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한영 "고서와 교과서 등 629권 복간...국가 기관이 했어야 할 일"

[인터뷰] 김한영 "고서와 교과서 등 629권 복간...국가 기관이 했어야 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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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7-18 18:38
▲ 김한영 대표가 복간한 우리 고전과 옛 교과서 629권 중 일부. (사진=김한영 대표 제공)
○ 방송 : cpbc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 진행 : 윤재선 앵커
○ 출연 : 김한영 참빛아카이브 대표


[주요 발언]

"조선시대 훈민정음부터 629권 복간"

"고서와 교과서 복간, 국가 기관에서 했어야 할 일"

"일제강점기와 전쟁 당시 교과서 등 포함"

"표지 한 장 복원하는 데 한나절 걸려"

"<훈민정음>과 일제강점 초기 교과서 <몽학필독>에 애착"

"몽학필독, 카자흐스탄 국립도서관에 보관"

"누구나 찾아보고 구입할 수 있어"


[인터뷰 전문]


조선시대 훈민정음부터 1960년대 국정교과서까지 옛날 책들이 복간됐습니다.

구하기 어려운 희귀본에다 사료적 가치 때문에 원본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책들인데요.

앞으로는 누구든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게 됐다고 하는군요.

한국학술정보와 함께 옛 고전과 교과서 복간작업을 한 김한영 참빛아카이브 대표 만나보겠습니다.

▷김한영 대표님,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김한영입니다.


▷이번에 복간한 고서, 옛 교과서들 몇 권이나 됩니까?

▶총 629권인데요. 한마디로 표현하면 나랏말싸미부터 학교종이 땡땡땡까지 포괄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네요. 정말로. 그러니까 훈민정음부터 1969년 출판된 국정교과서까지 거의 뭐 500년 간의 책을 한꺼번에 복간을 하신 건데 어떻게 이렇게 대대적으로 고서를 복간하게 되셨어요. 어떤 계기나 이유가 있으셨습니까?

▶조금 거창하게 말씀드리면 이 자료들이 우리들에게 학위시습의 기초자료 역할을 해온 것들인데요. 이 자료를 복간하게 된 첫 번째 이유는 이 자료들이 마땅히 기억하고 되새길 가치가 있는 우리의 소중한 유물인데 이를 널리 알리면 좋겠다는 생각에서고요.

수장고에 소장된 죽은 유물이 아니고 옛 책의 책장을 직접 펼쳐보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두 번째로는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 연구자들에게 학문연구를 위한 1차 자료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인데요. 원본은 아까 말씀하신대로 희소성이 있고 접근도 굉장히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 자료들을 복간해서 공급하면 석박사 과정의 연구자들은 물론이고 전문학자들에게도 좋은 연구 자료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 거죠. 한마디만 더 말씀드리면 규모는 물론이고 역사적, 학술적, 문화적 의미와 가치를 고려하면 이런 작업은 마땅히 국가가 해야 될 일인데요.


▷그러니까요. 그 문제도 여쭤보려고 했거든요.

▶작업과정에서도 지인들이 왜 이 일을 당신이 사비 들여서 하냐는 얘기도 많이 들었습니다. 마땅히 해야 될 책무가 있는 국가 기관들이 하지 않아서 제가 한 거죠.


▷국가 기관들 이 말씀 들으면 좀 부끄러워하셔야 될 것 같은데요. 말씀 중에 학위시습이라고 하는 사자성어를 써주시니까 역시 이런 일은 실은 국가기관이 해야죠.

조선시대에는 책이 대중적인 인쇄물이 아니긴 하지만 그래도 백년이라는 한 세기 동안 나온 책들만 해도 상당히 많을 것 같은데요. 이번에 복간된 책들 629권. 어떤 기준으로 선정을 하셨어요.

▶맞습니다. 조선 후기 들어서 방각본이 본격적으로 유통되기 전까지만 해도 책이 하나의 미디어라고 할 수 있는데요. 거기에 실린 지식정보는 지배계급을 중심으로 한 소수의 독점적인 전유물이었죠. 체계적인 통계자료는 없지만 과거 우리나라에서 발간된 책들은 헤아릴 수 없이 많습니다. 이중 상당수는 넓은 의미에서 교육 자료라고 할 수 있는데요.

