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말하다] 이주현 에디터 "마음을 움직이는 책 <아픔이 길이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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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말하다] 이주현 에디터 "마음을 움직이는 책 <아픔이 길이 되려면>"


○ 방송 : cpbc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
○ 진행 : 도재진 앵커
○ 출연 : 이주현 교보문고 에디터



화제의 책을 만나보는 [책을 말하다] 순서입니다. 교보문고 이주현 에디터와 함께합니다.



▷ 안녕하십니까?

▶ 안녕하세요 기자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에디터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러고 보니 에디터님과는 올해 처음 인사를 나누네요. 올해 잘 맞이하고 계신가요?

▶ 저는 새해부터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작년 말에 좋은 책이 연달아 나왔거든요. 연일 베스트셀러 1위를 확고히 하고 있는 혜민 스님의 신간부터 20~30대의 마음을 훔친 박준 시인의 두 번째 시집, 그리고 인스타에서 스타덤에 오른 강아지 ‘인절미’의 포토 에세이까지, 모두 이슈가 되는 책들이잖아요. 그냥 지나치기엔 아쉬운 책이다 보니, 한 분 한 분 만나 뵙고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거든요. 그러다 보니 새해 시작부터 책에 파묻혀 살고 있습니다.



▷ 그 중 기억에 남는 인터뷰가 있나요?

▶ 모든 인터뷰가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만, 그래도 최근에 한 인터뷰가 가장 강하게 남는 것 같아요. 바로 어제 박준 시인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왔는데요. 시와 닮았다고 할까요. 시 만큼이나 시인도 참 좋은 분이었습니다. 사실 시인의 오랜 팬이기도 해서 먼저 떠오른 것도 같네요. 기자님도 시간 되시면, 박준 시인의 두 번 째 시집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를 한 번 읽어보시길 권해드려요.



▷ 한 번 찾아봐야겠네요. 그럼 이번에 소개해주실 책이 바로 박준 시인의 시집인가요?

▶ 박준 시인의 시집은 인터뷰를 정리한 뒤에 소개하는 게 나을 것 같아서요. 이번에 소개할 책은 다른 분의 책입니다. 이 책의 저자 분 역시 작년 12월에 신간을 내셨는데요. 그렇다고 신간을 소개하려는 건 아니고 이 분의 전작이자 첫 번째 책인 『아픔이 길이 되려면』 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 이 책을 첫 책으로 선정한 이유가 있나요?

▶ 독자분들이 새해를 이 책으로 시작한다면, 우리 사회가 조금 더 따뜻해지지 않을까 싶어서요. 그리고 2019년에 저를 처음으로 울린 작품이기도 해서요. 영화를 보면서 자주 울컥하는 편입니다만, 활자만으로 북받쳐 오른 건 거의 5년만이거든요. 한강 작가의 장편 소설 『소년이 온다』 이후 처음이었어요. 마지막 챕터의 마지막 글을 읽는데 울컥하는 걸 견디기 힘들더라고요.



▷ 대체 어떤 책이길래 에디터님을 새해부터 울게 만들었나요?

▶ 기자님도 살면서 상처 받은 기억이 많으실텐데요. 저는 살면서 누군가에게 상처를 준 일보다 받은 일이 훨씬 많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 생각을 바꿔 놓는 책이에요. 사실 사람은 살아가면서 내가 준 상처보다 내가 받은 상처에 초점을 맞추는데, 『아픔이 길이 되려면』은 그 초점을 뒤바꿔놓는 책인 거죠. 내가 받은 상처가 아닌 내가 준 상처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책입니다.



▷ 어떤 상처인지 궁금한데요?

