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말하다] 김초엽 작가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책을 말하다] 김초엽 작가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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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업데이트 : 2019-09-07 18:00

○ 방송 : cpbc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 진행 : 이주엽 앵커
○ 출연 : 김수현 교보문고 MD



이번에는 화제의 책을 만나보는 [책을 말하다] 순서입니다. 교보문고 김수현 MD 연결합니다.


▷ 안녕하세요.

▶ 네, 안녕하세요. 김수현MD입니다.


▷ 아직 더위가 남아 있긴 하지만 그래도 아침 저녁으로는 가을을 느낄 만큼 날씨가 많이 시원해졌는데요, 가을의 문턱에서 관심있게 볼 만한 책은 어떤 책입니까?

▶ 오늘은 가을의 감성을 담아, 요즘의 높고 푸른 하늘 같이 예쁜 풍경이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책을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바로, 김초엽 작가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이라는 책이에요. 이 예쁜 표지를 직접 보여드리면서 소개할 수 없어서 아쉽네요. 혹시 괜찮으시다면 기자님께서 표지의 느낌을 조금 묘사해주시겠어요?


▷ 네, 저도 지금 이 책을 찾아서 보고 있는데요. 우선 연보랏빛 파스텔 톤의 풍경이 보입니다. 구름 사이로 희고 밝은 빛이 비치고 있고, 한쪽에는 달도 보입니다. 그런데 하늘에 초승달도 있고, 반달도 있어요. 멀리 별도 보이고요. 굉장히 몽환적인 느낌이 드는 표지네요. 소설인가요?

▶ 표지의 느낌을 정확하게 잘 살려서 말씀해주셨는데요. 맞아요, 이 작품은 소설집이에요. 그 중에서도 SF소설집입니다. 가까운 미래나, 우주, 다른 행성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서 실제 소설도 전체적으로 표지의 인상과 같이 아름답고 몽환적인 느낌을 줍니다.


▷ 그렇군요. 지난번에도 SF소설집을 추천해 주신 적이 있는데요, MD님께서는 SF 장르를 특별히 좋아하시는 것 같습니다.

▶ 네. 지난번엔 켄 리우의 <종이 동물원>을 소개해드렸었죠. 그때 내심 다음 번엔 국내 저자의 책도 소개해드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그런데 마침 국내 저자의 따끈따끈한 신작이 나왔고, 내용도 정말 좋아서 이때다 하고 가져왔습니다. 제가 SF를 좋아하는 이유는 SF가 머나먼 미래나 완전히 다른 세상 일일 것 같지만, 실은 ‘지금, 여기’를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대부분의 작품들이 현실과 그렇게 동떨어져 있지 않거든요. 오히려 과학기술, 또는 환상 같은 장치를 통해서 현대사회를 돌아보게 만들죠.


▷ 구체적으로 어떤 점들이 그렇습니까?

▶ 네, 본격적인 작품설명에 앞서서 먼저 작가 소개를 좀 해드리고 넘어갈게요. 김초엽 작가는 1993년생으로 아주 젊은 작가예요. 포항공대 생화학 석사라는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고요. 2017년에 「관내분실」이라는 작품과 이번 소설집의 제목이기도 한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으로 각각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대상과 가작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이 두 편 모두 이번 소설집에 수록되어 있고, 이 외에도 다섯 편의 이야기가 더 실려서 이번 첫 소설집에서는 총 7편의 단편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 저도 궁금해서 작가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니 두 편이 한꺼번에 상을 받았더군요. 「관내분실」로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부문 대상을 받았고 필명으로 낸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도 동시에 상을 받았네요. 이 두 작품은 어떤 작품입니까?

▶ 대상을 수상했던 「관내분실」은 제목에서도 암시하다시피 배경이 도서관이에요. 보통 도서관에서 누가 대출해간 건 아닌데, 정해진 자리에 그 책이 없을 때 도서관 안에서 자료가 없어졌다고 해서 ‘관내분실’이라고 말을 하는데요. 이 작품에서는 그렇게 관내분실된 것이 책이 아니라 화자의 어머니라는 점이 독특한 설정입니다. 소설은 가까운 미래에, ‘마인드 업로딩’이라는 것이 가능해져서 죽은 사람에 관한 거의 모든 데이터를 보관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어요. 도서관에 가서 마인드 접속기를 통해 망자의 데이터가 담긴 ‘마인드’와 연결되면, 생전의 모습을 하고 있는 마인드와 대화도 나누고 시간도 보낼 수 있는 거죠.


▷ 듣고보니 영화에서 흔히 보던 홀로그램 같은 게 떠오르기도 하는데요. 도서관에 업로드 해두었던 어머니의 마인드가 어떤 이유로 사라졌고, 그걸 다시 찾는 여정을 다룬 소설집이라는 말씀인가요?

