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말하다] 이주현 에디터 "박준 시인은 조금 먼저 사는 사람"

[책을 말하다] 이주현 에디터 "박준 시인은 조금 먼저 사는 사람"

박준 시집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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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업데이트 : 2019-03-09 10:10

○ 방송 : cpbc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 진행 : 맹현균 앵커
○ 출연 : 이주현 교보문고 에디터


▷ 화제의 책을 만나보는 [책을 말하다] 순서입니다. 교보문고 이주현 에디터와 함께합니다. 에디터님 안녕하세요.

▶ 안녕하세요.



▷ 지난 한 주는 미세먼지로 가득했어요. 잘 지내셨나요?

▶ 네 저는 주변에서 극성맞다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건강에 관심이 많아서요. 저번 주부터 외출할 때마다 마스크를 꼭 챙겨 쓰고 있습니다. 그래서 조금 불편은 할지언정, 몸에 문제가 생기진 않았는데요. 심리적으로 가라앉긴 하더라고요.



▷ 그렇죠. 미세먼지가 우울증을 유발할 수도 있다는 얘기도 있어요.

▶ 네 정말 그런 것 같아요. 일조량이 부족해서인지 혹은 나아지지 않는 공기 때문인지 무력감이 생기더라고요. 거리의 사람들도 다들 무미건조하달까요. 그래서 이번엔 조금 따뜻한 책을 준비했습니다. 미세먼지에 가려진 우리의 감정을 들여다볼 수 있는 책으로요.


▷ 어떤 책인가요?

▶ 이번 책은 시집인데요. 시집의 제목은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 입니다. 작년 12월에 출간된 도서인데 혹시 들어보셨나요?



▷ 어디선가 들어본 제목인데요. 혹시 시집인가요?

▶ 네 맞습니다. 이번 책은 박준 시인의 시집입니다. 책 좋아하는 분 치고 박준 시인을 모르는 분은 드물 텐데요. 젊은 시인인 동시에 가장 핫한 시인이니까요. 이번 시집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는 박준 시인이 6년 만에 내놓은 시집입니다. 데뷔 10년 차를 기념하는 책이기도 하고요.



▷ 박준 시인이 낯선 분들도 있을 거예요. 소개 부탁드립니다.

▶ 박준 시인은 2008년에 등단해 11년째 시를 쓰고 계신 분이고요. 첫 번째 시집인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를 2012년에 처음 내놓았습니다. 책이 출간될 당시엔 문단에서의 평은 좋았습니다만, 지금처럼 대중에게까지 핫한 시인은 아니었는데요. 작품이 좋다 보니 입에서 입으로 시집이 퍼져나갔고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2015년에 한 TV에서 시인의 시집을 소개하고 난 뒤로 엄청난 판매가 이어졌습니다. 그렇다고 이걸 TV의 힘으로 봐서는 안 되는 게, 해당 프로그램에 소개된 책만 해도 100권이 넘거든요. “좋은 작품이, 때마침 주목을 받았다” 혹은 “이미 받았어야 할 관심을 한 번에 모아서 받았다” 라고 하면 될 것 같아요.



▷ 박준 시인은 시뿐만 아니라 에세이로도 많은 사랑을 받았죠?

▶ 네 그렇죠. 첫 시집 이후 출간한 에세이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도 엄청난 반응을 끌어냈어요. 첫 시집은 11만 부, 이어 출간한 에세이는 16만 부가 나갔죠. 아마 지금은 더 많이 팔렸을 거예요. 최근에 이렇게 많은 대중이 반응한 시인은 박준 시인이 유일할 것도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판매 수치로 시인을 소개하고 싶진 않아요. 제가 소개하고 싶은 시인의 모습은 따로 있습니다.



▷ 어떤 모습인가요?

▶ ‘자신의 시를 쏙 빼닮은 사람’ 또는 한 평론가의 말마따나 ‘조금 먼저 사는 사람’으로 설명하고 싶어요. 사실 이 말이 조금 추상적일 수 있는데요. 이건 책을 먼저 설명해 드린 뒤에 말씀드려야 더 와닿을 것 같아요.



▷ 그럼 박준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를 소개해주시겠어요?

