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연 "원폭 피해자들, 자신보다 자식 걱정…역학조사 필요"

[인터뷰] 정연 "원폭 피해자들, 자신보다 자식 걱정…역학조사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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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5-01 11:11 수정 : 2019-05-01 23:11
▲ 원폭 피해자 지원 현황 (자료 = 보건복지부)

○ 방송 : cpbc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 진행 : 김혜영 앵커
○ 출연 : 정연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


[주요 발언]

"한국인 피폭자 10만여 명, 생존자 2200여 명"

"피폭 당시 뱃속에 있던 태아도 인정"

"암, 희귀질환, 만성질환 유병률 높아"

"피폭 인과성 파악 위한 역학조사 필요"

"결혼과 출산 포기한 경우도 많아"


[인터뷰 전문]

1945년 일본 히로시마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투하됐죠.

일본의 항복을 이끌어 낸 결정적인 계기가 됐습니다.

우리나라도 덕분에 광복의 기쁨을 누렸고요.

하지만 당시 현장에 있던 한국인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정부가 한국인 원폭 피해자들의 실태를 조사했는데요.

정신적, 육체적 고통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정연 부연구위원과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 부연구위원님 안녕하세요.

▶ 네, 안녕하세요.



▷ 정부가 이번에 실시한 피해자 실태조사, 국가 차원에서 처음 이뤄진 건 아니라고요?

▶ 맞습니다. 사실 첫 실태조사는 아니고요. 1991년 당시에 보건사회부가 실태조사를 한 번 한 바가 있고, 또 2004년에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1세대와 2세대를 대상으로 건강실태조사를 실시한 바가 있습니다.



▷ 그러면 이번에 이뤄진 실태조사는 어떻게 다르게 진행이 된 건지도 궁금합니다.

▶ 그때 조사들이 일부 이뤄지기는 했었지만, 그때 향후 피해자 전수를 대상으로 한 후속조사라든지 지원 방침으로 이뤄지지 못했고요. 일회성으로 끝나버리는 바람에, 사실 그동안 꾸준한 원폭 피해자들의 제대로 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 혹은 지원이 필요하다라는 목소리가 있어왔고. 관련해서 특별법 제정의 필요성도 꾸준히 제기되어 왔었습니다. 그러다가 마침내 2016년에 한국인 원자폭탄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법안이 가결되면서 이분들에 대한 실태조사의 법적 근거가 마련이 됐던 거고요. 이에 근거해서 이번에 복지부가 실태조사를 하게 되었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 법 제정도 많이 늦었던 것 같아요.

▶ 네, 맞습니다.



▷ 원폭 피해를 입은 한국인 얼마나 됩니까?

▶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정확한 자료가 있는 건 아니기 때문에 일본 정부나 한국원폭피해자협회 측에서 제시한 추정치로만 말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1945년에 일본 외무성에서 작성했던 자료에 따르면, 한국인 10만 명 정도가 피폭이 된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이중에 한국으로 귀국하신 분이 한 4만 3천명 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 그러면 지금 생존해 계신 분들은 몇 분이나 되시나요?

▶ 현재 살아계신 분들은 2018년 대한적십자사 등록 자료를 기준으로 했을 때 약 2200여 명 정도 되시는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 원폭 투하 당시에 엄마 뱃속에 있었거나 아니면 이후 한국에서 태어난 2세대들도 피해자로 인정이 됩니까?

▶ 당시 직접 피폭을 당했던 사람들과 함께 엄마 뱃속에 있었던 태아도 피폭사로 모두 정의는 하고 있고요. 다만 임신을 하셨던 시점이 한국에 오셔서 임신을 하셨다면 그분들은 2세대가 되는 거고, 이제 피해자 1세대에서 포함이 안 되게 됩니다.



▷ 그렇게 갈리는 거군요. 70년 넘게 흘렀는데도 지금 피해자의 육체적 고통, 여전하다고 들었습니다. 병을 달고 사는 분들이 많다면서요?