▶ 네, 맞아요. 화자인 지민은 어머니의 마인드를 찾기 위해, 어머니가 살아온 삶을 반추해봅니다. 이들은 그렇게 좋은 모녀관계는 아니었기에 어머니에 대한 핵심적인 기억은 거의 없다시피 하고, 어머니가 남긴 흔적도 많지 않아서 어려움을 겪습니다. 그러다가 지민은 한가지 사실과 마주하게 돼요.


▷ 점점 궁금해지는데요. 어떤 사실이죠?

▶ 어머니가 살아 있을 때에도 세계와 분리되어 있었다는 거예요. 책에는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엄마는 마치 없는 사람 같았다. 최소한의 흔적만을 남기고 그냥 그렇게 살다가 가버린, 이제는 없는 사람.” 한 사람을 특정할만한 실체적인 물건이 거의 없는 상태였던 거죠. 그러다가 지민은 어떤 계기를 통해서 자신이 아는 것보다 더 과거의 엄마를 만나게 됩니다. 임신과 출산의 과정을 겪으며 우울증을 얻게되기 이전의 엄마, ‘지민 엄마’이기 이전에 ‘김은하’였던 한 사람의 존재를 마주한 거예요. 지민은 그제서야 비로소, 조금씩 어머니를 이해하게 됩니다.


▷ 그렇다면 작가가 그리려고 했던 어머니의 모습은 궁극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요?

▶ 그렇죠? 저는 또 머릿속에서 이런 의문이 들기도 했어요.‘이 소설에 나오는 은하와 같이 분명히 이 세상에 존재하지만, 없는 것처럼 여겨지는 사람들이 더 있진 않을까?’ 그리고나서 생각해보니 여러가지 이유로 사회와 연결되지 못한 사람들이 떠오르더라고요. 지금까지 봐왔던 고독사에 대한 기사들, 부모의 학대로 학교에 갈 나이가 지났음에도 집에 갇혀만 있었다는 아이에 대한 이야기 같은 것들이요.

이렇게 이 소설은 SF적 장치를 통해 현실의 사회문제를 떠올리게 하고, 사회에서 소외되고 배제된 이들의 삶에도 시선이 머무를 수 있도록 합니다. 여기에 실린 다른 작품들도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질문을 던지고 있어요. 하나씩 읽어보시고 여운 속에서 나름대로의 생각을 정리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 표제작인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어떻습니까? 제목에서 과학적인 느낌이 나는데요?

▶ 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의 주인공은 안나라는 이름의 할머니 과학자입니다. 우주 개척을 위한 기술 개발에 투신했던 과학자와 젊은 남자가 우주정거장에서 나누는 대화로 이야기가 진행돼요. 할머니 과학자라니 신선하죠? 보통 기술 개발의 최첨단에 있는 사람들은 혁신을 꿈꾸는 젊은 남성의 이미지로 많이 그려지곤 하잖아요. 김초엽 작가는 그런 고정관념을 깨트리면서 그동안 쉽게 주목받지 못했던 인물들을 내세워서 이야기를 찬찬히 풀어나갑니다. 노인이거나, 장애인이거나, 미혼모인 주인공들은 적어도 이 작가의 세계 안에선 단지 그 특성만으로 규정되지 않고, 고유의 이야기를 가집니다. 이 소설집을 두고 김연수 작가는 “시선에서 질문까지, 모두 인상적이다”라고 평한 바 있는데요. 어떠세요? 이제 그 이유를 알 것도 같지 않나요?


▷ 두 개의 대표작을 소개해 주셨는데요, 다른 소설들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작품들이겠죠?

▶ 네. 이 가을, 주말 독서용으로 잘 어울리는 책입니다. 아, 그리고 김초엽 작가는 얼마 전에 교보문고에서 매달 진행하는 인생학교365라는 무료 강연 프로그램의 강연자로 300여 명의 독자들과 만나기도 했는데요. 마침 제가 그때 행사 지원을 나갔거든요. SF를 통해 `우리는 어떻게 다름을 탐구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함께 생각해보는 시간이었어요. 그 강연 자리에서 들었던 인상적인 말을 하나 공유드리면서 오늘 책 소개를 마칠까 합니다.


▷ 네, 말씀해주시죠.

▶ SF를 통해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성찰하는 질문을 많이들 던지는데, 그 지점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고 김초엽 작가는 말했어요. 그 이유가 특히 인상적이었는데요. `인간성`에 대해 깊이 고민하면 할수록,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를 더욱 뚜렷하게 할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배제되는 생명들이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다고 하더라고요. 거기까지는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던 부분이라, 저도 모르게 감탄이 나왔어요.

작가의 작품을 관통하는 가치관을 다시한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서로 다름을 이해하기 위해 뻗어나간 상상력이 우리를 어디로 데려가는지 조금이라도 궁금해지셨다면, 이번 주말엔 이 책을 한번 읽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 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책을 말하다], 교보문고 김수현 MD와 함께 했습니다.

오늘도 알찬 소식 고맙습니다.

▶ 감사합니다.
cpbc 이주엽 기자(piuslee@cpbc.co.kr) | 최종업데이트 : 2019-09-0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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