의 추산으로 현재 전 세계의 바다에는 약 130만 마리의 고래가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고래사냥이 시작되기 전에는 바다에 4~500만 마리가 살고 있었다고 합니다. 고래의 수가 지금보다3~4배까지 늘어나야 그나마 자연 생태계를 복원하는 수준이 될 뿐입니다. 그런데 더 중요한 사실은, 고래의 개체 수가 늘어나면 단순히 33톤에 400만을 곱하는 만큼의 이산화탄소만 저장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식물성 플랑크톤의 생물량이 증가하는 데 고래의 역할이 큽니다. 바닷물 상부에 떠다니는 식물성 플랑크톤은 여느 식물과 다름없이 이산화탄소로 광합성하는데요. 대기 중 산소의 50% 이상이 이 식물성 플랑크톤의 광합성 산물입니다. 식물성 플랑크톤이 흡수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전체 아마존 열대우림이 흡수하는 양의 4배에 달하는 엄청난 양입니다.

그런데 과학자들은 최근에 고래의 이동경로를 따라서 이 식물성 플랑크톤이 급증하는 이유를 알아냈습니다. 고래의 배설물, 특히 그중에서도 철분과 질소가 식물성 플랑크톤의 성장과 증식에 중요한 양분을 공급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포유류인 고래는 숨을 쉬기 위해 주기적으로 해수면 위로 올라가서 숨구멍을 내야 하는데요. 이렇게 올라올 때마다 고래가 깊은 바다에서 섭취한 영양소를 수면 가까이 사는 식물성 플랑크톤에게 공급하면서, 심해의 영양소를 해수면으로 퍼 올리는 것이죠. 바다의 영양소 펌프 역할까지 한다고 합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고래의 개체 수를 자연 상태로 복원할 경우 고래의 활동 덕에 추가로 포집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는 1년에 170억 톤에 달한다고 합니다. 조금 전에 말씀드린 2018년 화석연료 연소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절반에 가까운 양입니다. 게다가 IMF는 현재 국제시장에서 거래되는 이산화탄소의 가격을 고려했을 때, 탄소 가격만으로도 고래 한 마리를 보존하는 행동의 경제적인 가치가 2백만 달러, 우리 돈으로 20억 원이 넘을 거라고 합니다. 고래가 백만 마리만 되어도 그 가치가 백만 배가 될 수 있으니 IMF의 경제학자들은 고래를 보전하고 개체 수를 늘리는 데 국제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남는 장사라고 주장합니다.


▷고래의 개체 수가 3배, 4배가 아니더라도 2배만 증가해도 기후변화 완화에 크게 도움이 되겠네요. 그런데 세계적으로 이미 고래잡이가 금지되어 있지 않나요?

▶네, 일본과 캐나다를 제외하면 주요 국가에서 상업적인 고래잡이가 금지된 상태입니다. 그래서 일부 고래는 개체 수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선박과의 충돌, 다른 물고기를 잡기 위해 설치한 그물에 고래가 걸려 죽는 혼획, 해양 플라스틱 폐기물 오염, 소음 공해 등으로 생존에 위협을 받는 고래도 여전히 많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만 해도, 혼획으로 죽는 고래가, 많을 때는 1년에 최대 2천5백 마리가 넘습니다. 이와 같은 오염과 위험 요인을 줄이고 없앤다면 고래의 개체 수와 식물성 플랑크톤의 생물량을 늘려서 육상에서 못다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바다에서 마저 고정할 기회가 늘어날 수 있겠습니다.


▷고래가 늘어나면 다른 물고기가 줄어들지는 않을까요?

▶범고래와 같은 일부 고래의 공격성 때문에 걱정하실 수도 있겠지만, IMF 보고서에 따르면 실제로는 고래의 활동 덕에 식물성 플랑크톤이 늘어나면 다른 물고기가 더 늘어나서 실제로는 어업에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육상과 바다에서 생태계 복원만으로 온실가스를 제거할 수 있다니 기대됩니다. 박훈 위원님,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저도 감사했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cpbc 김유리 기자(lucia@cpbc.co.kr) | 최종업데이트 : 2019-12-03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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