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홍기탁 "굴뚝 아래서 맞는 설, 일상이 새로워요"

[인터뷰] 홍기탁 "굴뚝 아래서 맞는 설, 일상이 새로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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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업데이트 : 2019-02-05 08:00

○ 방송 : cpbc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 진행 : 김혜영 앵커
○ 출연 : 홍기탁 전 금속노조 파인텍지회장


정겨운 설날 아침입니다.
청취자 여러분은 어떻게 보내고 계신가요?

지금 만날 분은
오랜 만에 제대로 명절을 보내고 계신 분입니다.

426일 동안 높은 굴뚝에서 긴 투쟁을 하신
홍기탁 전 금속노조 파인텍 지회장 만나보겠습니다.

굴뚝 아래에서 설을 보내고 계신 소회 들어보죠.



▷ 홍기탁 전 지회장님 안녕하세요.

▶ 안녕하십니까. 반갑습니다.



▷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요.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 굴뚝에 계셨을 때 저희가 두 번 전화로 뵈었는데, 이렇게 땅에서 명절 인사를 드리게 되어서 기분이 정말 좋습니다.

▶ 저도 기분이 좋습니다.



▷ 오랜 만에 가족들하고 명절을 보내고 계신 거죠?

▶ 그렇죠.



▷ 기분이 어떠십니까?

▶ 얼굴을 마주보고 얘기한다는 자체가 일단 좋고요. 음식을 같이 나눠 먹을 수 있다고 하는 것이 좋고. 그리고 같이 인사하고 지난 얘기를 같이 나누는 담소 시간도 엄청나게 새롭게 느낍니다.



▷ 하나하나가 다 평범한 일상들이었는데, 그동안 누리지 못하셨던 것들이죠.

▶ 그렇죠.



▷ 굴뚝농성 워낙 오래 하신데다가 막판에 단식까지 하셔 가지고 건강이 안 좋으셨잖아요. 지금은 좀 회복이 되셨습니까?

▶ 내려오고 나서 병원에 일주일 정도 있었거든요. 다른 것은 좀 괜찮은 것 같은데 장소, 공간에 대한 적응을 아직 못하고 있어요. 밤에 잠을 숙면을 이룰 수가 없는 상태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 그 부분은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시겠네요.

▶ 그런 것 같습니다.



▷ 굴뚝에서 내려오신지 벌써 한 달 가까이 지났습니다. 지상 생활을 어떻게 하고 계신지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고 계실 것 같아요.

▶ 내려오고 나서 사실 정신없이 지낸다는 것보다는, 일단 일주일 동안 병원에 있었고요. 그 다음에 나머지 시간은 어르신들 인사하러 갔고요. 가족들 간에 그동안 못 먹었던 짜장면집을 몇 군데 갔습니다. 그리고 저희들도 다시 준비를 해야 되기 때문에, 앞으로 회사 교섭을 남겨 놓았기 때문에 거기에 대한 내부논의도 했고 그렇게 지내고 있습니다.



▷ 이 질문을 정말 많이 받으셨겠지만 그래도 드리겠습니다. 426일 만에 땅을 밟으셨을 때의 기분 아직도 생생하시죠?

▶ 많은 사람이 질문을 합니다. 그리고 내려왔을 때 바로 상태가 어땠냐 이런 얘기들 많이 물어봤는데요. 저희들 그럴 겨를이 없었어요. 생전 태어나서 처음으로 많은 취재진 앞에 서봤고요. 그리고 내려오자마자 바로 의자에, 엠뷸런스에 싣고 가기 위해서 의자에 바로 앉은 상태에서 300명이 넘는 것으로 제가 기억하는데, 바로 그 앞에 수많은 기자들 앞에 서는 자체가 긴장이 상당히 되었고요. 그 이후에 엠뷸런스를 타니까 상당히 멀미가 심했던 기억이 납니다.



▷ 세계 최장기 고공농성이 될 줄은 모르셨던 거죠?

▶ 세계 최장기는 아닌 것 같고요. 전주에 김재주 동지가 계셨으니까요. 그런데 단지 저희들 당시에 세계 최장기 고공농성을 했던 408일을 넘어버렸으니까 사실 슬픈 기록입니다. 알고 보면 저희들이 개인적으로 그리고 노동자들 입장에서 봤을 때도. 그렇게 길게 갈 지는 사실 알지 못했죠.



▷ 굴뚝에 올라가 있을 때는 하루가 빨리 지나갔는데, 굴뚝에서 내려오니까 시간이 안 간다. 이런 말씀도 하셨다면서요?

▶ 진짜로 안 가고 있고요. 시간이 하루가 이렇게 길 줄 몰랐습니다.



▷ 저는 거꾸로 말씀하신 줄 알았어요.

