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세상읽기] 이상이 교수 "발달장애 국가책임제, 재원과 속도가 관건"

[주간 세상읽기] 이상이 교수 "발달장애 국가책임제, 재원과 속도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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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업데이트 : 2019-05-11 14:15
▲ 전국장애인부모연대가 지난 2일 청와대 앞에서 발달장애 국가책임제를 촉구하고 있다.

○ 방송 : cpbc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 진행 : 맹현균 앵커
○ 출연 : 이상이 제주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


[인터뷰 전문]

▷ 우리 사회의 주요 의제와 쟁점을 살펴보고 정책 대안을 모색하는 [주간 세상읽기] 시간입니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를 맡고 계신 이상이 제주대학교 의과대학 교수와 함께 합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 네, 안녕하세요.


▷ 오늘 다룰 <주간 세상읽기>는 어떤 건가요?

▶ 네, 오늘은 ‘발달장애 국가책임제의 쟁점과 과제’입니다.


▷ 발달장애인과 가족들의 삶이 참 고단할 것 같은데요. 실제로 어떻습니까?

▶ 발달장애인은 세면, 화장실 이용, 옷 입기, 식사, 이동, 목욕 같은 일상생활이 어렵고, 과잉행동 때문에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지원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부모들은 돌봄 과정에서 큰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데요. 영·유아기부터 시작된 돌봄은 장애인 부모의 전 생애를 통해 계속되고 매일 반복되므로 부모들도 지치게 되는 겁니다.


▷ 발달장애인의 일상생활을 도와주는 복지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을 텐데요. 그런데 여전히 가족의 돌봄 부담이 크다는 말씀인가요?

▶ ‘2017년 장애인 실태조사’에 의하면, 일상생활에 도움을 주는 사람은 부모와 가족이 82%였고, 활동지원사 같은 공적 돌봄 제공자는 14%에 불과했습니다. 그리고 15개 장애 유형 중에서 뇌병변장애와 자폐성장애가 돌봄 부담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 이유는 자폐성장애의 경우 돌보기가 힘들고 자해나 타해 행동으로 인해 돌보겠다고 나서는 활동지원사가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 농어촌에는 활동 지원 인력 자체가 별로 없습니다. 또, 뇌병변장애는 한 명의 활동지원사가 돌보기에는 육체적 부담이 너무 커서 구인 자체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게다가 발달장애인에게 부여되는 돌봄 지원 시간도 월 90시간 정도인데, 이는 하루 4~5시간에 불과한 것입니다.


▷ 방금 발달장애 사례로 뇌병변장애와 자폐성장애를 언급해주셨는데요. 간단하게 어떤 장애인지 설명을 좀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 뇌병변장애는 뇌성마비 등 뇌의 기질적 병변으로 인해 발생한 신체적 장애를 말하는 것이고요. 자폐증은 3세 이전부터 언어 표현과 이해, 애착 행동, 놀이 등에 관심이 저조해지는 양상으로 나타나는데, 사회기술, 언어와 의사소통의 발달이 지연되거나 ‘일반적이지 않은’ 기능을 보이는 발달장애를 말하는 것입니다.


▷ 발달장애인은 돌봄 필요가 아주 큰 특징을 가지고 있다는 건데요. 우리나라에도 발달장애인을 돕는 법률이 제정돼 있습니까?

▶ 발달장애인 돌봄은 끝이 없고, 그래서 부모나 가족의 피로도가 매우 높습니다. 그래서 발달장애인의 부모들이 정부와 국회에 발달장애인의 기본적인 삶을 책임지도록 지속적으로 요구했고, 그 결과 2014년 ‘발달장애인 법’이 제정됐습니다. 그러나 현재까지 실효성 있는 예산 확충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게 부모단체의 주장입니다.


▷ 그래서 발달장애인 부모단체가 ‘발달장애 국가책임제’를 요구했다고 하던데요. 부모단체가 요구한 ‘발달장애 국가책임제’가 어떤 것인지, 좀 알아보는 게 좋겠습니다.

