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정의를 말한다] 박훈 "기후변화로 태풍도 강력해져...한반도 침수 우려"

[기후 정의를 말한다] 박훈 "기후변화로 태풍도 강력해져...한반도 침수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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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업데이트 : 2019-09-10 18:50

○ 방송 : cpbc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 진행 : 윤재선 앵커
○ 출연 : 기후변화행동연구소 박훈 연구위원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매주 화요일 기후변화와 관련한 쟁점과 이슈, 국내외 환경뉴스를 통해 기후 정의를 생각해보는 코너죠.

기후변화행동연구소와 함께하는 <기후 정의를 말한다>

오늘은 기후변화행동연구소의 박훈 연구위원과 함께 기후변화가 태풍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위원님?

▶안녕하십니까?


▷지난 주말에 태풍 링링이 우리나라에 상당한 피해를 주고 지나갔습니다. 올해 태풍이 더 생길 수도 있습니다만, 지금까지 우리나라에 발생한 태풍의 피해, 한 번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말씀하신 ‘태풍 링링’은 남한 옆을 지나 북한 황해도로 상륙했습니다. 남한에서 세 분이 목숨을 잃으셨고, 강풍으로 약 145 km2, 서울시 면적 1/4의 농작물이 피해를 입었다고 합니다. 북한에서는 피해가 더 컸는데, 5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남한의 세종시나 광주광역시 전체 면적에 가까운 땅이 침수 또는 매몰되었다고 합니다.

올해 링링보다 먼저 우리나라에 발생한 태풍은 4개인데요. 7월은 다나스. 8월은 프란시스코, 레끼마, 크로사였습니다. 강우량이 지역적으로 편중되어 피해는 크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늘 태풍이 접근할 때마다 그 경로나 등급에 관계없이 제주도와 남부지방이 긴장하고, 아무리 대비를 해도 폭우와 강풍, 높은 파도 때문에 피해가 생기고 있습니다.


▷태풍은 우리나라와 북태평양에서 발생하는 열대저기압을 가리키는 이름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서양 쪽에서 발생하는 열대저기압은 허리케인, 인도양과 남태평양에서 발생하는 것은 사이클론이라고 하던데요.

올해 외국에서 발생한 열대저기압의 영향이나 피해는 어느 정도인가요?

▶태풍 레끼마는 우리나라는 큰 영향 없이 지나갔지만, 중국에 상륙해서는 사상 가장 큰 피해를 일으킨 열대저기압이 됐습니다. 중국에서는 사망 49명, 실종 21명으로 인명피해만 70명이었고, 전체 이재민 규모가 우리나라 인구의 1/4에 해당하는 1300만 명에 달했다고 합니다.

지난주에 전 세계인의 걱정을 산 허리케인 도리안은 바하마를 초토화했는데요. 열대저기압 최강인 5등급인 상태로 바하마에 상륙해서, 강풍과 해일로 40명이 넘게 숨지고 재산피해가 8조 원이 넘었습니다. 이 피해액은 바하마의 1년 국내총생산 절반을 넘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최악의 재산피해를 입혔다는 2002년 태풍 루사의 피해액이 당시 추산으로 약 5조 원이었으니, 인구 50만 명이 안 되는 바하마가 얼마나 충격을 받았을지 추정할 수 있습니다.


▷허리케인 도리안의 피해사진을 보면, 현장을 찾은 미국 구호팀의 말 그대로 원자폭탄이 터진 것처럼 처참하더군요. 위원님은 허리케인의 위력을 어떻게 설명하시겠습니까?

▶네, 원자폭탄 이야기가 나올 만큼 허리케인이나 태풍의 위력은 엄청납니다. 평균 강도 허
리케인이 지닌 에너지는 냉전 시대 미국과 러시아, 즉 옛 소련의 모든 핵무기를 합한 에너지에 해당하는 다이너마이트(TNT) 13,000 메가톤의 폭발력에 필적하고, 히로시마에 투하됐던 원자폭탄을 100만 개 터뜨릴 때 방출되는 에너지와 같다고 합니다.

평균 강도의 허리케인이 그 정도이니, 가장 강력한 열대저기압인 허리케인 도리안의 위력은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인데요. 원자폭탄 외에 다른 비교 대상을 소개해 보겠습니다. 미국 스미스소니언 연구소의 한 발표자료2)에 따르면 도리안과 같은 대형 허리케인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 방출된 에너지(1019 Joule)보다도 100배 많은 에너지(1021 J)를 품고 있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방금 말씀하신 태풍 레끼마, 작년에 일본을 할퀴고 지나간 태풍 제비, 재작년 미국을 덮친 허리케인 하비 등 정말 발생할 때마다 ‘사상 최악의 피해’ 보도가 나오는 열대저기압이 이제는 매년 발생하는데요.

이런 현상도 기후변화와 관련이 있나요?