▶ 사실이거든요. 이게 위에 있을 때는 하루에 규칙적인 시간이 짜여져서 거기에 이행하다 보니까 몸을 보존하고 정신을 지키기 위해서 그렇게 철두철미하게 하루 생활을 해냈거든요. 그런데 내려오니까, 그게 사라져 버리니까 시간이 너무 많이 남는 거예요. 그래서 하루가 상당히 긴 상태에 현재 놓여 있습니다.



▷ 굴뚝에서의 426일, 어떻게 하루 일과를 보내셨는지 궁금합니다.

▶ 올라가자마자 저희들이 바로 이틀째 되는 날 둘이 계획을 짰어요. 일어나자마자 아침 운동을 해야 되니까요. 안 그러면 몸이 굳을 수밖에 없는 공간이 생길 것이다 시간이. 그래서 운동을 하루에 2시간 했고요. 책 같은 것을 하루에 3~4시간 읽었고. 그리고 나서 나머지 시간은 개인 시간이고, 운동 시간 빼놓으면 간단하게 씻고 양치질하고 밥먹고 집회하고, 그 외에는 사실 시간이 남지 않아요. 바로 자야 되니까. 그렇게 규칙적으로 사실 매일 생활을 했습니다.



▷ 하늘감옥이라는 말도 나왔었는데 공감하시나요?

▶ 감옥은 좀 아닌 것 같습니다. 교도소에 있는 사람들은 휴대폰을 못하지 않습니까? 휴대폰은 했으니까 그게 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 언제가 가장 힘드셨습니까?

▶ 더위하고 추위입니다.



▷ 날씨 때문에...

▶ 그렇죠. 1월달에는 2018년 1월에는 영하 21도까지 떨어졌지 않습니까? 그리고 여름 때에는 위의 온도계가 영상 62도를 찍은 적도 있거든요. 그때가 가장 육체적으로 힘들었죠.



▷ 협상 막바지 단식하실 때는 거의 절박한 심정이셨던 거죠?

▶ 그렇죠. 노동조합 자체를 아예 부정하는 자본가이다 보니까, 노동조합을 인정하면 거기에서 싸웠을 이유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그게 안 되면 절대 내려가지 않겠다. 이런 생각을 강하게 갖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단식을 했었죠.



▷ 고공농성을 함께 하신 박준호 씨와는 연락을 자주 하시나요?

▶ 내려와서 박준호 동지 같은 경우에는 모친이 혼자 계시고 연세가 상당히 많습니다. 그래서 내려오는 날 모친하고 고향인 예천에 가서 생활하고 있고요. 몸조리 하고 있고, 3번 정도 바깥에서 만났죠. 그렇게 연락하고 있습니다.



▷ 400일 넘게 두 분이 딱 붙어 계셨잖아요. 이제는 두 분이 친하신 걸 뛰어넘어서 말을 안 해도 마음이 통하실 것 같거든요.

▶ 그게 꼭 그렇진 않습니다. 장단점이 있고요. 원래 부부생활도 오래 하면 다투기도 하고 위로가 될 때도 있고 그것하고 똑같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 두 분의 관계를 뭐라고 정의하시겠습니까?

▶ 동지라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 426일 지내신 열병합발전소, 굴뚝 지상이 내려오신 뒤에 우연하게라도 지나가 보셨나요?

▶ 아니요. 한 번도 가지 못했고요. 사실 내려오는 날도 굴뚝을 보지를 못했어요.



▷ 바로 엠뷸런스 타시느라고.

▶ 그렇죠. 사실 회견장이 바로 앞에 있었고요. 바로 엠뷸런스를 탔기 때문에, 저희들이 생활했던 굴뚝을 꼭대기까지 사실 볼 수가 없었습니다.



▷ 한 번 보고 싶은 생각은 있으세요?

▶ 서울 하늘 지나가다가 보게 되겠죠. 보게 되면 봐야죠.



▷ 지난해 겨울이었죠. 굴뚝을 올라온 의사한테 꽝꽝 언 물을 보고 웃으면서 여름에 샤워할 물이라고 하셨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렇게 힘든 상황에서 어떻게 웃음이 나오셨는지 신기합니다. 웃어도 웃는 게 아니셨을 것 같은데, 원래 긍정적인 편이십니까?

▶ 긍정적인 편은 아닌 것 같은데요. 사람이 적응을 하게 되더라고요. 한 달 정도는 사실 공간에 대한 적응이 힘들었고요. 겨울에 올라왔을 때는 한 달이 훌쩍 넘어버렸기 때문에 그때는 몸이나 신체적이나 정신적으로 다 적응기를 넘었던 상태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렇게 힘들다고는 생각하지 않았고, 힘들게 올라온 의사들인데 반갑게 맞아줘야 되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냥 웃음이 나왔던 것 같습니다.



