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정의를 말한다] 박훈 "태양광·풍력으로 에너지 수요 감당할 수 있어"

[기후 정의를 말한다] 박훈 "태양광·풍력으로 에너지 수요 감당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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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업데이트 : 2019-08-13 19:07

○ 방송 : cpbc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 진행 : 윤재선 앵커
○ 출연 : 박훈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연구위원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매주 화요일 기후변화와 관련한 쟁점과 이슈,
국내외 환경 뉴스를 통해 기후 정의를 생각해보는 코너죠.

기후변화행동연구소와 함께하는 <기후 정의를 말한다>

오늘은 기후변화행동연구소의 박훈 연구위원과 함께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재생에너지 전력에 관해 알아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박 위원님?

▶네, 안녕하십니까?


▷기후변화의 원인 제공이나 완화 대책 모두 ‘에너지가 가장 큰 영향을 끼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얼마나 관계가 있나요?

▶ 2015년 전 세계 196개국이 합의한 파리협정은 금세기 말까지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 온도상승을 2℃보다 훨씬 낮은 수준으로, 가능하면 1.5℃로 억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전 세계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2020년 이후 감소해야 합니다. 2020년은 바로 내년이죠.

그래서 영국의 찰스 황태자도 지난달에 ‘전지구가 행동에 나설 때까지 남은 시간이 1년 반밖에 남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이제는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비해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이 너무 짧은 ‘기후위기’ 시대가 되었다는 진단이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기후위기 시대를 초래한 가장 중요한 원인이 에너지 부문입니다.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73%가 석유, 석탄, 천연가스와 같은 화석연료 연소로 인한 이산화탄소가 차
지하고 있을 정도이니까요.


▷하지만 우리나라는 에너지 사용량이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지 않습니까. 특히 더위가 심해지니까 에어컨 사용이 늘어나고, 요즘 급증하는 1인가구도 편리한 가전기기를 선호하면서, 전력 소비량은 증가일로입니다.

어차피 에너지원으로서 전기를 더 써야 한다면, 기후변화 완화를 위해 에너지 부문에서는 신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을 활용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박 위원께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원자력발전소의 신규 설치는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한국원자력문화재단의 2016년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 75.4%가 원자력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57.5%가 원자력이 안전하지 않다고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이로 인해 주민수용성이 낮기 때문에, 신규 입지를 확보하기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재생에너지 발전, 특히 풍력과 태양광의 기후변화 완화 능력은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기대할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IPCC, 즉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에서 가장 최근에 펴낸 제5차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풍력과 태양광은 발전 설비의 건설 및 운영, 폐로 및 폐기물 처리 등 전 주기를 고려한 온실가스 배출량이, 화석연료 발전과 비교해서, 같은 발전량 기준으로 1/10~1/75에 불과합니다.


▷태양광과 풍력이라...아시다시피 우리나라는 땅이 좁아서 태양광 패널이나 풍력 터빈을 설치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고 하지 않습니까?

▶면적이 좁은 것은 사실입니다만, 활용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의 양은 생각보다 많습니다. 최신 신재생에너지백서에는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서 추산한 신재생에너지 자원 잠재량이 실려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경제 및 정책 요인을 고려한 태양광의 시장 잠재량이 321GW, 풍력은 39 GW입니다. 두 재생에너지의 시장 잠재량만 합해도 매년 521 TWh를 발전할 수 있습니다. 작년 우리나라 전체 발전량이 593 TWh였으니, 태양광과 풍력이 우리나라 전력 수요의 대부분을 감당할 수 있는 정도입니다.

에너지기술연구원의 추정값은 다양한 제약조건을 고려한 보수적 잠재량이지만, 그중 일부만 설치한다고 해도 재생에너지 전력을 통한 기후변화 완화는 큰 진척이 기대됩니다. 그에 비해, 현재의 보급량은 너무나 미미합니다.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 전체의 태양광 발전설비는 9.2 GW, 풍력 설비는 1.4 GW로서, 태양광은 시장 잠재량의 약 3%, 풍력은 4% 수준에 그치고 있습니다.


▷풍력이나 태양광의 비중이 미미하다는 것은, 어찌 보면 그 발전기술의 경쟁력이 약해서 개발이 덜 되었다는 방증이라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저만 해도 15~20년 전에 ‘재생에너지가 미래의 에너지 수요를 담당할 것’이라는 주장을 접하면 선뜻 공감이 가지 않았습니다. 그때는 재생에너지가 너무 비쌌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이제 재생에너지의 고비용은 옛말이 되고 있습니다. 최근 저명학술지 Science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미국과 일본이 태양광 발전원가(LCOE)가 자국 전력가격과 같아지는 현상, 즉 그리드 패리티(grid parity)를 달성했다고 합니다.