앎과 깨우침을 향한 우리의 긴 도정. 그 장구한 역사와 흐름을 한눈에 읽어내기 위해서는 시기별, 과목별, 학교급별 모든 자료들을 망라하는 수량이 필요했고요. 그렇게 선별하다 보니까 629권까지 이르게 된 겁니다. 일부 합본한 것들도 있는데요. 원본 기준으로는 총 674 책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그러셨군요. 합본도 있으니까 629권이 복간이 된 거고요.

▶그렇습니다. 그래서 단행본으로 629권이 되는 거죠. 그리고 이 복간본의 구성은 우리 귀에 익은 고전 즉 훈민정음이나 동국정운, 훈몽자회, 천자문이나 여사서언해, 명심보감 등과 같은 고전 자료들이 일부를 이루고 있고요.

그리고 이 그 이후에는 우리한테 좀 더 익숙한 교과서들인데요. 개화기 이래 민간발행자들이나 대한제국학부 등에서 펴낸 신식교과서 그리고 일제강점기에 조선총독부 등에서 발행한 강점기 교과서, 그리고 해방공간의 교과서와 한국전쟁기의 전시교과서. 그리고 1, 2차 교육과정기인 1969년까지의 현대교과서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런데 앞서도 희귀한 책들이어서요. 협조 받기도 그러셨을 것 같고 구하기도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원본은 모두 어떻게 찾고 구하신 겁니까?

▶물론 쉽지 않았습니다. 복간한 629권 책 가운데 85% 정도는 제가 소장하고 있는 거고요. 나머지 15% 정도는 국내외의 여러 기관들의 협조를 받아서 이미지를 구해서 작업한 거죠.


▷그러면 옛날 책들, 이 많은 책들 629권 어떤 식으로 복간하신 거예요. 한 장 한 장 다 스캔을 떠서 복원을 하신 겁니까?

▶그렇습니다. 스캔이란 말 그대로 그림자를 찍어낸다는 뜻이죠. 그림자는 사진 즉 이미지인데요. 디지털 방식이 오늘날 일반화되어 있기 때문에 디지털카메라나 스캐너를 이용해서 표지포함 전체 지면을 입력한 후에 주로 포토샵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정교한 보존 작업을 거쳐서 복간하게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대부분의 원본들은 사실 상태가 굉장히 조악합니다.

특히 어린 아이들이 매일 만지고 사용한 교과서들 경우는 온전한 경우가 거의 없거든요. 낙서나 색칠은 기본이고 찢기고 해지고 짓뭉개진 것들이 태반인데요. 이런 자료들을 복간하다 보니까 특히 표지 이미지를 재현하는 일이 굉장히 까탈스러운데요. 표지 하나를 복원하는데 한나절 꼬박 걸린 경우도 있었습니다.


▷상태가 조악하다는 말씀 하시니까 어느 정도인지 알 것 같아요. 저희들 낙서 많이 했잖아요. 색칠도 많이 해놓고.

▶선생님께서도 책 가지고 장난도 치고 학교 다닐 때 기본적으로 볼 수 있는 그런 일들이었잖아요.


▷상당한 시간이 걸려서 복간을 하셨다는데 정말로 경의를 표합니다. 그런데 복간하는 어려움도 많으셨는데, 그만큼 문헌으로서 의미가 있고 가치가 있는 작업이었을 것 같아요. 또 책에 갖고 있는 의미가 클 것 같습니다.

▶일단 복간의 어려운 점이라고 하면 일의 총량이 상상을 뛰어 넘을 만큼 방대한 게 어려웠는데요.


▷얼마나 걸리셨어요. 시간이.

▶시간으로 보면 준비과정까지 포함해서 5, 6년 정도 소요됐습니다.


▷그걸 혼자서 다 하신 겁니까?

▶혼자라는 게 어폐가 있고요. 모든 기획과 디테일한 작업지시는 제가 했고요. 자료를 선별하고 서지사항 정리하고 체계적으로 구성을 하는 건 제가 다 했고요. 그리고 디자인 작업은 작업자들이 따로 있었습니다.


▷따로 작업을 해주시고. 그러셨군요. 이게 원본은 아닙니다만 문헌으로서 가지는 의미, 어떻게 보세요.