▷ 노사가 한 발씩 물러서면서 합의를 했습니다만, 사실 협상 결과를 보고 좀 놀랐습니다. 내용을 보니까 최소 3년간 고용을 보장하고, 임금은 최저시급에서 천 원을 더 받고, 금속노조 파인텍지회를 교섭단체로 인정한다는 거였는데요. 아쉽진 않으셨습니까?

▶ 교섭 내용을 보면 내부적인 평가가 아직 정확하게 이루어지지 않았고요. 그래서 제가 함부로 얘기는 할 수 없겠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을 얘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판단합니다. 대신에 그만큼 반대로 얘기를 하면, 자본가들이 얼마나 천민적이고 악질적인가를 대신한다고 봅니다. 노동조합 자체를 근본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부분도 있지만, 기존에 해왔던 방식 그러니까 노동자들을 부리고 노예로 생각했다는 생각 자체가 전혀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교섭 결과도 400일이 넘도록 싸우고 수많은 사람들이 연대했음에도 그렇게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는, 반대로 얘기를 하면 자본가가 그만큼 천민적이고 김세권 자본이 굉장히 자본이 악질적이라고 얘기할 수 있다고 봅니다.



▷ 그래도 426일을 버티실 수 있었던 힘, 어떤 걸 꼽으시겠습니까?

▶ 5명 있는 동지들만으로는 사실 이 문제가 그렇게 해결되고, 미흡하지만 해결이 되어서 내려올 수 없었을 거예요. 전국에 있는 수많은 연대자와 일반 시민들, 활동가들 이런 분들이 매일같이 사실 메시지를 보내주고 했었어요. 특히 단식 들어갔을 때는, 고공단식 들어갔을 때에는 첫날부터 마지막까지 단식을 하면서 계속 같이 단식했던 사람들이 전국에 상당히 많습니다. 문자도 저희들이 받았으니까요. 그런 사람들 때문에 아마 저희들이 버티고 이길 수 있었지 않았냐. 저는 그렇게 판단이 됩니다.



▷ 연대의 힘이 정말 크셨던 거군요.

▶ 그렇죠.



▷ 또 다른 파인텍이라고 불리는 곳이죠. 기타 제조업체 콜텍 해고자들은 아직도 복직투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어떤 얘기를 전해주고 싶으세요?

▶ 콜텍 동지들은 사법농단에 의해서 정리해고가 받아들여진 사업장 중에 하나입니다. KTX나 쌍용자동차나 일정 부분 문제가 해결되었지만, 콜텍에 있는 동지들은 똑같은 조건이었지만 해결이 되지 않고 있죠. 소수라고 해서 외면하고 이래서는 안 될 것 같고, 사회적으로 그리고 노동자들이 함께 연대해서 이 문제를 힘을 보태주고 해결될 수 있도록 함께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저는 봅니다.



▷ 콜텍 해고자들하고 함께 해주시는 거죠?

▶ 당연하죠.



▷ 파인텍 근로자 다섯 분 복직은 언제하십니까?

▶ 7월 1일 복직이죠. 그전에 4월 전까지 단체협약도 체결할 것이고요. 쉽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 다시 출근할 생각을 하니까 설레기도 하시나요?

▶ 설레는 것보다는 앞으로 다가올, 당장 다가올 단체협약서 체결이 분명히 노사 간에 첨예하게 대립을 할 건데 그것부터 일단 고민이 되죠.



▷ 쉽지 않을 거니까요.

▶ 그렇죠.



▷ 복직을 앞두고 어떤 각오나 다짐을 해 보시나요?

▶ 저희들이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사실 노동조합을 지키기 위해서 민주노조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연대해줬던 이유도 그 부분이었기 때문에 그걸 지켜가면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 끝으로 국민들한테 전하고 싶은 말씀도 있으신가요?

▶ 노동조합을 바라보는 의식이나 생각을 전면적으로 많이 전향적으로 바꾸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절실하게 합니다. 노동조합 조직이, 노동자들이 자본가한테 얘기하고 교섭권을 얘기하고 싸울 수 있는 유일한 조직인데, 그런 조직을 많이 만들 수 있도록 많은 지지와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 지금까지 굴뚝 고공농성을 끝내고 지상에서 설을 맞이하신 홍기탁 전 금속노조 파인텍 지회장 만나봤습니다. 건강 잘 챙기시고요. 인터뷰 고맙습니다.

▶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cpbc 김혜영 기자(justina81@cpbc.co.kr) | 최종업데이트 : 2019-02-05 08:00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pbc 가톨릭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윤재선입니다>'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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