▶ 맞습니다. 저희가 건강보험공단 자료로 분석을 해본 결과, 암이나 희귀질환, 일부 만성질환 치료 유병률 같은 것들이 비슷한 연령대 어르신들에 비해서 대체로 높게 나타났는데요. 암 중에서도 간암, 전립선암, 폐암, 골수종, 자궁경부암, 갑상선암 이런 쪽에서 유병률이 일반 인구집단보다 높았고. 만성질환 중에서 고지혈증, 골다공증, 골관절염, 척추협착, 이런 거에서 일반 인구보다 비율이 높았습니다. 또 의료 이용이나 의료비 부담 수준도 높게 나타났는데, 물론 이 결과가 단순하게 일반 인구집단과 비교한 것으로 다른 인구사회학적으로 요소들을 보정은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게 피폭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다만 충분히 가능성은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향후 인과성 파악을 위한 보다 정밀한 역학조사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 피해자들의 정신적인 고통도 만만치 않았던 것 같습니다. 원폭 피해를 당했다는 이 사실만으로도 불이익을 받은 사례도 많다면서요?

▶ 특별히 결혼이나 출산과 관련해서 그런 것들이 좀 많이 나타났는데요. 말씀하신 대로 피해자분들 중에서는 원폭 피폭으로 인한 직접적인 트라우마, 정신적인 트라우마도 있는 분들이 있었고. 또 원폭 피폭으로 영향이 유전된다는 것들이 소문으로 알려져 있거나, 혹은 본인이 직접 경험하거나 주변의 사례를 통해서 경험적으로 인지하면서 결혼이나 출산을 포기한 분들이 계셨어요. 특히나 피해자 1세대보다 피해자 2세대에서 더 빈번하게 드러났는데요. 아무래도 본인이 평생 동안 원인 모를 아픔 속에 직접 고통을 받아왔기 때문에, 자기 자녀한테 만큼은 그런 아픔을 물려주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으로 생각이 되고. 또 미처 유전 가능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자녀를 출산한 경우에도 이런 얘기들을 듣고 나중에 유전 가능성에 대해 굉장히 불안감을 느끼고 계셨습니다.



▷ 이 피해가 참 깊은 거네요. 어떤 점이 가장 힘들다고들 하시던가요?

▶ 일단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그런 육체적인 고통, 원인을 알 수 없는 질병이나 통증 또 원인을 알 수 없는 통증을 호소하는 분들이 굉장히 많았어요. 그래서 이런 육체적인 고통도 고통이고, 아직도 그런 원자폭탄이 떨어졌을 당시의 그런 처참한 상황이 생생하게 기억이 나서 그로 인한 불면증이나 우울증, 불안을 호소하시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또 피해자 본인도 본인이겠지만 본인의 자녀들 중에서도 장애나 희귀질환, 원인을 알 수 없는 질병 이런 걸 앓고 계시는 분들이 많다 보니까 그 자식들에 대한 미안함이나 걱정 또 그로 인한 직접적인 의료비 부담 등으로 고통받는 분들이 많이 계셨습니다.



▷ 이번 실태조사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십니까?

▶ 사실 앞서 말씀드리긴 했지만, 실태조사가 처음 이뤄진 건 아니고요. 그 전에도 조사가 있었긴 했지만, 이 조사가 한국인 원자폭탄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 법안에 근거해서 이루어진 첫 조사이고. 그렇다 보니 향후 지원을 염두해 둔 보다 적극적인 의미의 실태조사라고 할 수 있겠고요. 구체적으로는 피해자분들의 정확한 규모를 한 번 제대로 파악할 수 있었던 계기도 됐고 또 이분들의 성, 연령별, 지역별 분포라든지, 건강 상태라든지 생활 수준, 또 어떤 것들을 요구하고 계시는지를 기초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보여집니다.



▷ 원폭 피해자들에 대해서 국가 차원의 지원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요?

