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정의를 말한다] 박훈 "전기차, 기후변화 대응에 큰 역할 기대"

[기후 정의를 말한다] 박훈 "전기차, 기후변화 대응에 큰 역할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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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업데이트 : 2019-11-05 18:30

○ 방송 : cpbc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 진행 : 윤재선 앵커
○ 출연 : 박훈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연구원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인터뷰 전문]

매주 화요일 기후변화와 관련한 쟁점과 이슈, 국내외 환경뉴스를 통해 기후 정의를 생각해보는 코너죠. 기후변화행동연구소와 함께하는 기후정의를 말한다.

오늘은 박 훈 연구위원과 함께‘전기자동차와 기후변화 대응’에 관해 이야기 나누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위원님?

안녕하십니까?

▷위원님, 전기자동차, 갑자기 나온 얘기는 아니지요? 에너지와 관련해서 중요할 것 같긴 한데요?

▶아시겠지만, 지난 10월 9일에 발표된 올해 노벨 화학상이 리튬이온전지를 개발한 세 명의 과학자, 즉 존 구디너프(John Goodenough, 97), 스탠리 휘팅엄(M. Stanley
Whittingham,78), 요시노 아키라(吉野彰, 71)에게 돌아갔습니다.

리튬이온전지는 수백~수천 번 충전과 방전을 거듭해도 저장할 수 있는 에너지의 양이 별로 감소하지 않고, 지구에서 가장 가벼운 금속인 리튬을 주원료로 하면서도 에너지 밀도가 높기 때문에 경량화와 소형화가 필요한 각종 기기에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리튬이온전지의 혁신 덕에, 이제 우리는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컴퓨터, 전동 킥보드나 전기 자전거도 몇 년 동안 재충전해서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리튬이온전지는 스마트폰 등의 기기를 쓸 수 있게 해주는 부품으로만 알기에는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크고, 특히 앞으로 더 심해질 기후변화 완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에 이번 노벨상 수상을 맞아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습니다.


▷기후변화 완화라면, 리튬이온전지를 통해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는 말씀이시죠?

▶리튬이온전지 자체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지는 않지만, 리튬이온전지를 쓰면 기존의 에너
지 소비 방식보다 기후변화에 미치는 악영향을 줄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리튬이온전지는 대부분의 전기차에 에너지를 공급합니다.

가장 널리 알려진 전기차인 테슬라나 쉐보레 볼트 EV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쏘울, 코나, 니로 등의 전기차도 리튬이온전지를 쓰고 있습니다. 요즘 점점 더 많이 보이는 전기버스도 모두 리튬이온전지로 움직입니다. 전기차는 같은에너지로 훨씬 먼 거리를 주행할 수 있습니다. 미국 환경청의 실주행거리 측정 결과에 따르면 같은 에너지를 공급했을 때, 현대자동차의 아이오닉 전기차는 동급의 휘발유차보다 3배, 프리우스 같은 하이브리드차보다도 2배 넘게 더 이동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전력 공급자 측에 어느 정도 화석연료 발전소가 포함되었다 해도 실제 온실가스 배출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2017년 보고서에서, 같은 거리를 갈때, 2016년 발전원 기준으로, 전기차가 휘발유차보다 온실가스를 53%만 배출한다고 추정합
니다.


▷전기차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준다니, 단순히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하지 않아서 친환경차 라는 알고 있었지만, 그 혜택이 더 크군요. 전기차 배터리 말고 또 리튬이온전지가 기여하는 분야가 뭐가 있나요?


▶아시다시피 리튬이온전지는 대용량배터리에도 가장 많이 들어가는 재충전 가능 전지입니다. 전기를 많이 쓰는 기업들은 저렴한 심야전력으로 리튬이온전지를 충전해서 전력 요금이 비싼 낮 시간대에 쓰고 있습니다. 기업으로서는 전력 비용을 절약하는 수단으로 리튬이온전지를 쓰는 셈이지요.

이 사례는 전력 소비자의 관점에서 본 리튬이온전지의 장점입니다만, 전력 공급자, 즉 발전사업자에게도 이 에너지 저장기술이 유용합니다.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량이 수요보다 많을 때는 리튬이온전지에 저장했다가 수요가 늘어나는 때에 맞춰서 공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일부 발전소에서 불량부품 때문에 에너지 저장장치에 화재가 발생하는 부작용이 있는데,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 세계 기업과 과학자들이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니 조만간 더 안전한 에너지저장장치가 나와서 우려를 씻어줄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네, 지금 기술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남아있긴 하지만 전력 소비자에게도 좋고 생산자에게도 유용하다는 말씀으로 이해했습니다. 그런데 소비자와 생산자가 만나는 전력망 전체를 두고 보면 수요와 공급이 실시간으로 조절될 수 있을까요?

▶리튬이온전지의 장점을 한 가지 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DNV GL이라는, 해양산업과 에너지의 동향을 잘 파악하고 있는 세계 최대 선급협회에서 올해 발표한 에너지전환 전망 보고서는 전 세계가 기후변화대응을 위해 에너지 시스템을 바꿀 경우 태양광과 육상 풍력, 해상 풍력의 급증 등에 따라 전력 수급의 변동 폭이 커질 것으로 예측합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예측인데요, 전체 전력수급 변동 폭의 65%가 이와 같은 변동성 재생에너지원에 따른 것이고, 35%는 날씨와 일상생활, 경제활동 변화 등에 따라 실시간으로 출렁이는 수요의 변동 때문에 발생합니다.

