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일본 사목방문 취재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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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업데이트 : 2019-11-27 01:10



[앵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일본 사목방문을 통해 ‘핵무기 없는 세상’을 강조했죠.

교황의 나가사키와 히로시마 방문은 말보다 더 큰 메시지를 던졌는데요.

나가사키 현장을 취재한 전은지 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1. 나가사키는 원자폭탄이 떨어졌던 곳이지 않습니까? 현장 분위기가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네, 날씨 이야기를 드리지 않을 수가 없는데요.

프란치스코 교황이 나가사키에 도착하기 2시간 전부터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결국 교황은 빗속을 걸어 희생자 위령비 헌화하고, 우산 아래에서 비핵화 메시지를 발표했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교황을 기다렸던 신자들은 우비를 입은 채로 비를 맞으면서 메시지를 들었습니다.

저희 취재진도 우비를 챙겨 갔는데, 우비가 소용이 없을 정도로 비가 많이 왔습니다.

날씨 탓인지 나가사키 폭심지 공원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차분했습니다.

일본의 천주교 신자가 워낙 적어서 더 그랬던 걸까요.

교황 방문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거나 주목하는 분위기는 아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2. 그런데 나가사키 야구장에서 봉헌된 미사 분위기는 완전히 달랐다면서요?

네, 폭우가 내렸던 게 무색할 만큼 오후엔 날씨가 맑게 개었는데요.

야구장은 말 그대로 축제 분위기였습니다.

교황을 환영하는 플래카드를 들고, 국기를 흔드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현장에서 만난 신부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나카이 준 신부 / 예수회 일본관구>
우리가 교황님 많이 기다리고 있었던 게 평화의 메세지. 그리고 핵 없는 세상을 위한 그런 메시지. 우리 사회 필요하니까 진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날 미사에서는 한국인이 신자들의 기도를 바쳤는데요. 소감을 들어보실까요?

<권진수 프란치스코 / 서울대교구 서초동본당>
“위정자들을 위한 기도였거든요. 위정자들이 정말 잘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생각해요. 지금 보면 여러 나라 실정이라든가 관계라든가 서로 다 어렵잖아요. 그래서 이럴 때 일수록 위정자들에게 특별한 은총을 내려주셨으면 좋겠어요.”


3. 한국인 원폭 피해자들도 일본을 찾았는데, 입국이 어려웠던 모양이죠?

네, 한국인원폭피해자협회 회원들은 교황의 나가사키 방문 전날 일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는데요.

알 수 없는 이유로 입국이 금지됐습니다.

저희 취재진도 원폭 피해자들과 일정을 같이 할 예정이었는데, 상당히 당황스러웠습니다.

취재를 해보니, 일본 출입국관리국이 일부 피해자들의 예전 일본 방문을 문제 삼았다고 합니다.

2016년 5월 미국 대통령 최초로 히로시마를 방문한 오바마 전 대통령에게 서한을 전하려고 했던 게 문제가 된 것으로 보입니다.

교황의 비핵화 메시지를 들으러 일본에 온 피해자들은 당혹스러워 했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시죠.

<김태훈 바실리 / 부산교구 사직본당, 한국인 원폭피해자 1세>
“그래서 그걸 갖다가 단체로, 한국의 원폭 피해자들이 온다니까 지금 한일관계나 이런 걸 봤을 때 한국인 원폭피해자들이 여기 와서 교황님 만나고 하는 게 달갑지 않을 수도 있죠. 잘 될 겁니다. 나올 거예요. 나쁜 목적으로 일본을 나쁘게 이야기하거나 그렇게 하기 위해서 온 게 아니고, 평화를 위해서 핵을 없애자는 걸로 온 거니까 안 되겠나….”

결국 원폭 피해자들은 5시간 반 동안의 조사와 대기 끝에 공항을 빠져나올 수 있었는데요.

나가사키대교구의 타카미 대주교와 예수회 나카이 준 신부들이 전화를 걸어주는 등, 일본 천주교 성직자들이 피해자들의 입국을 도왔습니다.


4. 한일 원폭 피해자들의 합동 기도회도 취재를 했죠?

네, 한국과 일본 국민 40여 명이 나가사키 우라카미 주교좌 성당에서 기도회를 열었습니다.

기도회에는 한일 원폭 피해자들, 그리고 팍스 크리스티 한국지부와 일본지부 회원들이 함께했습니다.

참석자들은 핵과 전쟁을 주제로 교회의 가르침을 살펴보고 함께 기도했습니다.

특별했던 점은 한일 양국 신자들이 서로의 아픔을 위해 기도한 모습입니다.

한국 신자들은 태평양 전쟁에서 희생당한 무고한 일본 민간인을 위해 기도했고요.

일본 신자들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과 강제징용 피해자들을 위해 기도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거듭 강조한 평화와 화해가 이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5. 한일관계가 냉랭한 상황인데, 그런 분위기도 느껴졌나요?

교황 방문 때문인지, 공항엔 성직자와 수도자들이 많았는데요.

일본 천주교 관계자들은 한일관계를 떠나 일본에 온 사람들을 따뜻하게 맞이했습니다.

취재진과 원폭 피해자들에게도 가고시마현에서 사목하고 있는 한 신부가 와서 도울 일이 없느냐고 물어보기도 했습니다.

한일관계가 어렵다고들 하지만, 현지에선 냉랭함 대신 따뜻한 마음을 느꼈습니다.


▷ 그랬군요. 교황의 나가사키 방문을 동행취재한 전은지 기자와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cpbc 전은지 기자(eunz@cpbc.co.kr) | 최종업데이트 : 2019-11-27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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