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홍성수 "소수자 희생양 삼는 혐오표현...처벌기준 마련돼야"

[인터뷰] 홍성수 "소수자 희생양 삼는 혐오표현...처벌기준 마련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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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업데이트 : 2019-07-15 19:35
▲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 (사진=가톨릭평화신문 DB)

○ 방송 : cpbc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 진행 : 윤재선 앵커
○ 출연 : 홍성수 숙명여대 교수


[주요 발언]

“정치인 혐오발언, ‘사회 통용 기준’ 될 수 있어”

“경제 상황 악화로 소수자 희생양 삼아 혐오표현”

“모욕감 넘어 사회 참여할 수 있는 권리 빼앗아”

“혐오발언 심각성에 대한 문제의식 약한 상황”

“日, ‘헤이트 스피치 억제법’ 제정 후 혐오표현 줄어”

“혐오표현 금지하는 법적 조치 마련돼야”


[인터뷰 발언]

정치인의 혐오발언과 막말이 끊이질 않고 있죠.

정치인들의 도를 넘는 발언이 정치적 불신뿐 아니라 소수자나 약자에 대한 혐오 인식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나온 지 오래입니다.

이른바 노이즈 마케팅으로 더 확산되는 그런 양상이기도 하고요.

혐오표현의 파장이 얼마나 심각한지 규제나 제재할 방법은 없겠는지 전문가 의견 들어보죠.

한국사회의 혐오와 혐오표현의 문제를 연구하고 있는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 연결하겠습니다.


▷홍 교수님, 안녕하십니까?

▶예, 안녕하십니까?



▷‘언품’이라고 하나요. 말의 품격이 곧 사람의 인격을 보여주는데 정말 정치인의 발언인가 의심스러울 만큼 하루가 멀다 하고 혐오발언, 막말이 쏟아지고 있거든요. 정치인들의 이런 행태, 혐오발언들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일반인들이 하는 혐오표현도 문제지만 특히 정치인들이 하는 혐오발언은 더 큰 문제를 야기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기본적으로 정치인들이 가지고 있는 영향력이 크고 그것이 입법에도 반영될 수 있고 또 시민들한테는 일종의 기준을 제시한다고도 볼 수 있거든요. 이 정도 발언이 가능하다. 저 정치인이 저렇게 얘기하는 거보니까 ‘우리 사회에 이 정도 말을 하는 것이 통용되는 구나. 허용되는 구나.’ 이런 메시지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사실은 정치인의 혐오발언은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혐오표현이 대중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그냥 거기에 감염돼 버린 듯한 그런 인식이 아닌가. 그런 교수님의 말씀으로 들리네요. 지금 정치인들의 혐오발언뿐 아니고 일베나 워마드 같은 인터넷 사이트. 또 유튜브, SNS 등에서 생산되는 혐오표현들. 교수님께서 어느 정도나 심각하다고 느끼고 계십니까?

▶사실 혐오표현이 발화되기 시작한 게 어제오늘의 일은 아닌데요. 다만 최근에 좀 더 격화되는 모습을 보이는 건 매체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인터넷이라는 매체 자체가 아무래도 빠른 속도로 의견을 전달하고 표현을 전달하고 자정 작용도 한편에는 있지만 사실은 자정되지 않은 채 더 확대 재생산되는 그런 효과를 가지고 있어서 최근에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혐오표현이 조금 광범위한 속도로 퍼지고 있다. 이런 우려들이 나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혐오표현이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고 이게 우리나라만의 일도 아닌데 지금 전 세계 국가들에서 혐오표현이 난무하는 이유는 SNS의 등장 때문이라고 봐야 됩니까?

▶그거는 하나의 확산되는 방법의 문제라고 봐야 되고요. 원인이라고 한다면 사실은 여러 가지가 있겠습니다만 가장 저변에 깔려있는 건 사회 경제적 여건이 악화 되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을 합니다. 아무래도 사회 경제적으로 많은 분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잖아요. 불평등도 심화되고 빈부격차도 커지고.

그런 상황에서 이 문제를 진짜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안을 찾기보다는 손쉬운 상대, 특히 소수자들을 희생양으로 삼아서 마치 책임이 있는 거기에 있는 것처럼 전가하는 그럴 때 혐오표현이 가장 격화가 되거든요. 그래서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다들 그런 불평등의 문제라든가 이런 것들은 점점 더 악화되고 있기 때문에 사실은 혐오표현 문제도 같이 덩달아서 커지고 있다. 이렇게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교수님께서 낸 책의 제목을 봤더니 말이 칼이 될 때라고 하는 제목이에요. 혐오표현이 사회에 미치는 심각한 영향, 문제점은 뭐라고 보십니까?

▶일단은 그 말을 듣는 피해자 집단, 대개는 소수자 집단이 될 텐데요. 그들에게 일단은 정신적이고 심리적인 손상을 준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당시에 모욕감을 느끼고 고통을 받는다는 게 일차적인 문제고요.

사실 그거보다 더 심각한 것은 그런 말을 듣고 단순히 기분 나쁜 정도에 그치는 게 아니라 회사가기도 싫고 교육받는 데 있어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고 취미생활 하나 하는데 있어서도 내 정체성을 들킬까봐 전전긍긍해야 되고 이런 모습들이 사실은 사회에 정상적으로 참여할 권리를 빼앗는 것이라고 볼 수 있거든요.