그런데 이 커진 변동 폭에 대해, 기존의 화석연료나 원자력 발전소의 출력 조정으로는 38%밖에 대응하지 못합니다. 일시적 변동 폭을 맞추려고 대형 발전소를 많이 짓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대신 DNV GL 보고서는, 리튬이온전지를 중심으로 하는 전력 저장 장치가, 기존 발전소에 필적하는, 전력 수급 변동 폭의 36%를 해결할 수 있다고 예측합니다.


▷ 전 세계 전력 수급의 변동 폭 36%를 전력 저장 장치로 해결한다니, 그만큼 많은 저장 시설을 둘 곳이 있나요?

▶제가 전력 저장 장치라고 말씀드렸는데, 사실 그중 절반 넘는 설비는 우리가 막연히 생각하는 전력 저장 설비가 아닙니다. 그래서 전력 저장 설비가 생각만큼 늘어나지는 않습니다.


▷전력 저장 설비가 아닌데 전력 저장 장치라고요?

▶네, 말장난으로 들릴 수도 있는데, 앞으로 전력 수급 변동 폭을 전력 저장 설비보다 더 많이 책임질 수 있는 전력 저장 장치는 전기차입니다. 국제에너지기구는 전 지구 전기차 전망 2019년 보고서에서 현행 정책으로도 2018년 현재 510만대인 전기차가 2030년이면 1억3천만 대 보급된다고 예측하는데요, 전 세계가 적극적인 기후변화 완화 정책을 시행하면 전기차 보급이 훨씬 늘어서 2030년까지 2억5천만 대가 팔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DNV GL은 에너지전환을 위해서는 2050년까지 전기차가 17억대로 늘어나서, 전체 자동차의 68%를 차지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렇게 전기차가 많이 늘어나면 단순히 그 수만큼의 내연기관차 판매가 줄어들어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감소하는 혜택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습니다.


▷전기차가 아주 많아지면, 좀 전에 말씀하신 기후변화 완화 외에도 도움 되는 부문이 있군요?

▶V2G라는 용어를 들어보셨을 텐데요, Vehicle to Grid의 약자입니다. 전기차를 전력 저장 장치로 활용해서 전기차가 주차돼 있을 때는 리튬이온전지의 전기에너지를 전력망으로 역공급하는 기술입니다. 우리가 자가용 승용차를 운전하면, 출퇴근 시간이나 쇼핑을 위한 이동 시간 외에는 차를 세워둡니다. 하루 24시간 중 대부분은 차가 가만히 서 있습니다. 그게 전기차라고 생각하시면, 우리는 배터리가 방전된 차를 세워두지 않지요. 예를 들어, 최대 주행거리가 약 400km인 코나 전기차는 64kWh의 전력을 저장할 수 있는데요, ‘금천구 시흥2동에 사는 분’이 코나가 완충된 상태에서 집을 출발해서 ‘중구 삼일대로의 평화방송’으로 출근하면 18km 남짓 운전합니다. 리튬이온전지에 저장된 전기에너지의 1/20도 다 쓰지 않습니다.

그렇게 20분의 19(19/20), 즉 에너지의 95%가 남아있는 전기차를 퇴근시간까지 주차장에 세워두게 되지요. 그 동안에 남은 전력량의 15%, 즉 9kWh를 전력 수요가 많은 낮 시간대에 전력망에 역공급하도록 하면, 요즘 최신 인버터 에어컨이 4~5시간 정도 작동할 수 있습니다. 수없이 많은 전기차가 함께 전기 에너지를 역공급하면, 그만큼 낮 시간대에 새로 가스 복합화력 발전소를 가동할 필요가 줄어듭니다. 코나는 그렇게 해도 50kWh가 남습니다. 퇴근 이후에도 300km 넘게 이동할 수 있는 전력이 남게 됩니다.


▷V2G, 아직은 생소하게 들리는 신기술인데 대규모로 도입하는 것이 현실성이 있나요?

▶물론 실제 도입에는 넘어야 할 난관이 많겠습니다만, 핵심 기술은 이미 개발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DNV GL이 V2G를 통한 전력 수급 변동 조절 잠재량을 다른 전력 저장 장치의 잠재량보다 크다고 예상합니다. 지난 6월에 우리 정부에서 발표한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도 V2G를 도입하기 위해 기술을 고도화하고 실증할 뿐만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차량 방전 전력을 전력시장에 판매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명확히 밝히고 있습니다.


▷ 백발이 성성해진 노(老)과학자들이 수십 년 전에 개발한 리튬이온전지가 현재의 우리 삶을 윤택하게 할 뿐만 아니라, 미래의 우리 후손들이 건강하고 풍요로운 삶을 살도록 기후변화 완화와 안정적인 전력망 운영에 기여할 것이라는 전망, 저는 여전히 좀 실감은 나지 않지만 모처럼 반가운 소식이었습니다. 박훈 위원님,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저도 감사했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cpbc 이힘 기자(lensman@cpbc.co.kr) | 최종업데이트 : 2019-11-05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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