▶ 한 개인 보다는 사회가 준 상처에 가까워요. 이 사회가 개인에게 행하는 폭력과 그 과정에서 생긴 상처를 다루고 있죠. 예를 들면, 부당하게 해고된 노동자나 성소수자, 소방공무원의 아픔을 그리고 있어요. 여기서 중요한 건 그 아픔이 실제 병으로 발생하고 한 개인의 몸을 파괴한다는 거예요. 그리고 그 아픔을 만드는 게 바이러스가 아닌 바로 우리 사회이고 또 그 사회에 속한 ‘나`라는 거죠. 나도 모르게 행한 폭력이 누군가의 몸에 병을 심어 놓는다는 거예요.



▷ ‘아픔`이 단순히 상징적인 표현이 아니라, 실제로 사전적 의미를 말하는 거군요. 그럼 저자분도 의학을 전공하신 분인가요?

▶ 네 맞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김승섭 교수님인데요. 의과 대학을 졸업한 후 사회적인 주제에 관심을 갖고 학자로서 활동하시는 분입니다. 의학과 보건학을 20년간 연구하신 분이에요. 아마 이미 들어보신 분이 많을 겁니다. 보통 쌍용자동차와 함께 거론되거나 세월호와 함께 언급되는 경우가 잦거든요. 실은 교수님이란 호칭보다 ‘사회 역학자’라는 수식으로 소개되는 분이에요. 혹시 사회 역학에 대해서 알고 계신가요?



▷ 들어보긴 했는데 조금 생소한데요. 저처럼 ‘사회 역학’이 낯선 청취자들을 위해 설명을 좀 해주세요.

▶ 사실 저 역시도 이 책을 펼치기 전까진 ‘사회 역학’이란 단어를 몰랐어요. 사회 역학을 백과사전에서 검색해보면 다음과 같이 소개가 되는데요. 사회역학이란 역학의 한 분야로,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구조나 제도, 관계 등을 추적하는 학문입니다. 여기에 김승섭 교수님의 표현을 덧붙여보면, 흡연이 폐암의 원인이고, 벤젠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백혈병에 걸리듯이 ‘사회 현상’ 역시 한 개인의 몸에 스며들고 또 병이 될 수 있다는 거예요. 바이러스나 가족력 외에도 한 개인이 마주하는 사회적 경험이 질병이 되는 거죠. 그리고 그 경험이 어떤 병을 유발하는지, 그 병이 발생하는 과정에서 직접적인 원인은 무엇이고 또 어떻게 퍼져나가는지 분석하는 일이 사회 역학입니다. 한 마디로, 사회적 상처가 우리 몸을 어떻게 병들게 하는지를 분석하는 학문이에요.



▷ 그럼 앞서 언급해주신 해고 노동자, 성소수자, 세월호 유가족, 소방 공무원이 이 책의 연구 대상이 되는 거군요?

▶ 네 맞아요. 그분들을 관찰하고 설문하는 과정에서 쌓인 데이터를 통해 아주 객관적인 원인관계를 밝혀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조금 딱딱하게 느껴질 수도 있어요. 감정이 앞서는 글이 아니거든요. 교수님이 학자이다 보니 논문의 기본 요건인 객관적 근거, 논리, 데이터와 수치들이 바탕이 됩니다. 무수한 각주는 물론이고요. 그래서 각 챕터마다 그런 근거 자료와 그래프가 자주 등장하는 편인데, 그 자료가 책을 읽는데 방해가 되진 않습니다만 그렇다고 독자의 감정을 자극하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래서 심장이 쿵쾅대는 그런 책은 아니에요.
하지만 그래서 더 강하게 기억되는 책이에요. 글에 분노나 증오가 담겨있지 않은 대신, 정확한 수치로 따끔하게 지적하니까요. 정확한 근거들을 토대로 조목조목 따지면서 ‘성소수자를 차별해선 안 됩니다’, ‘세월호 유가족이 이런 아픔을 겪고 있습니다’ 이런 주장을 하시니까 부정할 수가 없는 거죠. 자연히 마음이 움직이게 됩니다. 자주 반성도 하게 되고요.



▷ 방금 감정선을 자극하지 않는다고 하셨는데, 그럼 어느 지점이 에디터님의 감정을 건드린 건가요?