말이라고 하는 게 ‘기분 나쁘다’, ‘맞받아치면 되는 거 아니냐’ 이런 정도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피해를 준다고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혐오가 사회에 참여할 권리 자체를 빼앗는 거. 그것도 있고 또 차별, 폭력으로 이어지는 부분. 이런 부분인데요. 혐오발언이 이렇게 말이 아닌 칼이 되고요.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면 법이나 제도로 규제할 방법 같은 건 없습니까?

▶일단은 사회적으로 이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에 대한 문제의식이 선행이 돼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상황이고 그러다 보니까 관련법을 만들어야 된다, 이런 거에 대한 문제의식도 약한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많은 나라에 있는 혐오표현관련 법제들이 한국에는 사실상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아직은 진전이 잘 안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 국가인권위원회도 있지 않습니까? 혐오표현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없고 17대 국회부터 지금까지 입법이 안 되고 있다고 하던데 교수님, 이 이유는 어떻게 봐야 됩니까?

▶일단은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이게 얼마나 심각한 문제냐, 이런 거에 대한 문제의식이 약한 것 같고요. 또 일각에서는 종교의 자유 같은 것들을 주장하면서 혐오나 차별에 관한 입법을 전부 저지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사실은 입법이 지지부진한 상황입니다.



▷지금 다른 나라들은 어떻습니까? 혐오표현에 대해서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또 혐오표현금지법이라고 하는 법상에서의 처벌수위는 어떻게 돼 있어요?

▶나라별로 조금씩 다른데 유럽 같은 경우에는 형사 처벌의 수위가 높지는 않지만 어쨌든 불법으로 보고 또 처벌조항들도 가지고 있고요. 미국 같은 경우는 형사 처벌을 하지는 않지만 그것이 직장 내에서나 교육현장에서 발화가 됐다거나 이런 경우에는 차별로 간주를 해서 강력하게 또 규제를 하고 있거든요. 그런 점에서 보면 한국에서는 관련된 법이나 정책이 굉장히 부실하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명예훼손이나 모욕죄 이런 거로도 차별을 조장하는 행위로서 처벌한다는 말씀이신데 혐오표현을 막거나 줄이는데 이런 규제나 제재가 좀 효과가 있을까요.

▶일단은 처벌조항 자체가 혐오표현을 직접 막는데 결정적으로 의미가 있다고 볼 수는 없고요. 그보다는 형사 처벌 한다는 거는 그 자체로 국가가 어떤 의지를 보여주는 거라고 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처벌 자체의 효과라기보다는 이게 그 정도로 심각한 문제다. 그래서 우리 사회가 여기에 대해서 전방위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된다. 이런 쪽으로 나아가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그런 처벌 법규 같은 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혐오표현에 대해서 우리나라처럼 전혀 대처하지 못하는 한계도 있고 법으로 처벌하고 있는 국가들에서도 제재 효과가 그렇게 크지는 않은 것 같은데 문제는 피해자 아니겠습니까? 혐오표현으로 인해서 상처 받는 피해자들 이건 어떻게 대응해야 될까요?

▶그러니까 그 피해자들을 구제하는 방법 중에 하나가 형사 처벌이 될 수도 있는데 그 자체에 너무 큰 기대를 하면 안 되고요. 그 외에도 우리 사회가 피해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지지를 보내느냐. 또 차별 관련 법제도를 얼마나 마련을 잘하고 각 개별 기관들이 그런 부분들을 잘 실천하느냐. 이런 부분들이 훨씬 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본은 지난 2015년에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혐오표현) 억제법’이라고 하나요. 이 법을 통과시켰다고 하는데 우리나라도 이 정도의 규제는 필요하지 않느냐. 이런 반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사실 일본의 헤이트 스피치 억제법은 형사 처벌하는 법은 아니거든요. 그런데 국가적 차원에서 혐오표현이 금지되어 있다고 하는 약간 선언적인 법이죠. 그래서 일각에서는 그런 법이 있으면 뭐하냐고 하는 분도 있는데 그렇게 상징적인 법이라도 한 사회가 혐오표현을 금지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은 상당히 중요한 의미가 있고요.

특히 일본에서도 그 법을 제정한 이후에 혐오표현 건수 자체가 유의미하게 줄었다고 하는 보고도 있거든요. 한국에서도 꼭 형사 처벌까지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모종의 법적인 조치 자체는 반드시 필요한 게 아닌가라고 생각합니다.



▷일본은 어떤 배경 하에서 이 헤이트 스피치 억제법을 제정을 한 겁니까?

▶일단은 일본 내에 혐오표현이 심각하다고 하는 시민 사회의 강력한 항의가 있었고요. 거기에다가 일본이 국제사회의 신뢰라든가 도쿄올림픽도 해야 되고 이런 상황에서 더 이상 이 문제를 묵과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 아베 정권도 사실 보수정권이지만 이 혐오표현 관련해서 만큼은 최소한의 조치는 취해야 된다고 해서 법이 통과되게 된 것입니다.



▷우리도 좀 혐오표현을 줄이기 위해서 어느 정도의 노력이나 대책은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그렇죠. 저도 어느 정도 수위 어떤 법으로 고쳐야 어떻게 대처해야 되는가는 열린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어떤 식으로든지 법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어떤 식으로든지 국가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점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한국 사회의 혐오와 차별 문제를 연구하고 계신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 와 말씀 나눠봤습니다. 홍 교수님,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cpbc 김유리 기자(lucia@cpbc.co.kr) | 최종업데이트 : 2019-07-15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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