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오늘 김성덕입니다] 240번 버스와 아내 잃은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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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세상오늘 김성덕입니다] 240번 버스와 아내 잃은 남편

지하철 객실 안을 대여섯 살쯤 되는 아이 셋이 이리저리 시끄럽게 뛰어다니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의 아버지로 보이는 남자는 무표정한 얼굴로 그냥 앉아 있습니다.

공공장소에서 소란을 피우는 아이들에게 주의를 줄 법도 하지만 남자는 아무 신경을 쓰지 않죠.

불쾌지수가 높아진 승객들의 눈초리가 남자를 향하지만 남자는 그런 시선은 안중에 없다는 듯 한 태도로 일관합니다.

여기까지 들으면 이 남자가 어떻게 느껴지십니까?

남에게 피해를 주든 말든 자기 자식만 중하게 여기는 개념 없는 부모라고 할 수밖에요.

그런데 말입니다.

이 남자, 아이 셋의 엄마인 부인 장례를 치르고 돌아오는 길이었다면 어떨까요?

엄마의 죽음을 모른 채 지하철 안을 뛰어다니는 아이들이 버릇없게 느껴지시나요?

아내를 잃은 남자의 깊은 슬픔은 또 어떻습니까?

분명 같은 장면이지만 이야기의 내용에 따라 우리가 느끼는 것은 180도 다른 것입니다.

그래서 진실은 사실의 파편 속에 감춰져 있는 것입니다.

버스 기사가 엄마 없이 홀로 정류장에 내린 어린아이를 두고 출발했다는 일명 ‘240번 버스 사건’이 실제보다 부풀려지고 왜곡돼서 알려졌군요.

아이의 나이는 4살이 아닌 7살로 밝혀졌고요.

아이 엄마에게 욕을 했다는 버스기사는 딸이 나서 “아버지는 욕을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죠.

CCTV 확인결과 기사는 해당 역에서 16초간 버스 문을 개방해 아이를 포함해 총 10명이 하차했고, 승객이 모두 내리는 것을 확인한 후 출발했습니다.

이후 버스는 2차선으로 진입했고 기사는 안전을 우려해 다음 역에 내려주기로 결정, 아이 엄마는 약 20초 후 내렸다고 합니다.

인터넷에 목격담을 처음 올린 제보자의 글만 보고 여론은 버스기사의 해명은 듣지도 않은 채 욕설과 비난을 쏟아냈습니다.

세상은 보이는 것만 보고 들리는 것만 들어서는 반쪽의 진실도 만나기 어렵습니다.

우리는 어쩌면 자녀 셋의 아내를 잃은 남자를 매일 만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9월 14일 목요일 <열린세상오늘 김성덕입니다>, 광고 듣고 오겠습니다.


cpbc 김성덕 기자

cpbc 김성덕 기자 | 최종업데이트 : 2017-09-14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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