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황태자비’ 이방자 마리아의 삶과 신앙

‘마지막 황태자비’ 이방자 마리아의 삶과 신앙

Home > NEWS > 가톨릭
최종업데이트 : 2019-08-14 09:00



[앵커]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태자비였던 이방자 여사.

올해가 30주기입니다.

일본 황족 신분이었지만, 우리나라에서 장애인 복지에 힘을 쏟고 천주교 세례도 받았는데요.

이방자 여사의 삶과 가톨릭교회와의 인연을 이학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옷감을 재단하고 재봉틀을 돌리는 손길이 능숙합니다.

장애인 근로사업장 ‘해동일터’ 직원들이 작업복을 만드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해동일터’가 소속된 사회복지법인 명휘원은 1967년 이방자 여사가 설립했습니다.

명휘원 이름은 영친왕 이은의 호를 따서 지었습니다.

지체장애 중고등부 특수학교인 ‘명혜학교’와 지적장애인 거주시설 ‘명휘원’도 산하기관입니다.

<방미애 아가페 수녀 / 명휘원 원장, 영원한 도움의 성모수도회>
“영친왕님께서 평상시에 사회복지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계셨기 때문에 환국 기념으로 명휘원이 이렇게 생기게 된 것이라고 저희 역사는 이렇게 전해주고 있죠.”

영친왕은 11살에 일본으로 끌려갔고, 일본 황족 이방자 여사와 강제로 결혼했습니다.

정략결혼이었지만, 두 사람은 평생 사랑하고 의지했다고 합니다.

영친왕은 일본에서 ‘요셉’이란 이름으로 세례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병든 몸으로 귀국해 1970년 눈을 감았습니다.

이방자 여사는 영친왕의 뜻을 이어 장애인의 자활과 재활에 힘을 쏟았습니다.

예술가였던 여사는 작품전과 바자회 수익금으로 명휘원과 명혜학교를 운영했습니다.

<이방자 여사 회고록 ‘세월이여, 왕조여’ 中>
“나는 두 개의 조국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나를 낳아준 곳이고 하나는 나에게 삶의 혼을 넣어주고, 내가 묻힐 곳이다. 내 남편이 묻혀 있고 내가 묻혀야 할 조국, 이 땅을 나는 나의 조국으로 생각한다.”

▲ 이방자 여사와 김수환 추기경 (자료 제공 = 명휘기념관)


1983년, 이방자 여사는 영친왕의 뒤를 따라 천주교 세례를 받았습니다.

세례명은 ‘마리아’였습니다.

<방미애 아가페 수녀 / 명휘원장, 영원한 도움의 성모수도회>
“83년도쯤에 아마 (김수환) 추기경님으로부터 영세를 받으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자세한 내용들은 어떤 서류나 이런 게 없기 때문에 알 수가 없지만, 들은 것으로는 그렇게 해서 대세를 받으신 것 같아요.”

이방자 여사는 2년 뒤 김수환 추기경을 통해 영원한 도움의 성모수도회에 명휘원 운영을 맡겼습니다.

<방미애 아가페 수녀 / 명휘원 원장, 영원한 도움의 성모수도회>
“(이방자 여사는) 우리 장애친구들에게 자활과 재활이라는 것을 강조를 하시고. 1인1기의 재주나 능력들을 갖출 수 있도록 해서 사회에 나가서 공헌하는 사회인으로 키우는 것. 그것을 저희에게 당부를 하셨고요. 그리고 그 사업을 그대로 이어주기를 부탁하셨기 때문에 지금까지 저희가 그것을 살아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방자 여사는 1989년 창덕궁 낙선재에서 선종했습니다.

김수환 추기경은 낙선재에서 장례미사를 주례했습니다.

<김수환 추기경 / 이방자 여사 장례미사 강론 中>
“(이방자 여사는) 당신의 정신과 사랑을 불우한 이들, 지체장애인들에게 쏟으셨습니다. 때문에 복음에서 이어지는 모든 말씀은 이분에게 그대로 해당된다고 아니 말할 수 없습니다. 영세하시고 그리스도께 귀의하신지는 오래 되지 않았지만, 이분의 마음에는 하느님이 일찍부터 계셨던 것처럼 느껴집니다.”

이방자 여사는 영친왕과 함께 홍유릉 내 영원에 묻혔습니다.

명휘원이 운영하는 명휘기념관엔 이방자 여사의 휘호가 걸려 있습니다.

‘화합할 화(和)’는 여사가 가장 즐겨 쓰고 좋아했던 글자입니다.

한일관계가 어려운 요즘.

역사의 비극 속에서 묵묵히 두 나라의 화합을 기원했던 여사의 바람을 되새겨봅니다.

cpbc 이학주입니다.
cpbc 이학주 기자(goldenmouth@cpbc.co.kr) | 최종업데이트 : 2019-08-14 09:00

■ 인터뷰 및 기사를 인용보도할 때는 출처 'cpbc 가톨릭평화방송'을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가톨릭평화방송 · 평화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