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이슈 브리핑] 문희정 "트럼프 `이란핵합의` 탈퇴 진짜 이유? 오바마 흠집내기"

[국제 이슈 브리핑] 문희정 "트럼프 `이란핵합의` 탈퇴 진짜 이유? 오바마 흠집내기"

Home > NEWS > 국제
최종업데이트 : 2019-10-04 18:00

○ 방송 : cpbc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 진행 : 윤재선 앵커
○ 출연 : 문희정 국제정치평론가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매주 금요일 한 주간 국제 이슈와 화제를 정리하고 분석하는 <국제 이슈 브리핑>

문희정 국제정치평론가와 함께 합니다.


▷평론가님,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오늘은 `이란핵합의`에 대해 살펴본다고요. 국제뉴스면을 보면 미국과 이란의 갈등 얘기가 나올 때마다 빠짐없이 등장하는 단어가 바로 `이란핵합의` 인데. 우선 이란핵합의가 정확히 어떤 건가요?

▶이란핵합의는 미국의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15년 7월 14일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과 독일 이렇게 6개국과 이란 사이에 체결된 협정인데요. 정확한 명칭은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oint Comprehensive Plan of Action, JCPOA)입니다.

간단히 말하면 이란은 핵개발을 포기하고 6개국은 이란 경제제재를 해제하는 내용이 핵심인데요. 이란이 군사용 핵 개발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2025년까지 예정된 국제사찰을 받는 조건으로, 안전보장이사회가 1995년부터 이란에 적용한 제재를 점진적으로 철회하기로 한 국제 약속입니다. 현재는 미국이 일방적으로 탈퇴를 선언하고 이란에 대한 제재를 복원한 상황이어서 미국과 이란과의 갈등이 첨예한 겁니다.


▷미국이 왜 일방적으로 탈퇴한 건가요?

▶명분은 이란이 핵합의를 어겼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지난해 5월 8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독일을 비롯한 다른 핵합의 참여국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란핵합의가 불공평하다며 탈퇴를 강행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핵합의가 거짓이었다는 명백한 증거가 있다. 이란은 핵개발을 계속 추진했다"며 “가장 높은 수준의 경제제재를 발동하겠다”고 경고까지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란이 미국이 테러단체로 지정한 헤즈볼라를 지원하고 있고, 미국의 동맹인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에 적대감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고요. 이란핵합의에서 이란의 탄도 미사일 개발을 예외로 허용한 점 등도 잘못됐기 때문에 탈퇴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습니다.


▷아무런 근거 없이 국제 협정을 깨기는 쉽지 않은데 그렇다면 실제로 미국이 주장한 것처럼 이란의 부정 행위가 드러났습니까?

▶전혀 아닙니다. 미국과 나머지 국가가 나뉘는 것만 봐도 답은 바로 나오는데요. 말 그대로 미국이 일방적으로 약속을 파기한 겁니다. ‘불량국가’라고 불리는 이란이지만 협정에서 약속한 사항을 착실하게 지켰고,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물론 심지어 미국 정부의 정기적 확인서를 통해서도 그 사실은 입증됐습니다.

2017년 1월 20일에 취임한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5월 8일에 와서야 이란핵합의를 파기한 이유도 그동안 뚜렷한 명분을 찾기 어려웠기 때문인데요. 당시 미국의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허버트 레이먼드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도 이 협정의 장점을 인정하고 철회에 반대했었습니다.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를 강행한 진짜 이유는 뭔가요?

▶그건 이란핵합의가 전 정권인 오바마 행정부의 역사적인 업적이기 때문입니다. 선뜻 이해가 되지 않으실 텐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틈만 나면 오바마 행정부를 비난하면서 자신이 대통령이 돼서 오바마 행정부의 잘못을 바로잡았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북한 문제만 해도 오바마 때는 북한이 걸핏하면 미사일 실험을 해댔지만 자신이 대통령이 된 후로는 그런 일이 한 번도 없었고 오바마는 북한에 인질로 잡혀 있는 미국인들을 송환시키지 못했지만 자신은 그 일을 했다는 식으로 말하는데요.