▶ 이 시집은 시인의 첫 번째 시집과 같은 색을 가진 시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환상적인 요소보다는 친근한 일상을 다룬 시들이 많아요. 그래서 시인의 시를 읽고 있으면 어렵다는 느낌보단 구체적으로 그려지는 이미지가 강합니다. 덕분에 시가 낯선 분들도 한 장 한 장 시집을 넘기게 돼요. 그렇다고 금방 휘발되는 가벼운 시는 아니고 꽤 묵직하게 가슴에 각인되거든요. 그래서 자꾸 생각나는 시들이 많습니다.



▷ 이미지가 뚜렷한 시집인 거군요. 이번 시집의 또 다른 특징들은 뭐가 있나요?

▶ 이번 시집의 또 다른 특징으로는 계절을 전면에 내세운다는 거예요. 책을 읽다 보면 아시겠지만, 시집을 구성하는 4개의 챕터가 각각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묶여 있습니다. 어찌 보면 진부한 구성이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시인은 이를 두고 ‘자연스러움을 따라가다 보니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고 해요. 이와 관련된 에피소드 하나가 있는데, 시인의 소개팅 얘기입니다.



▷ 시인과 소개팅이라니 어떤 얘기인지 궁금합니다.

▶ 두 번째 시집이 나오고 나서, 올해 초에 박준 시인과 인터뷰를 했는데요. 챕터를 계절로 나눈 이유를 물었을 때 소개팅 이야기를 들려주시더라고요. 시인은 살면서 딱 한 번 소개팅을 했는데, 당시 패션에 힘껏 힘을 주고 나갔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때 입은 옷이 청바지와 청남방, 그리고 청재킷이었다고 해요. 그러니까 본인은 욕심을 내면 과해지는 스타일이래요. 덕분에 가장 자연스럽고 심플한 것이 자신이 부릴 수 있는 최고의 멋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런 의미에서 이번 시집 구성도 그렇게 자연스럽게 흘러갔다고 합니다. 듣고 보면 너무 세련된 구성 아닌가요?



▷ 시인의 설명이라서 그런지 더욱 공감이 가는데요.

▶ 네 저도 그랬어요. 세련됨보다는 소박함이 시인의 특징인 것도 같은데요. 이번 시집에 자주 등장하는 음식 역시 비슷한 느낌입니다. 시에 보이는 음식들은 엄청나고 특별한 요리라기보단, 소소하게 차려진 집밥에 가까운데요. 이 음식이 결국엔 사랑과 연결됩니다. 여기서 제가 앞서 설명한 시인의 모습이 드러나요. “조금 먼저 사는 사람” 말이죠.



▷ ‘조금 먼저 사는 사람’과 음식이 어떻게 연결되는 건가요?

▶ 이번 시집을 두고 신형철 평론가는 다음과 같은 평을 했어요. “상대방의 미래를 자신이 먼저 한 번 살고 그것을 당신과 함께 한 번 더 사는 사람” 그렇기에 “박준은 조금 먼저 사는 사람”이라고요. 사실 저도 평만 읽었을 땐 이 말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했는데요. 인터뷰 때문에 만나보니 알겠더라고요. 이를테면 이런 거예요. 이번 시집에 수록된 시 <쑥국>은 방에서 뒹굴 거리던 화자가 쑥을 뜯으러 간 아버지를 떠올리다가 쑥국을 끓이는 상상을 하는 작품인데요. 여기서 ‘조금 먼저 사는 사람’에 대한 힌트가 나옵니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의 앞날을 조금 먼저 상상해본다는 거죠. <쑥국> 속 화자가 사랑하는 아버지의 가까운 미래를 떠올리고, 그가 집에 돌아왔을 때 어떤 음식을 먹을지를 그려본 뒤에, 그 음식을 소박하게 대접하는 거예요.
엄청난 식재료도 아니고 스타 셰프의 요리도 아니지만, 이 요리엔 상대의 기호를 먼저 생각하는 마음이 담겨 있잖아요. 이런 건 사랑하는 마음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죠. 이런 박준 시인의 사랑관이 이번 작품 곳곳에 담겨 있습니다.