▶ 첫 번째 내용으로 성인 발달장애인에게 ‘의미 있는 낮 활동’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학교를 졸업한 후 ‘갈 곳’이 없어서 집에서 TV만 보고, 사실상 방임·방치되는 일이 없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발달장애인에게 지역사회의 공공 또는 민간기관을 이용해서 취미, 체육, 교육 같은 의미 있는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자는 건데요. 이것이 바로 주간활동지원 서비스입니다. 올해부터 문재인 정부에서 처음으로 시행되고 있는 건데요. 그런데 이게 부모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 요즘 청와대 앞에서 발달장애인 부모들이 텐트를 치고 노숙투쟁을 하고 있다고 하던데요. 그럼, 이것이 주요 쟁점인가요?

▶ 밎습니다. 발달장애인 부모들은 하루 8시간 정도를 지원해달라는 건데요. 정부는 이 사업이 처음으로 실시되는 것인 만큼 단계적으로 장애인의 여건에 따라 2시간, 4시간, 5,5시간 단위로만 지원을 하겠다고 합니다. 이렇게 되면, 부족한 시간 동안 부모가 돌봐야 하는데, 가족들은 여전히 아무 일을 할 수 없게 된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결국, 이것은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거죠.


▷ 발달장애인 부모단체가 요구하는 ‘발달장애 국가책임제’의 주요 내용으로 또 어떤 게 있습니까?

▶ 발달장애인에게도 노동권을 보장하라는 것인데요. 현 정부에서 이런 내용의 시범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먼저, ‘중증장애인 동료지원가 시범사업’이 있는데요. 이것은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 사업입니다. 전국 9600명의 비경제활동 또는 실업 상태에 있는 중증장애인을 대상으로 동료 상담 등 동료지원을 통해 취업 의욕을 고취시키려는 중증장애인 신규 일자리 사업입니다. 다음으로 ‘장애인식개선 강사 지원 사업’이 있습니다.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 개정(‘17.11.28)으로 2018년 5월부터 직장 내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 의무가 모든 사업장에 주어졌습니다. 매년 1시간의 법정 교육을 받아야 하는 건데요. 중증장애인들이 강사로 활동을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이 사업들은 장애특성이 고려된 사업으로 중증장애인들이 자신의 장애 정체성을 살려 노동의 기회를 얻는 것이므로 의미가 깊은 겁니다.


▷ ‘중증장애인 동료지원가 시범사업’과 ‘장애인식개선 강사 지원 사업’은 중증장애인의 노동권 증진에 도움이 되는 사업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런 일자리는 일반고용이 아니라는 한계가 있어 보이는데요. 어떻습니까?

▶ 현재 우리나라에서 장애인의 일반고용은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고, 고용 유지율도 매우 낮습니다. 결국, 일반사업체에 고용될 수 있도록 현장에서 직업훈련을 받게 해달라는 것이 장애계의 요구사항입니다. 발달장애인들은 대부분 직업재활시설의 보호작업장에서 보호 고용 형태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발달장애인 부모들은 미국이나 유럽에서 실시하는 현장 중심의 직업 훈련센터를 확대하고 활성화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런 방식에서 발달장애인의 취업률과 유지율이 높기 때문입니다.


▷ 발달장애인 부모들이 요구하는 ‘발달장애 국가책임제’의 주요 내용으로 또 어떤 게 있습니까?

▶ 발달장애인들은 시설에 입소하는 경우가 아니면 평생 부모와 함께 살아야 합니다. 다른 선택지를 달라는 건데요. 독립해서 자립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원주택 중심의 주거 정책을 확대하라는 요구입니다. 공공임대주택을 우선 지원하라는 것인데, 이게 어렵다면 임대료 지원을 하라는 겁니다. 또, 자립 생활이 가능해지려면 활동 지원 24시간 보장, 주거코치 같은 지원인력이 배치돼야 합니다. 선진국의 사례를 보면, 발달장애인도 자립 생활이 가능하다는 것이고, 이럴 경우에라야 부모들의 돌봄 고통이 제도적으로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습니다.


▷ 발달장애인들이 스스로 선택하고 주장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자기권리 옹호’를 인정하라는 요구도 있던데요. 이건 어떤 내용입니까?