이란핵합의 역시 오바마 행정부가 자신들의 치적 쌓기로 얼렁뚱땅 잘못된 합의를 한 것을 자신이 바로잡기 위해 탈퇴한 것이고 따라서 이란 역시 자신과 다시 핵합의를 위한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무조건 오바마 전 대통령을 흠집 내기 위한 행동이라는 의미인가요?

▶설마 세계 최고 강대국의 대통령이 이렇게 옹졸한 이유로 국제 약속까지 깨뜨릴까 싶으시겠지만 실제로 그동안 알려진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 성향을 본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인데요. 이를 뒷받침할 만한 에피소드도 있습니다.

지난 7월 트럼프 대통령을 "서툴고 무능하고 불안정하다"며 혹평한 비밀 외교 문서가 유출돼 킴 대럭이라는 전 미국 주재 영국대사가 사임하는 일이 있었는데요. 며칠 뒤 다른 메모가 또 유출되는 일이 발생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핵합의에서 탈퇴한 건 전임 오바마 대통령의 업적을 지우기 위해서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었습니다.

대럭 전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오바마 전 대통령을 비난하기 위해(to spite) 핵합의에서 탈퇴했으며, 이는 `외교적 반달리즘`(문화유산이나 예술품을 파괴하거나 훼손하는 행위)이라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그러면서 대럭 전 대사는 “트럼프 행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극히 개인적이고 이념적인 이유들로 인해 외교적 합의 파괴를 일삼고 있다”며 심지어 백악관이 핵합의 탈퇴 후 장기적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 통일된 의견도 없다고 지적해 파장이 상당했습니다.


▷그렇다면 함께 핵합의에 서명했던 다른 국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 탈퇴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요?

▶영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핵합의 탈퇴를 막으려고 했다는 대럭 전 대사의 문건도 있고 당연히 나머지 국가들은 일방적 핵합의 탈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강하게 반발하면서 받아들이지 않았는데요. 하지만 미국이 지난 8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이란에 대한 전면적인 제재를 복원하면서 다른 나라들에게도 동참할 것을 강요하고 있기 때문에 불만이 팽배해져 있는 상탭니다.

이란과의 모든 거래를 사실상 금지했을 뿐만 아니라 세컨더리 보이콧이라고 해서 이란과 거래하는 기업이나 개인들은 미국의 기업이나 개인과 거래할 수 없다는 제재도 동시에 발동한 상황인데요. 유럽의 경우 특수목적법인까지 만들어가며 어떻게든 이란핵합의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정부 차원에서 밀어붙이려 해도 기업들 입장에서는 세컨더리 보이콧 때문에 미국과의 거래 자체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란과의 거래를 쉽사리 받아들일 수도 없습니다.

따라서 유럽이 미국의 제재를 우회하는 방안으로 이란과 금융 거래를 전담하는 특수법인 `인스텍스`를 올해 1월 설립했지만 아직 이를 통한 유럽과 이란의 교역은 한 건도 성사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란에서는 억울하기도 할 것 같은데 공식적인 입장은 뭔가요?

▶이란은 다시 협상을 하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을 단박에 거절하면서 미국이 일방적으로 탈퇴했으니 미국만 다시 핵합의 안으로 돌아오면 된다는 것이 이란의 공식 입장인데요. 더불어 유럽마저 핵합의를 지키지 않는다면 이란도 핵합의를 계속 준수하고 있을 수는 없다고 경고하면서 우라늄의 농도를 규정 이상으로 농축하는 실질적인 위협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유의하셔야 할 점은 이란은 종교 최고지도자가 모든 국가 기관 위에 군림하고 있는 신정체제 국가라는 사실인데요. 비교적 중도 온건파로서 대화로 문제 해결을 원하는 대통령이나 외무장관의 목소리와 무력을 동원해서라도 끝까지 미국에 항전하겠다는 종교 최고지도자와 그의 직속군인 혁명수비대의 목소리가 다릅니다.