▶원본이면 더 할 수 없이 좋겠지만 앞서 말씀드린 대로 원본은 희소하고 일부 자료들은 가격이 일반인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접근하기가 어려운 거고요. 복간본의 문헌자료로서의 의미는 무엇보다도 1차 연구 자료로서 가치라고 할 수 있을 텐데요. 석박사 과정의 학위논문은 물론이고 다양한 영역의 학술지에 발표된 논문들을 검색해보면 이 자료들을 주제로 한 논문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가령 예를 들면 강점기에 어문정책에 관한 연구를 <조선어독본>을 중심으로 한다거나 <노동야학독본>에 나타난 근대의 노동 개념을 주제로 한 논문도 접한 적이 있는데요. 물론 <조선어독본>이나 <노동야학독본> 같은 경우 우리 복간물에 다 포함되어 있는 자료들이거든요.

그래서 이런 연구 자료로서의 문헌적 가치가 있는 거고요. 또 간과할 수 없는 게 복간본의 전시를 통해서 젊은 세대를 포함한 다수 대중들이 우리 옛 책 문화나 교육의 전통을 체감하게 하는 데서도 중요한 가치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혹시 김한영 대표님 개인적으로 의미가 있거나 애착이 가는 책들이 분명히 있을 것 같은데 소개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629권 한 권, 한 권 애착이 가지 않는 자료는 없다고 할 수 있을 텐데요. 그래도 꼭 굳이 꼽자면 <훈민정음>하고 <몽학필독>인데요.


▷<몽학필독>?

▶<훈민정음>은 대한민국 국보에다 세계기록문화유산이고 국내외 전문 학자들이나 다수 대중들이 그 가치와 의미를 높이 평가하고 있기 때문에 제가 더 덧붙여 할 말은 없고요.


▷<몽학필독> 이거 어떤 책입니까?

▶일반인에게는 다소 낯선 자료일 텐데요. 제가 아는 한 이 자료는 현재 지구상에 딱 두 점 밖에 없습니다. 하나는 국내 소장기관이 소유하고 있는데요. 이것을 저본으로 해서 1970년대에 영인본이 이미 나왔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국내에 소장돼 있는 원본에 낱장이 많고요. 심지어는 판권지도 유실 되고 없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우리가 복간한 것은 온전한 형태로 전체가 표지까지 포함해서 온전한 형태로 복간했고요. 이 자료를 구하기 위해서 오랫동안 노력을 많이 했는데요. 국내에 있는 게 아니고 카자흐스탄 국립도서관에 소장돼 있습니다.


▷그렇습니까?

▶어떻게 해서 이 자료가 그 머나먼 타지까지 흘러들어가게 된 배경에는 조선말기 이래 강점기까지 우리 민족이 간도와 연해주로 많이 이주해 갔지 않습니까? 그래서 민족사의 기구한 사연도 배경이 깔려 있고요.


▷이 책이 상당히 의미를 갖고 있네요.

▶그럼요. 이 한 권만 가지고도 얼마든지 역사적 스토리텔링이 되는 그런 자료라고 할 수 있는 거죠. 여기서 길게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연해주로 흘러 들어가서 거기서도 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선각자들이 거기에서 학교에서 사범학교를 세웠습니다. 그래서 이 책으로 학동들을 가르쳤는데 1930년대 중반 다 아시겠지만 스탈린이 강제 이주 정책을 폈지 않습니까? 그 과정에서 이 책이 카자흐스탄 국립도서관까지 흘러들어 가게 된 거로 판단이 됩니다.


▷대표님, 시간이 얼마 없는데요. 희귀자료 고문서들 복간됐으니까 누구나 얼마든지 대중들이 좀 잘 살펴봤으면 좋겠는데 어떻게 가서 찾고 볼 수 있습니까?

▶일단은 우리 홈페이지, 여기서 홈페이지 주소를 말씀드려도 괜찮나요?


▷참빛아카이브를 검색해 보면 되나요?

▶그렇게 하셔도 되고요. www.oldbookskorea.net 여기에 들어오시면 거기에 기본적인 이미지하고 사진들, 629권 책 전부 다 소개가 돼 있거든요. 그리고 가격이나 구입방법도 거기에 다 소개돼 있습니다. 홈페이지를 통해서 구입할 수 있고요. 이용할 수 있습니다.


▷www.oldbookskorea.net 이네요.

참빛아카이브 대표의 김한영 대표와 이야기 나눴습니다.

대표님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네, 고맙습니다.
cpbc 윤재선 기자(leoyun@cpbc.co.kr) | 입력 : 2019-07-18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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