특히, 재생에너지의 선진국이라 할 독일은 우리나라보다 위도가 높아서 햇빛이 약하지만 꾸준히 정책적으로 지원한 덕택에, 2015년부터는 발전차액지원금을 시장메커니즘에서 결정했는데도 태양광 전력이 국가평균 전력 가격보다 싸졌습니다.

한 가지 더 말씀드리면, 같은 논문은, 현재 세계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설비 용량(500GW)이 앞으로 5년 안에 두 배로 증가해서 1000 GW, 즉 1 TW(테라와트)가 되고, 2030년까지는 다시 10배로 늘어서 10 TW가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우리나라도 세계시장에서 기술 선진국과 경쟁하려면 국내에서 실증 경험을 더 쌓아야 할 필요도 있겠지요.


▷우리나라도 정부의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이라는 정책이 작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걸로 압니다. 2030년까지 우리나라 발전량의 20%를 재생에너지로 생산한다는 목표인데요,

성과도 있지만, 시행 1년 남짓에 벌써 이런저런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야산의 숲을 없애고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해서 경관을 해친다거나, 비가 한 번만 와도 설비가 무너져 내렸다거나 하는 어처구니없는 문제들이 보도됐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아무래도 정부도 사업자도 마음이 급했던 면이 있습니다. 정부는 목표연도를 2030년으로 잡긴 했지만, 시행 초기에 성과를 내고 싶었을 테고, 사업자들도 빨리 허가를 받을수록 가중치를 높이 받을 수 있는 재생에너지 발전 조건도 있는데다가 좋은 입지를 먼저 선정하고 싶어서 서두르다가 부실공사를 한 곳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주민 수용성 문제가 아직 제대로 해결되지 않은 해상풍력을 제외하면, 재생에너지 발전시설은 지역주민과의 협의를 거치고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말씀하신 ‘재생 에너지 3020 이행계획’ 시행 후 지난 1년 반 동안 태양광은 3.4 GW, 풍력은 300 MW가 설치되었습니다. 태양광과 풍력만 해도 3.7 GW가 증가해서 정부가 예상한 증가속도를 초과하고 있습니다.


▷태양광이나 풍력은 먹구름이 끼거나 바람이 불지 않을 때 발전량이 급감하기 때문에 기존의 발전설비보다 신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특히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필수적인 제조업체에는 여전히 재생에너지보다는 기존의 대형발전소들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국내에서만 제품을 판매하는 제조업체는 그 말씀이 어느 정도 통할 수 있습니다만, 수출이 중요한 글로벌 업체에는 재생에너지 전력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RE100이라는 표현을 들어보셨을 텐데요, Renewable Electricity 100%, 즉 재생에너지 전력 100%의 약자입니다. 기후그룹(The Climate Group)과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arbon Disclosure Project, CDP)의 주도로 재생에너지 전력만 사용해서 제품을 생산하고 기업을 운영하는 기업의 모임을 가리킵니다. 애플, 구글, BMW, GM 등 세계 500대 기업 중 30여 곳을 포함해서, 현재 191개 업체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특히 에너지를 많이 쓰거나 IT 분야를 주도하는 업체들은 RE100에 참여하는 비중이 높은데요, 이 업체들이 부품 공급사들에도 같은 기준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면, BMW와 같은 글로벌 자동차 업체가 하이브리드차나 전기차에 필요한 배터리의 공급사에 ‘배터리를 만들 때 쓰는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만으로 공급받기’를 요구합니다.


▷그러면 우리나라의 삼성이나 LG 등이 RE100의 압박을 받을 것 같은데요, 정부에서 이렇
게 강력하게 재생에너지 전력을 지원하고 있으니 큰 무리 없이 대응할 수 있을 것도 같은데요, 어떤가요?

▶그러면 좋겠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법제가 준비되지 않아서 RE100의 조건을 맞출 수
없습니다. 제조업체가 RE100을 만족하려면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 사업자와 직접 전력을 거래하거나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를 구매할 수 있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아직 관련 법제가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법률 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다니, 기대하고 있습니다.

다른 문제는,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지어도 전국 전력망에 연결할 수 있는 설비가 부족한 지역들이 있습니다. 한국전력공사의 공용 전력망이 부족해서 생기는 문제인데요, 이 문제도 정부와 한전에서 완화 조처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서 꼭 필요한 재생에너지 도입, 다양한 문제가 있지만 하나씩 해결하면서 진척시켜야 국내 기업도 국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말씀이시군요.

오늘은 여기까지 말씀 나누겠습니다. 기후변화행동연구위원이신 박훈 박사와 말씀 나눴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cpbc 김유리 기자(lucia@cpbc.co.kr) | 최종업데이트 : 2019-08-13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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