따라서 미국이 계속해서 이란을 공식적으로 제재하고 망신을 주면서 압박하게 되면 설사 이란의 대통령이나 외무장관이 대화를 하고 싶어도 종교 최고지도자나 혁명수비대 등 이란 내부 강경파의 눈치가 보이기 때문에 할 수 없는 상황이고요. 이란 내부적으로는 끊임없이 이 중도온건파에 대한 강경파의 압박과 흔들기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 얼마 전 외무장관이 사퇴하겠다고 밝힌 적도 있을 정돕니다.


▷그런데 미국이 이란에 대한 제재를 복원하면서 사실 우리나라도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는 상황이죠?

▶맞습니다. 미국이 우리나라를 비롯한 중국, 인도, 이탈리아, 그리스, 일본, 대만, 터키 등 8개국에 대해서는 6개월 간 원유 수입을 할 수 있도록 예외를 인정했지만 지난 5월 2일로 예외조치가 끝났는데요.

사실 8개국 중 중국, 인도 등은 지난해 12월부터 이란산 원유 수입을 재개한 반면 그리스·이탈리아·대만 3개국은 이미 이란산 원유 수입을 전면 중단한 상태였고 우리나라는 대금 결제와 운송 관련 문제로 올해 1월부터 다시 수입을 시작했지만 이마저도 수입 물량을 줄여야 한다는 조건 때문에 2017년 기준으로 5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규모였습니다.

2017년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이란산 원유를 1억 4787만 배럴 수입했는데 이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다음으로 많은 양으로, 전체 원유 수입의 13.2%를 차지했는데요. 한국 정부는 지난 4월 초 대표단을 미국에 보내 이란산 원유 수입 예외적 허용조치를 연장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원유를 수입하는 부분 이외에 우리가 이란을 대상으로 하는 수출에도 비상이 걸렸는데요. 이란은 우리나라에 원유를 수출하고 받은 원화를 우리나라 은행의 원화결제계좌에 쌓아놓고, 이후 우리 기업이 이란에 제품을 수출하면 이 원화결제계좌에서 원화로 대금을 받아가는 방식으로 교역을 하고 있어서 이란산 원유 수입이 막히면 우리나라의 이란 수출도 사실상 멈출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특히 우리나라에 있어 이란산 원유가 중요한 이유가 따로 있다면서요?

▶맞습니다. 우리가 수입하는 이란산 원유의 70% 정도는 콘덴세이트라는 건데요 콘덴세이트만 비교하면 국내 도입량의 54%를 이란산이 차지해왔습니다. 초경질유라고 불리는 콘덴세이트는 우리 나라의 주요 수출품인 석유화학제품의 원료로 사용되는 것으로, 이란산 콘덴세이트는 가격도 저렴하고 불순물이 적어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선호하는 품종이었습니다.

물론 이란 제재에 대비해 수입처를 다변화하기 위한 노력들을 해왔지만 가격 대비 가성비가 이란산을 뛰어넘는 제품이 없다는 것이 업계의 얘기인데요. 대체제로 실험한 미국산 경질유는 불순물이 많고 수송 비용이 많이 들어 경제성도 떨어지고 국내 석유화학 공장 설비에 잘 맞지 않아 고장의 우려가 높은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지난 5월부터 이란산 콘덴세이트 수입이 끊기면서 국내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은 카타르·호주·영국 등에서 콘덴세이트를 수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반면 최근 국내 석유화학 업계의 경쟁상대로 급부상한 중국의 경우 미국의 경제제재에도 불구하고 이란산 원유 도입을 통해 원가 경쟁력을 높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국내업계의 타격이 더 커지고 있습니다.


▷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국제 이슈브리핑> 문희정 국제정치평론가였습니다. 다음주에 뵙겠습니다.

▶ 감사합니다.
cpbc 김유리 기자(lucia@cpbc.co.kr) | 최종업데이트 : 2019-10-04 18:00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pbc 가톨릭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윤재선입니다>'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pbc 가톨릭평화방송'에 있습니다.
ⓒ 가톨릭평화방송 · 평화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