▶ 원폭 피해자에 대한 지원은 크게 일본 정부에서 제공하는 지원이랑 우리나라 정부에서 제공하는 지원으로 나뉘는데요. 일본 정부가 발급한 피폭자 건강수첩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일종의 자격증 같은 것이죠. 그래서 이 수첩을 소지한 분들에 대해서는 일본 정부가 의료비를 모두 지원을 하고 있고요. 그리고 일부 특정 질환을 앓고 계시는 분이라면 원호수당이라고 불리는 그런 수당도 받으실 수가 있습니다. 또 일본에 건너가서 치료를 받는 도일 치료비용이나 장례비 등을 보장받을 수 있고요.

그리고 한편 우리나라 정부에서는 원폭 피해자들에게 의료기관 방문 시 교통비 등의 명목으로 월 10만 원씩 진료보조비를 지급하고 있고요. 연 1회 건강검진도 지원을 하고 계십니다. 또 피해자분들 중에 건강수첩을 발급받지 못한 분들도 몇 분 계셔서 이분들을 대상으로 한 의료비를 지원하는 것, 우리나라 정부가 하고 있고요. 참고로 이런 지원 사업은 한일간 합의에 의해서 지금 대한적십자사가 양 정부로부터 위탁을 받아 수행을 하고 있습니다.



▷ 그런데 피해자 중에서 기초생활수급자가 36%나 됩니다. 형편이 어려우신 분들이 많다는 건 경제활동이 여의치 않았던 걸 의미하는 걸까요? 어떻게 보십니까?

▶ 맞습니다. 현재 피해자 분들은 대부분 고령이시니까 당장 경제 활동하시는 분들은 거의 없는 상태인데요. 형편이 어려운 분들이 많은 까닭은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기존에 계속해서 피폭으로 인한 질병이나 통증에 시달리다 보니 젊어서부터 제대로 된 경제 활동을 못 하는 경우가 많으셨고, 그로 인해서 가난으로 이어진 경우가 많았습니다. 또 본인 의료비야 일본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는다고는 하지만, 자녀들의 경우에는 그런 혜택을 못 받다 보니 원폭 2세, 피해자 2세 분들의 고액의 의료비를 가족들이 나눠서 부담을 하면서 가계대출도 늘고 가족들의 재정적인 어려움도 심해진 것으로 보입니다.



▷ 원폭 피해자 1세대들의 의료비나 복지 확대는 물론이고요. 2세대와 3세대까지 더 넓은 실태조사나 지원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이런 부분은 어떻게 챙겨 보고 계신가요?

▶ 네, 맞습니다. 제가 사실 피해자분들을 만나 뵈면, 그분들 대부분이 자신들보다는 자식들 걱정이 많으셨습니다. 그래서 나는 살만큼 살았고 지원도 어느 정도 받고 있다. 하지만 자식들 이렇게 고통받고 힘든데 그 원인도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고 아무런 지원을 못 받고 있다. 이러면서 걱정을 하셨거든요. 또 아까도 말씀드린 것처럼 피해자 2세 분들은 자기의 건강상태 나아가 본인 자녀들의 건강상태에 대한 불안감이나 두려움이 굉장히 높았고, 그래서 이런 건강 문제가 피폭 영향의 유전 때문인지를 정부가 확실히 밝혀주기를 바라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이번에 피해자 1세를 대상으로 분석했던 것처럼, 향후에는 2세에 대해서도 이분들의 전반적인 유병 상태나 생활 수준이 어떠한지를 실태조사하는 게 필요할 것으로 보이고. 나아가서는 피폭 영향이 정말 유전이 되는 것인지 그런 걸 파악할 수 있는 것보다 정밀한 코호트 조사나 유전체 분석 등도 필요하다고 생각이 됩니다. 또 이분들의 건강 불안감을 해소하는 차원에서라도 현재 일본에서 하고 있는 바와 같이 피해자 2세에 대한 건강검진을 지원하는 방안도 적극 고려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하실 일이 많을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정연 부연구위원과 원폭 피해자 실태조사에 대한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감사합니다.
cpbc 김혜영 기자(justina81@cpbc.co.kr) | 입력 : 2019-05-01 11:11 수정 : 2019-05-01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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