▷ 앞서 시인을 소개할 때 ‘자신의 시를 쏙 빼닮은 사람’이라고 하셨던 것도 같은 맥락인가요?

▶ 네 저는 박준 시인의 사랑을 각각 다른 형태로 세 번 마주했어요. 하나는 시인의 시를 통해서, 다른 하나는 신형철 평론가의 평을 통해서, 그리고 마지막엔 시인의 손끝을 통해 직접 만났어요. 손끝을 통해 직접 만났다는 게 어떤 의미냐 하면, 인터뷰 당시 ‘요리’와 관련된 질문을 하던 중에 제 개인적인 얘기가 살짝 나왔는데요. 자취를 하는데 평소에 요리를 거의 해 먹지 않는다, 동생이랑 빵 같은 걸 사 먹는 게 다다, 라는 얘기였어요. 보통 이런 이야기는 말하는 저도 금방 잊게 되는 이야기이고, 더군다나 인터뷰에 응하는 인터뷰이가 기억할 이야기는 아니거든요. 근데 박준 시인은 그 찰나의 이야기를 기억해뒀다가 인터뷰가 끝나고 헤어질 때 카페에 들러 빵을 포장하는 분이었어요. 웬 빵이냐고 여쭤봤더니, “요리도 잘 안 하시는데 동생과 함께 나눠 드세요”라고 하시더라고요. 정말 상대보다 ‘조금 더 먼저 사는 사람’이었던 거죠. 업무상 만난 저의 미래까지도 생각하는 예민한 사람이에요. ‘괜히 그런 시가 쓰이는 게 아니다’ 싶었습니다.



▷ 자신의 작품을 그대로 닮은 작가이군요.

▶ 네 맞아요. 이전부터 팬이었지만 인터뷰를 나눈 후에 더욱더 시인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 시인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시집을 다시 읽어보고 싶어지는데요. 마지막으로 더하실 말씀이 있다고요.

▶ 네 인터뷰 말미에 혹시 제가 놓친 부분, 이번 시집에서 따로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있냐고 여쭤봤더니 ‘일상어’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시더라고요. 이 내용은 시를 읽는 독자분들이 알고 계시면 좋을 내용이라 그 이야기를 끝으로 오늘 소개를 마치려고 합니다. 박준 시인이 생각하는 일상어란 이런 것이었습니다.
“사람들은 가족이나 연인, 친한 친구처럼 심리적 경계가 높지 않은 사람들과 얘기할 때 굉장히 자연스러운 말들을 하는데요. 일상어라고 할까요? 별 의미 없어 보이고 자연스러운 그 말들을 떼어 놓고 보면, 책상에서 제가 사전을 보며 짜낼 수 있는 그 어떤 문장보다도 아름다울 때가 있어요. 그런 순간들을 잘 잡아내는 것이 제 시 쓰기의 한 방법이기도 해요. 최근에 비슷한 사례가 하나 있는데요. 제 어머니의 이모님, 그러니까 이모할머니께서 굉장히 오랜만에 어머니를 만나셨는데, 보자마자 우시는 거예요. 사실 그렇게 멀리 사는 것도 아니고 감정의 골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삶의 여유라는 게 그렇잖아요. 어쨌거나 몇 년 만에 만난 두 분을 보면서 제가 장난으로 “이모할머니 왜 울어, 통화도 자주 했는데 그렇게 눈물이 나?” 하고 물었더니 “야 눈으로 봐야 눈물도 나지” 라고 얘기하시더라고요. 이런 표현들을 말한 거예요. 이모할머니가 글을 쓰거나 시인이라서 그런 얘기를 하는 게 아니잖아요. 정말 자연스럽게 나오는 말. 눈으로 봐야 눈물도 나지, 뭐 이런 말들을 들을 때면 언젠가 시로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이상입니다.



▷ 지금까지 [책을 말하다], 교보문고 이주현 에디터께서 수고해주셨습니다. 오늘도 알찬 소식 고맙습니다.

▶ 감사합니다.
cpbc 맹현균 기자(maeng@cpbc.co.kr) | 최종업데이트 : 2019-03-09 10:10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pbc 가톨릭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윤재선입니다>'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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