▶엄청난 피해를 준 태풍이나 허리케인이 발생할 때마다, 그 열대저기압이 기후변화 때문에
더 강해졌는지에 대해 의견이 나뉘었습니다. 그런데 올해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님도 참여한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 중심의 다국적 연구진이 미국기상학회보에 게재한 두 편의 논문에서 어느 정도 해답이 나온 것 같습니다.

이번 연구에 따르면, 우선 최근 열대저기압들은 점점 그 강도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더 중요한 발견은 열대저기압의 최대 강도가 점점 더 고위도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다시 말씀드리면, 예전에는 동남아시아 등의 열대 지방에서 최대풍속을 기록하던 강력한 태풍이, 점점 더 일본이나 중국에서 그 최댓값을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도 열대 카리브해를 넘어서 허리케인 샌디 등이 뉴욕과 같은 중위도 지역으로 와서 큰 피해를 주는 것이 한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변화가 앞으로 더 심해질 수 있다는 말씀이신가요?

▶방금 말씀드린 연구진은 열대저기압의 미래도 예측했는데요, 우리가 주의해야 할 변화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열대저기압 발생지점의 수증기 증가로 강우량이 증가한다고 합니다. 또한 평균 최대풍속이 더 빨라져서 강도가 세진다고 합니다. 전체 열대저기압의 수는 감소할 수도 있지만, 대신 ‘슈퍼태풍’이라는 별명이 붙는 4~5등급 열대저기압이 더 많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열대저기압이 최대풍속으로 발생하면서 위험도와 인명피해가 가장 커지는 지역이 점점 더 고위도로 이동한다고 합니다. 점점 더 한반도에 대한 위협이 커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에 우려스러운 이 연구진의 예측은, 해수면 상승과 온난화가 일어난 상태에서 태풍이 발생하면 ‘연안 홍수’가 심해진다는 것입니다.


▷연안 홍수라면, 해안선에 가까운 육지가 바닷물에 잠긴다는 말씀이시죠?

▶네, 이제 우리는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침수와 해안 침식을 걱정해야 합니다. 기상청은 앞으로 바다를 접하고 있는 지자체들이 상당한 범람 피해를 볼 것으로 예측합니다. 설령온실가스 배출량을 매우 억제하는 2°C 온난화 경로를 따른다 해도, 매우 강한 태풍이 일으키는 해일과 만조가 겹치면 2030년까지 남한의 1.5%가 해수 범람 피해를 볼 것이라고 합니다. 특히 저지대가 많은 인천광역시는 전체 면적의 27%가 일시적으로라도 바닷물에 잠길 위험에 처해 있다고 경고하는데요.

2012년 허리케인 샌디로 인해 뉴욕 맨해튼의 지하철과 빌딩들이 침수되고, 2016년에 태풍 차바가 일으킨 파도로 부산 마린시티의 고층아파트가 물에 잠긴 것이 기후변화와 태풍이 더 자주 연안에 불러올 미래 모습의 일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슈퍼태풍이 우리나라에 상륙하고 거기에 해수면 상승이 겹치는 시나리오는 상상만 해도 끔찍한데요. 이런 상황에 대비하는 방법이 있을까요?

▶물론 근본적 해결책은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통한 기후변화 완화입니다. 전 지구 평균 표면온도가 상승하면서, 북극해와 그린란드, 남극의 얼음이 녹고, 히말라야와 안데스, 알프스 산맥의 빙하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달 말에 IPCC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할 ‘해양 및 빙권 특별보고서’의 내용이 일부 보도됐는데요.

얼음이 녹은 물이 바다로 흘러들어, 금세기 말까지 해수면을 1m까지 추가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합니다.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전 세계 연안 주민 2억8천만 명이 이주해야 할 것으로 예측할 정도이니, 후손들을 위해서는 화석연료 사용을 당장 멈춰야 하겠지요.

하지만 지금 당장에도, 기후변화가 불러올 연안의 범람과 침식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습니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연구보고서에서 제안했듯이, 모든 중앙부처와 지자체가 정책과 제도에 ‘해수면 상승’을 반영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해안 이용과 관리’에 대해 해수면 상승을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국가 표준 지침을 시행할 수 있습니다. 또한 태풍 피해는 도서지방과 연안에 집중될 수밖에 없으므로, 내륙주민도 동의하고 지지할 수 있는 정책 수립을 위해, 평소에 ‘교육 및 홍보’를 강화해야 하겠습니다.


▷태풍 링링을 겪고 나니 슈퍼태풍이나 해수면 상승이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 현재의 일이라는 게 실감이 납니다. 기후변화에 대응해서 오늘 저부터 전구 하나라도 더 꺼야 하겠네요. 위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추석 안전하게 잘 쇠십시오.
cpbc 김유리 기자(lucia@cpbc.co.kr) | 최종업데이트 : 2019-09-10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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