▶ ‘발달장애인 법’과 지자체별로 제정된 조례에 근거해서 발달장애인 당사자들의 의견이나 욕구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정책에 반영되고 실질적인 참여를 보장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것입니다. 현재 전국적으로 발달장애인 당사자의 자기권리 옹호 활동을 지원하는 ‘피플 퍼스트’라는 발달장애인 단체가 설립되고 있는데요. 정작 국가나 지자체의 지원은 전혀 없는 실정이라고 합니다. 결국, 발달장애인의 독립적 선택과 결정을 지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달라는 요구입니다.


▷ ‘발달장애 국가책임제’에서 소득보장에 대한 요구도 있을 텐데요. 어떻습니까?

▶ 발달장애인은 대부분 부모에 의존해 살고 있습니다. 부양의무제를 폐지하고 장애인연금을 현실화하라는 요구를 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17일 문재인 정부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부양의무자 기준`의 전면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실제로 이렇게 되면, 발달장애인들도 모두 공공부조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 ‘중증 중복장애인’들은 돌봄의 필요도가 더 클 것 같은데요. 발달장애인 부모들은 어떤 지원을 요구하고 있습니까?

▶ ‘중증 중복’ 발달장애인들은 반응행동과 집착행동이 나타나는데요. 그래서 장애인 생활시설에서 입소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력 등 운영상의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행동특성이 심한 장애인을 돌보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그래서 ‘중증 중복’ 발달장애인들에겐 추가적인 지원을 해 달라는 건데요. 보조기구와 추가 인력을 지원하고, 주간이용시설의 이용을 넓게 보장하고, 거점병원을 확보해 달라는 것입니다.


▷ 지금까지 발달장애인 부모단체가 요구한 발달장애 국가책임제의 주요 내용을 쭉 살펴봤는데요. 작년에 문재인 대통령이 발달장애 국가책임제 방안을 직접 발표했단 말이죠. 주로 어떤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까?

▶ 2018년 9월, 문재인 정부는 ‘발달장애인 생애주기별 종합대책’을 발표했습니다. 발달장애인의 생애주기별 필요서비스를 분석하고 개인의 요구와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지원에 초점을 맞춘 것인데, 2022년까지 추진됩니다. 첫째, 발달장애 조기진단 및 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발달장애아에 대한 보육과 교육서비스 접근성을 높이도록 했습니다. 둘째, 발달장애 영유아를 둔 부모의 돌봄 역량 강화를 위해 조기개입 국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셋째, 학령기 발달장애인 맞춤형 교육 지원을 강화합니다. 넷째, 성인전환기 발달장애인과 부모의 역량 강화를 지원합니다. 개인별 진로 모색을 위한 부모의 역량을 강화하고 교육·복지·고용의 연계를 통한 통합서비스를 지원합니다. 다섯째, 주간활동서비스를 통한 돌봄 및 지역사회 참여를 활성화하고, 재가 발달장애인의 자립을 위한 주거복지와 탈시설 자립 생활을 지원합니다. 이외에도 직업 재활, 일자리 지원, 지역사회 돌봄 인프라 강화, 재활과 문제행동 치료 등 발달장애인의 의료접근성 강화, 발달장애인 권익 보호, 부모와 가족에 대한 정서적 지원 강화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 그런데 최근 발달장애인 부모들이 청와대 앞에서 집회를 열었습니다. 요구사항이 대부분 반영된 것 같은데, 왜 항의 집회가 열리는지 궁금한데요?

▶ 정부 정책이 부모들의 요구를 외형적으로는 대부분 반영했는데, 집행 단계에서 너무 미진하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는 겁니다. 가령, 주간활동지원 서비스는 올해 2500명을 사업 대상으로 삼고 있는데, 이는 전체 발달장애인의 1,5%에 불과합니다. 또 하루에 지원되는 활동시간이 4시간 정도이기 때문에 실효성이 낮다는 것입니다. 복지국가로 가는 과정에서 겪는 갈등과 진통인 것 같은데요. 결국, 재원과 속도가 관건인 것 같습니다.


▷ [주간 세상읽기], 오늘은 ‘발달장애 국가책임제’에 대해 자세하게 알아봤습니다. 제주대 의대 이상이 교수와 함께 했습니다. 교수님, 오늘 나와 주셔서 고맙습니다.

▶ 네, 고맙습니다.
cpbc 맹현균 기자(maeng@cpbc.co.kr) | 최종업데이트 : 2019-05-11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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