▶ 아, 제가 울음이 터진 포인트는 중간 중간 삽화처럼 들어가 있는 교수님의 산문인데요. 책의 전반적인 내용은, 본인 및 동료 학자들의 연구를 소개하며 어떤 사람들이 어떤 사회적 폭력에 의해 어떤 병을 앓게 되는지를 밝히지만, 몇몇 챕터 사이에 본인이 했던 강연이나 기고했던 산문을 끼워두셨거든요. 거기서 터져버린 거죠. 거기엔 교수님의 감정이 들어가 있거든요. 특히 마지막 이야기, 젊은 보건의료인의 공간인 ‘다리`의 2011년 가을호에 실린 교수님의 편지에서 버티질 못했어요. 이 글은 왜 본인이 그 길을 걷고 있는지 밝히는 동시에 비슷한 길을 뒤따라 걷고 있는 후배들에게 보내는 응원의 글인데요. 저는 전혀 관련 없는 삶을 살고 있음에도 앞으로 주변에 도움이 되는 삶을 살아야겠다, 다짐하게 만드는 글이에요.
아참 이 글을 읽으면서 뒤늦게 든 생각이 하나 있습니다. 만약 교수님이 작정하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감정적인 글을 쓰신다면 어지간한 작가나, 정치 운동가 못지않은 울림 있는 글을 쓰시겠구나 싶었어요. 논리적 글쓰기에 초점을 맞추셔서 그렇지 다른 형식의 글 역시 참 잘 쓰시는 분이세요.



▷ 어떤 글인지 궁금하네요. 소개해주신 부분을 읽기 위해서라도 이 책을 끝까지 읽어봐야겠군요?

▶ 네 그렇죠. 이 책을 펼칠 생각이 있으시다면 꼭 끝까지 읽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얼마 전 친한 후배에게 이 책을 추천하면서 매운탕 같은 책이라고 표현했는데요. 횟집을 갈 때마다 느끼는 것 중 하나가, 매운탕이 처음 나왔을 땐 맛이 조금 밍밍해요. 하지만 시간을 두고 끓다보면 생선 육수가 우러나고 마늘도 국물에 고르게 배어들어서 얼큰해지잖아요. 이 책이 딱 그래요. 뒤로 갈수록 더 좋아져요. 교수님의 글 스타일에 적응이 된 건지, 혹은 어느새 타인에 대한 감수성이 자라난 건지, 뒤로 넘어 갈수록 책의 내용에 더욱더 크게 고개를 끄덕이는 저 자신을 보게 됩니다.



▷ 이 책이 2017년에 상도 하나 받았다면서요?

▶ 네 맞아요. 제 58회 한국출판문화상에서 저술교양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되기도 했고요. 그해 주요 일간지들에서 올해의 저자와 올해의 책으로 여러 번 뽑히기도 했어요. 그러니까 믿고 보는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침 이번에 교수님의 신간이 나와서 인터뷰를 진행할 뻔 했는데요. 아쉽게 다른 분이 인터뷰를 맡으셔서 저는 교수님과 얘기 나눌 기회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다가오는 목요일에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교수님 강연을 진행한다고 해서 꼭 보러 갈 생각입니다. 혹시 관심 있는 청취자분들은 포탈 검색창에 ‘365 인생학교’를 검색하시면 확인하실 수 있을 거예요. 300명을 초대해서 무료 강연을 진행한다고 하니, 이번 주말에 댓글로 신청해보시는 건 어떨까 싶네요. 그럼 오늘의 책 소개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기회가 되면 강연장에서 봬요.



▷ 지금까지 [책을 말하다], 교보문고 이주현 에디터께서 수고해주셨습니다. 오늘도 알찬 소식 고맙습니다.

▶ 감사합니다.
cpbc 도재진 기자(djj1213@cpbc.co.kr) | 최종업데이트 : 2019-01-1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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